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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당 대표 경선 열기가 뜨겁다. 대세론은 온데간데 없고 결과가 엎치락뒤치락 해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해찬 대세론으로 심심하게 시작될 것 같았던 전당대회가 이처럼 예측불허로 전개된 것은 바로 첫 단추를 끼운 울산의 이변 때문이다.
울산에서 김한길 후보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면서 판세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미국 대선 후보 선정에서도 첫번째 코커스(caucus)가 치러지는 아이오와주의 결과가 전체 선거에 영향을 주듯, 대의원 198명에 불과한 울산에서의 결과가 선거의 몸통을 흔들고 있다.
이변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김한길 후보의 울산 승리에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물밑 지원이 뒷받침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민주당 모 의원은 "울산에서 김두관 지사측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며 "김 지사와 김한길 후보가 전략적으로 공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박 연대 과정에서 대선주자인 문재인 고문과의 연관성이 드러나면서 김 지사측에서는 그 반작용으로 김한길 후보와 전략적으로 손 잡았다는 분석이다.
전국에 조직을 모으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김 지사는 차기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당내 대선 주자로의 입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부산 대의원 선거에서 보듯, 문재인 고문은 이해찬 후보를 측면 지원하는 형국이어서 친노 진영의 표가 이번 당 대표 경선을 기점으로 확실히 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사실상 문재인-이해찬, 김두관-김한길로 러닝메이트가 꾸려지는 분위기"라며 "대선이 코 앞인 만큼 대선주자들이 당 대표 선거에 자연스럽게 개입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김 지사측 캠프에서는 이같은 설을 부인했다. 김 지사측 캠프 관계자는 "김한길 지원설은 사실무근"이라며 "대선주자로서 리스크가 큰 부분인 만큼 모든 후보들과 신사협정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이-박 연대에 불만을 품은 다른 대선주자들의 견제도 김한길 돌풍에 한 몫 했다.
범 친노진영의 정세균 고문은 이-박 연대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이해찬 후보와 거리를 두고 있다.
강기정 후보가 이해찬 후보와 연대하고 있어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주변의 핵심 조직들은 반(反) 이해찬 정서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동영 고문측은 김 지사와 마찬가지로 김한길 후보를 물밑에서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와 정 고문은 지난 대선 때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손학규 대표측은 친손으로 분류되는 조정식 후보를 지원하면서도 이-박 연대를 견제할 수 있는 두번째 표를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대선주자와 당권 주자들의 물밑 계산이 활발한 가운데 오는 24일 대구경북 대의원 선거는 김한길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BestNocut_R]김두관 지사 측근인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대구경북에서 김 후보를 위해 뛰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울산, 광주전남에 이어 대구경북 선거에서 김 후보가 3승을 거둘 경우 선거는 또 다른 국면으로 전개된다.
김두관 지사의 측면 지원을 받은 김한길 후보가 돌풍을 이어갈 수 있을 지, 대세론이 깨진 이해찬 후보가 어떤 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