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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근대 역사,아니 대한민국의 근대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부산 북항이 재개발되고 있다.
부산 북항은 현재 부산 세관이 있는 쪽 부두인 중앙부두와 1부두~7부두까지를 일컫는 것으로 가덕도에 신항이 생기기 전까지는 부산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대한민국의 관문이 부산이라는 점에서 북항은 그 동안 대한민국의 관문역할을 해온 셈이다.
또,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위한 각종 물자가 오고간 산업화의 첨병 역할도 했고 월남전 당시 참전 용사를 태운 배가 오가는 전쟁의 역사도 간직하고 있다.
6.25 때 남한으로 넘어온 월남민들은 북항에서 지겟짐을 지며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기도 했다.
그런 북항이 이제 공원과 각종 시설로 탈바꿈돼 시민들을 위한 수변 시설로 거듭난다. 10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부산항 개항이후 최대 사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업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사람이 부산항만공사(BPA)의 조성원 북항재개발단장이다.
그의 사무실인 BPA청사 12층에 들어서니 창문을 통해 북항재개발 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매립을 위해 진행된 물막이 공사와 축조된 호안이 보였고 오탁방지막 등이 설치된 가운데 흙을 실어나르는 트럭들이 부지런히 오가고 있었다.
"아침마다 창밖의 풍경이 바뀝니다.하루 하루 매립이 진행되면서 부산항의 지도가 바뀌어 가고 있는 거죠" 조 단장은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부산 북항재개발 사업은 2009년 하반기부터 시작돼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1,2단계로 나누어 진행되는 사업으로 전체 사업비는 10조5천억 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1단계 사업은 2부두와 중앙부두,3,4부두를 개발하는 1-1단계 사업과 국제여객터미널을 건설하는 1-2단계 사업으로 나뉘어져 2015년까지 마칠 계획이고 2부두에서 연안부두까지를 개발하는 2단계 사업은 2015년 시작해 2020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2천4백 세대의 주상복합단지와 아이랜드 형식의 해양문화 공간과 같은 친수 공간,오페라 하우스와 같은 문화 공간 등이 들어서 부산의 미래 성장 동력이자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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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단장은 북항 재개발사업이 시작된 후 채 1년이 되지 않은 2010년 2월 북항재개발 단장을 맡았다.공로 연수를 앞두고 직위 공모에 응모한 결과 선발됐다.
토목 전문가인 그는 지난 71년 9급 공무원으로 부산시에 입사해 2010년까지 부산시에 근무하다 3급(부이사관)으로 퇴직했다.군 생활까지 포함하면 39년을 공직에 있었던 셈이다.
"40년 가까이 공직 생활을 한 것만 해도 감사한데,이런 중책을 맡게돼 영광이기도 하고 어깨가 무겁습니다.공직을 마치는 마지막 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재 1-1단계는 75% 정도,1-2단계는 25% 정도 공사가 진척되고 있다.특히 1-2단계에 세워질 국제여객터미널 건물은 7월에 착공될 예정이다.
"북항재개발에 국비 지원은 5천2백억 정도로 예상됩니다.현재 3천7백억 정도를 확보했고 앞으로 추가로 확보해갈 예정입니다.나머지 천5백억 원은 2015년 이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들 예산은 호안과 방파제 건설, 북항 앞 충장로 지하화에 사용된다. 충장로 지하화는 북항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는데 필수적이다.
"북항재개발 사업은 수십년 동안 접근이 막혀있던 수변 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것입니다.때문에 공익성을 우선으로 해서 개발됩니다.일부에서 걱정하시는 것처럼 아파트 촌이 되는 것과 같은 난개발은 없을겁니다."
공익성 강화를 위해 BPA는 지난 26일 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된 라운드테이블(원탁회의)을 발족했다. 각 분과별로 위촉된 전문가들의 의견을 재개발 사업에 적극 반영해 공익성을 강화하고 특혜 시비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북항재개발 사업은 전체 1백5십만㎡ 가운데 33만㎡ (27%) 정도를 민간에게 분양하여 사업비를 충당합니다. 일부에서는 재개발사업에 주거공간이 포함된 것을 두고 말들이 많은데 사실 선진국의 대부분 재개발 사업에는 주거기능이 포함됩니다. 주거 기능이 없으면 밤에는 불이 꺼지는 유령도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항재개발 사업은 한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수정 보완 돼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항은 부산의 요충지이면서 원도심에서 개발의 여지가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따라 현재 상권 등이 위축되고 있는 원도심 전체의 운명이 결정됩니다.앞으로도 계속해서 다듬어가야 합니다."
북항재개발 사업은 현재 GS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목돼 협상중에 있다.
GS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되진 않았지만 애초에 민간 사업자를 모집하는데 어려움이 많았고 사업 공모가 한차례 유찰되면서 재개발 사업 전망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2009년 9월 공모 민간 사업자를 모집하는데 응찰할 것으로 여겼던 롯데건설이 응찰을 하지 않았습니다.그래서 주요 기업들을 다니며 참여를 요청했는데 롯데의 눈치를 보느라 다른 회사들도 응찰을 하지 않았습니다.그래서 롯데에게 응찰을 안할 바에야 관망하지 말고 포기의사 밝혀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BestNocut_R]
현재 매립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매립에 쓰이는 흙이다.아무 흙이나 쓸수 없고 기준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반입되는 토사 관리가 늘 신경이 쓰인다.
"엄격한 규정에 맞춰 시방서를 통과한 토사만 사용합니다. 토사의 조립도가 나쁘면 매립후에도 각종 문제가 생기고 매립지의 지하 공간을 개발하는데 큰 장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오염된 흙은 말할 필요없이 반입 불갑니다.한번은 반입된 흙에 상당히 큰 바위가 포함된 사실이 뒤에 밝혀져 매립한 부분을 다시 정리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는 앞으로 공사가 어느 정도 진척되면 홍보관을 지어 시민들에게 공사의 진척 현황을 보고하고 북항재개발 사업의 필요성과 효과도 알릴 계획이다.
"현재는 재개발 공사 현장에 시민들의 접근이 어렵습니다.충장로가 차단하고 있고 또 부두가 보안구역이어서 공사 현장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부산역 등에 홍보관을 짓고 망원경으로 공사 현장도 직접 볼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공사를 진두 지후하는 현장 사령관으로서 부담감도 적지 않다."각종 건설 사업에 이런 저런 문제가 발생하곤 하는데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지만 혹시나 업체와의 유착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지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입니다.제 공직의 마지막이 될 것 같은데 사명감을 갖고 제대로 된 북항재개발이 될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습니다."
북항재개발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역시 외자 유치도 중요하다."현재 싱가폴 기업과 협상중에 있습니다.재개발 지역내 마리나 시설 부지에 대한 투자 여부를 협상중인데 성공한다면 첫번째 외자 유치 사례가 될 것입니다".
창 밖 바다의 변해가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북항재개발 사업이 부산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는 신념에 가득차 있는 모습이다.
"멀리보고 아주 계획성 있는 건축 계획을 만들어야 합니다.블록쌓기 처럼 다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애초에 꼼꼼한 계획과 함께 최소한 100년은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여기에는 시민 여러분의 신뢰와 격려 등 관심이 필요합니다."
개항 100년을 훌쩍 넘긴 부산항이 지나 왔고 앞으로 지나갈 길이 북항재개발에 어떻게 담겨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