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왜 김두관은 땅끝마을로 갈까?"
CBS 권영철 선임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두관 경남지사가 오는 6일 경남지사직에서 퇴임하고 8일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인데 출마 선언 장소가 한반도의 땅 끝인 전남 해남 땅끝마을로 정했다.
손학규 고문은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을, 문재인 고문은 서대문독립공원을, 정세균 고문은 재래시장을 조경태 의원은 국회 정론관을 선택했는데 김두관 지사는 특이하게도 해남 땅끝마을을 선택했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김두관은 왜 땅끝마을에서 출마선언 할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땅끝마을에서 출마선언을 하는 건 확정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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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2일 경남도청 정례회의에서 6일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8일 전남해남 땅끝마을에서 출마선언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지사는 도지사 반환점을 돈 시점인 2일 사직서를 경남도의회에 제출했다.
김 지사는 "도지사와 대선 후보의 역할을 동시에 잘 수행하기는 어렵다"며 "사즉생의 각오 없이 이겨낼 수 있는 싸움이 아니다"라고 사퇴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지사는 4일에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신의 출마 배경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어서 오는 8일 육지의 최남단인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공식 출마선언을 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다.
모양새를 보자면 김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남에서 출마입장을 공개했고 대한민국 정치 중심지인 서울 국회에서 출마배경을 설명할 예정이며 민주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호남에서 공식 출마 선언을 하게 되는데 경남, 서울, 호남에서 3차례에 걸쳐 출정식을 갖는 셈이다.
김지사는 사직서를 냈으며 3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찬회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선후보로서의 행보에 나섰다.
▶ 왜 땅끝마을에서 출마선언을 하는 거냐?= 김두관 지사가 해남 땅끝마을을 선택한 이유는 이장부터 시작해 도지사까지 올라간 자신의 경력에 맞춰 남쪽 땅끝마을에서 시작해 청와대까지 가겠다는 상징성을 강조한 것이다.
김 지사는 해남에서 출발해 남북화해협력의 상징인 도라산역까지 전국을 순회하면서 출마선언을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관 지사 측 언론홍보를 총괄하는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출마 선언지로 땅끝마을을 선택한 것은 이장에서 출발해 도지사까지, ''아래에서부터'' 출발한 김 지사의 삶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고 뛰어 넘어서 남과 북, 영남과 호남, 세대 간 소통과 상생의 세상을 여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민 아래의 대통령이 되겠다. 섬김뿐 아니라 서민중심의 세상을 열겠다. 가장아래에서 점차 상승하겠다는 김두관 지사의 의지의 표명"이라고 덧붙였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최근 펴낸 책의 제목도 ''아래에서부터''이다. 평소 서민적 면모를 강조해 온 김 지사가 아래에서부터 시작하겠다는 의지로 해남 땅끝마을 선택했다는 것이 김두관 지사 주변 사람들의 설명이다.
김 지사 측 관계자들은 "1, 아래에서부터 시작해서 섬김의 정치를 하겠다. 2, 지방분권을 주장해온 김 지사의 일관된 행동이다. 다른 후보들이 서울에서 선언하는 것과 차별성을 둔 것은 지방을 살리겠다는 의미다. 3, 땅끝마을이 남북에서 보면 땅 끝이지만 대륙에서 보면 세계 대양을 향한 최첨단의 복합적 의미를 지는 것"이라는 의미라고 밝히고 있다.
▶ 호남지역을 의식한 것이냐?= 아니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호남은 민주당의 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호남에서 공식 출마를 선언하는 것은 호남지역 민심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물론 김두관 지사가 지방자치, 지방분권에 줄 곳 관심을 가져온 일관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호남을 의식한 행보임을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참여정부에서 고위공직을 지낸 한 인사는 "호남 표를 의식하지 않았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두관 지사측 관계자는 "호남표를 의식했다는 건 작은 의미다"라고 해명을 했지만 그런 의미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정치권의 평가도 그런 점이 있다. 새누리당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호남지역을 의식한 행보의 의미가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호남 표 얻겠다는 것이다. 다른 의미를 뭘 부여하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 호남에 비중을 두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흥미 있는 분석이 있는데 지금의 상황을 잘 설명하는 것 같아서 소개를 하고자 한다.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지지율 합이 20%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지난주 조사를 보면 문재인 고문이 15% 손학규 3.4% 김두관 2.8% 유시민 1.8% 정동영 1.6% 등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박근혜 예비후보의 지지율이 42.4%이고 안철수 원장의 지지율이 19.6%인 걸 감안하면 야권 인사들의 지지율이 매우 낮은 수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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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후보들의 지지율은 조사 시기나 기관에 따라 다소 다르게 나타나긴 하지만 절반에서 절반이상을 안철수 원장이 차지하고 있다. 안철수 원장이 야권후보 지지율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보니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지지율 총합이 20%대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고문이 야권후보 중 안 원장의 뒤를 이어 부동의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안 원장의 벽에 가로막힌 측면도 있지만 다른 면에서 보자면 안 원장이 야권 지지율을 묶어두는 효과를 발휘하면서 반사이익을 보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후보들의 지지율이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는 상황이므로 이대로 가면 문 고문이 민주당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손학규, 정세균 김두관 등 민주당 후보들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안철수 원장이나 문재인 고문을 넘어서야 하는데 누구도 선뜻 안 원장을 공격하지 못하고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민주당 후보군들이 안 원장을 공격하지 못하는 것은 역풍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윤 실장은 "호남민심도 안철수 교수가 1위를 달리고 있는데 민주당 후보들이 호남민심을 얻는 것이 대선고지에서 유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두관 지사로서는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므로 ''호남''에서 출마선언을 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 지나치게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그렇다. 그런 지적이 나온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김 지사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서민과 중간층을 공략해야 하는데 땅끝마을을 선택한 것은 지나치게 이벤트에 치중하는 것으로 ''지역주의''는 10년 전 노무현 당시 후보가 재미를 본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정치인의 행보 중 정치적인 의미를 내포하지 않은 것은 없을 것이다. 김두관 지사 측에서도 김 지사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만큼 이벤트 행사임에는 틀림없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소장은 "출마 선언 시즌을 맞아 경쟁이 치열한데 정책이나 비전 외에도 이벤트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출마선언장소 선정도 중요하다"며 "주목 받는 장소를 고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김 지사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간다는 비전의 상징장소로 땅끝마을을 선정한 것 같다"며 "후발주자로서 대선 후보선언을 끝에서 시작한다는 모습을 의식했고 그동안 눈에 띠는 행보가 없었으니까 이벤트성 짙은 행사이긴 하지만 후발주자로서 인지도 높이고 관심 끌기 위해서는 그런 것도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평가했다.
▶ 김두관 지사로서는 도지사직을 사퇴한 만큼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가능성은?= 김 지사는 ''사즉생''의 각오로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올해 초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김 지사는 올해 초에는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레이스 참여 여부를 고민했다. 경선 붐을 일으키기 위해 레이스에 가담하는 측면에서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 지사는 2일 "지난 4·11총선 전까지만 해도 대선 출마는 저의 몫이 아니었다"며 그러나 "민주당은 오만과 독선과 방심으로 승리를 헌납했다"고 지적하면서 "지금의 대선후보군으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는 전망이 쏟아져 나왔고 당 내부에 저의 출마가 거론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총선 패배로 인해 자신의 운명이 결정적으로 바뀌었다며 대선후보 경선 출마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제는 김 지사의 지지율이 2%대로 낮다는 것이다. 일부 조사기관에 따라 안철수 문재인 고문에 이어 3위에 오르기도 하지만 아직은 안철수, 문재인, 손학규에 이어 4위권을 맴돌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지율이 겹치는 문재인 고문과의 격돌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지사가 ''지금의 대선후보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는 말을 꺼낸 것은 문재인 고문을 의식한 측면이 강해 보인다. 김두관 지사만의 색깔로 승부를 할지 문재인 고문과 정면 대결을 하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예비후보와의 차별성으로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재윤 의원은 출마선언을 한 뒤 열흘이내에 지지율을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7월 중 지지율이 문재인 고문에 근접하는 대항마로서의 이미지를 살리지 못한다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 김 지사로서는 지사직을 중도에 사퇴한 점에 대해서는 비판을 받아야 할 텐데?= 김 지사가 출마선언을 7월로 늦춘 건 그 점을 의식한 것이다. 최소한 반환점은 돌아야 한다는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지난 2010년 취임사에서 "저는 경남도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경남도지사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임을 도민여러분께 약속합니다"라고 말했고 지난해 취임1주년 기자회견에서는 "부지런히 왔지만, 이제 1루를 겨우 돌았습니다. 3년 뒤 영광의 홈베이스를 밟기 위해선, 도민 여러분의 계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라고 밝혔다.
도지사로서의 책무에 무게를 두는 발언이었는데 이를 어긴 만큼 여기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4일로 예정된 국회 기자간담회에서는 여기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문수 지사는 도지사직을 유지하면서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방침이고 정치권에서도 미국의 사례를 들어 후보경선 때까지는 도지사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김 지사는 "역사의 부름에 응하면서, 퇴로를 만들 수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BestNocut_R]
새누리당도 경남 도당은 "특유의 치고 빠지기식 전략과 도민을 볼모로 정치적 꼼수로 일관해오다 지사직 사퇴와 대통령 출마선언을 한 김두관 지사에게 분노를 금치 못한다"면서 "말 바꾸기의 달인, 거짓말 정치인, 도민 신뢰를 헌신짝 버리는 김두관 지사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김 지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무소속으로 도지사에 당선된 뒤 민주통합당에 입당했고 도정에 전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대선출마를 선언한 두 번의 말바꾸기에 대해서는 김 지사가 자신의 선택에 대해 스스로 감당해야 할 짐인 만큼 이 부분을 어떻게 돌파할 지 관건이 될 것이다.
bamboo4@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