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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산사태 원인조사는 인명 피해 있어야만 한다"

사건/사고

    서울시, "산사태 원인조사는 인명 피해 있어야만 한다"

    전문가, "배 아파 병원 찾은 이에게 수술부터 하자는 격"

     

    수 백억 원이 투입된 서울시 수해 복구공사가 10개월 만에 완료됐다. 공사 초기부터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던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달 공사를 마무리하며 “완벽한 복구”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원인조사 없이 복구공사를 강행했다가 부실조사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완공된 시점에 원인 조사를 다시 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공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CBS는 그동안 지적되지 않았던 복구 공사의 허점과 대책 등을 짚어볼 예정이다. [편집자 주]


    지난 2010년 9월12일. 서초동 우면산 덕우암 부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당시 서울시에서는 무너진 산을 정리하고 산사태 방지 대책으로 돌수로를 만들었다.

    이로부터 약 10개월 뒤, 산사태가 발생 지점 인근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일어났고 이 사고로 18명이 숨지고 21명이 다쳤다. 4억원을 들여 만들었던 돌수로는 처참히 무너지고 말았다.

    ◈ 비는 더 적었는데 인명 피해는 더 커…

    전문가들은 우면산 산사태가 재발한 이유에 대해 ‘원인조사’없이 복구공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우면산은 흙 산이 아닌 돌 산"이라며 “산사태로 드러난 돌 표면에 흙이 아닌 점토가 쌓여 있는데 점토는 물을 머금게 되면 더 미끄러워지는 특성이 있다”면서 “돌수로를 쌓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지난 번 산사태로 이미 흙이 무너져 돌이 드러나 자연 돌수로가 생겼는데 여기다 돌수로를 재차 만든다는 것은 돈을 쓰기 위한 공사”라고 비판했다. 이번에 서울시가 우면산에 투입한 복구 비용은 무려 20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피해가 컸던 래미안 아파트 지역의 누적 강우량은 230mm로, 2010년 산사태 당시의 250mm보다 적었다. 비가 더 적게 왔는데도 인명과 재산 피해는 커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원인조사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원인조사를 제대로 한 뒤 이에 따른 돌수로가 아닌 다른 방지 대책을 세웠다면 끔찍한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원인조사를 하기에는 사안이 너무 급했고 올해 우기 전까지 복구를 끝내기 위해 복구공사와 동시에 원인 조사를 같이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에 예산을 지원한 산림청 관계자도 “돌수로는 산사태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며 “그나마 돌수로가 있었기 때문에 그 정도 피해로 그칠 수 있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 산사태 지역 81곳 中 원인조사는 달랑 4곳

    서울시가 산사태 발생 지역 가운데 원인조사를 한 곳은 81곳 중 단 4곳에 불과하다. 가장 피해가 컸던 지역인 래미안과 신동아 아파트, 전원마을과 향촌마을 일대다.

    당시 원인조사를 위해 서울시에서 구성한 민관합동조사단장은 “서울시가 4군데만 조사하라고 의뢰했다”면서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각 현장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을 세우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게다가 81곳 가운데 우면산 일대 12곳을 제외한 신림동 제 2구립운동장이나 일원본동 등 69군데에 대한 원인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곳들은 단순히 산이 아니라 절개지, 옹벽 등 지형과 지질이 모두 다를뿐더러 주택가와 인접한 곳들이 많아 원인분석과 그에 맞는 공법이 필요한 곳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일반적인 산사태의 경우는 지금까지 원인조사를 하지 않았다. 산사태는 강우량을 견디지 못해 일어난 것이고 그런 곳에서는 복구공사가 우선이라는 논리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면산은 특별히 사람이 다쳤기 때문에 원인조사나 변수가 있는 지에 대해서 재검증을 하는 것이고 소송도 걸려있기 때문에 원인조사를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런 서울시의 설명에 대해 “배 아파서 병원간 사람한테 무조건 수술하자고 들이미는 꼴”이라고 비유했다.[BestNocut_R]

    배가 아프면 원인을 알아낸 뒤 약을 먹을 수도 있고, 조금 기다리면 괜찮아질 수도 있는데 일단 수술부터 해야 그에 따른 비용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이번 서울시의 산사태 복구 비용은 모두 400억 상당이다.

    서울시는 원인조사가 부실하다는 논란이 계속되자 우면산 일대 14곳에 대해 지난 4월 추가 및 보완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우면산을 비롯해 서울시내 복구공사는 지난달 모두 끝났다.

    완공된 상황에서 원인을 찾는다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한편, 지난 3일 서울지역에 한 시간 가량 갑작스레 내린 시간당 50mm의 소나기에 곳곳이 침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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