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백억 원이 투입된 서울시 수해 복구공사가 10개월 만에 완료됐다. 공사 초기부터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던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달 공사를 마무리하며 "완벽한 복구"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원인조사도 없이 복구공사에 나서고 수백억원이 투입된 산사태 위험지역 예방공사도 2주 만에 육안검사로 후보지들을 점검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CBS는 그동안 지적되지 않았던 복구 공사의 허점과 대책 등을 짚어볼 예정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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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면산 산사태를 계기로 서울시는 210곳의 산사태 위험지역을 선정하고 지난 3월부터 300억원짜리 예방사업공사에 나섰다.
하지만 CBS 취재결과, 서울시의 산사태 위험지역 선정이 졸속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진이 입수한 사방사업 후보지 합동점검 결과 보고서에는 후보지 점검기간이 지난해 "11월 3일부터 12월 17일 중 14일 동안"이라고 적혀있다.
겨우 2주 만에 위험지역 290곳을 점검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점검한 290곳은 각 구청에서 위험하다고 선정한 곳. 서울시 관계자는 "구청 자료를 근거해 서울시와 구청 공무원, 그리고 전문가들과 확인 점에 나섰다"고 말했다.
선정방법도 허술했다. 정밀점검이 아닌 육안점검, 그저 '눈'으로 본 것에 불과했다. 위험지역을 선정한 구청과, 이들 자료에 따라 점검에 나선 서울시 모두 눈으로만 보고 예방사업이 필요한 곳을 결정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육안으로 점검해왔다"면서 "기본적으로 정확도가 떨어질지도 모르겠지만 지질자원연구원에 공개된 지질 지료와 산림청이 만든 산사태 지도 등을 참고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림청이 만든 산사태 지도에는 지난 해 가장 피해가 컸던 서초동 우면산 지역도 위험지로 표시돼 있지 않는 등 전문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2년 전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300여개의 사면붕괴 위험지역과 지난해 산사태가 발생한 81개 지역이 거의 일치하지 않아 '엉터리 지도'라며 최근까지도 여론의 질타를 수차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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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예방사업에 대해 기간, 방법 모두 적절치 않은 단지 수백억짜리 돈잔치 공사라고 지적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아무리 전문가라도 풀로 덮여있고, 석축과 옹벽이 있어서 안쪽의 지반 특성을 눈으로 확인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며 "지질이나 지형이 다른 지역에 3억, 5억 등의 일관된 예산을 편성한 것도 말이 안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위험지역 선정에는 토양의 지질과 지형, 옹벽과 석축의 도면, 산사태 이력 등 여러 가지 자료들을 종합해야만 하고 특성에 맞는 적절한 예산이 편성돼야한다는 설명이다.
[BestNocut_R]이 교수는 "홍콩은 54,000곳의 위험지역을 500명의 전문가들이 투입해 무려 35년 동안 점검하고 있다"며 "이에 비하면 서울시는 돈 쓰기 위한 공사"라며 덧붙였다.
올 여름도 잦은 국지성 호우가 예고돼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주먹구구식 수해복구공사에 이어 예방공사까지 허술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애꿎은 시민들의 불안만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