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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원대 불법대출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유동천(72) 제일저축은행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인척들과의 친분을 법정에서 증언했다.
유 회장은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정선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철규(55ㆍ구속기소) 전 경기지방경찰청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대통령의 친인척 여럿을 함께 만나 식사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6~8월 사이 이 전 청장이 자연산 장어와 송이버섯을 직접 가져와 서울 청담동의 한 식당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유 회장은 이 전 청장을 통해 이 대통령의 사촌처남 김재홍(73ㆍ구속기소) 씨를 소개받았다고 인정했다. 또 함께 식사를 한 멤버로 이 대통령의 손윗동서인 황태섭 씨와 처남인 고(故) 김재정 씨,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거론했다.
이어 "식사 자리는 단 한 번"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측근과 친인척을 아우른 이들 'MB 패밀리'가 모두 한 자리에 초대됐다는 게 유 회장의 증언인 셈이다.
김재홍 씨는 유 회장에게서 제일저축은행 퇴출 저지와 경찰의 불법유흥업소 대출사건 수사 무마 청탁 대가로 3억 9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실형이 선고돼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또 김윤옥 여사의 첫째 언니의 남편인 황태섭 씨는 수억원의 고문료를 받고 제일저축은행 고문을 지냈다. 지난 2010년 숨진 처남 김재정 씨는 BBK에 투자한 다스의 대주주였고, 이 대통령 형제의 재산을 관리했다는 의혹도 받아왔다.
조 전 경찰청장은 당시 부산지방경찰청장 재직했고 이듬해 치안정감인 경기지방경찰청장으로 승진했다.
이같은 유 회장의 증언은 검찰이 이 전 청장을 이날 유 회장으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수표를 수수한 혐의에 대해 추가로 기소하면서 나왔다.
변호인은 "이 전 청장이 이런 모임을 3차례 주선했고, 유 회장이 고마움의 표시로 수행비서에게 식사비용 명목으로 돈을 건넸을 뿐 청탁의 대가는 아니었다"는 취지의 변론을 폈다.
하지만 유 회장은 "한 번이었다. 비용은 내가 법인카드로 계산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술은 와인이었다"는 등 구체 사실을 기억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전 경찰청장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유 회장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면서 "김재홍 씨는 서울청장 시절(2009~2010년) 전의경 위로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만났고, 황태섭 씨는 이 전 청장 소개로 2차례 정도 만났다"고 유 회장의 증언에 대해 부인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도 유 회장과 친분 관계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변호인은 "천 회장과 고려대 교우회 활동을 함께 해서 잘 아는 사이가 아니냐"고 물은 뒤 "이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2월 이 전 청장에게 '내가 천신일 회장을 잘 아는데 소개해주겠다'는 제안을 했고, 이때 이 전 청장이 '저는 김재홍 씨를 압니다'면서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냐느냐"고 질문했다. 유 회장은 이를 부인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새누리당 윤진식 의원이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유 회장 측근의 구체적인 증언도 나왔다.
[BestNocut_R]유 회장에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장모 제일저축은행 전무는 “윤 의원에게 자신이 마련한 돈과 함께 유 회장이 집무실에 갖고 있던 돈까지 보태 건넸다”며 “윤 의원과 이 전 청장 외에 유 회장이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돈을 준 다른 인물들도 있다”고 진술했다.
앞서 윤 의원은 지난 5월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기소되지 않았다.
윤 의원은 지난 2010년 7.28 재보궐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유 회장에게서 수천여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은 이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2009~2010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정책실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