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도종환 |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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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용 국어교과서에 실려 검정 진행중인 도종환 의원의 시 ''담쟁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달 26일 검정 심사를 받은 중학 국어 16종에 대한 수정ㆍ보완 의견을 출판사에 보내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도 의원의 시와 산문이 실린 8종에 대해 작품 교체 등을 요청했다.
교과서에는 `흔들리며 피는 꽃'', `담쟁이'', `종례시간'', `여백'', `수제비'' 등 5편의 시와 2편의 산문 등 총 7편이 수록됐다. 담쟁이ㆍ수제비ㆍ종례시간 등은 2∼3개 교과서에 중복 게재됐다. 도 의원의 작품은 2002년 처음 교과서에 실렸다. 당시 7차 교육과정 교과서 개편 때 중학교 1학년 국어 국정교과서에 시 ''어떤 마을''이 처음 실렸다.
평가원은 공정성의 원칙, 객관성의 원칙, 일관성의 원칙, 합의의 원칙 등을 토대로 교과서를 심사한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객관성 확보를 위해 교육 내용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심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이 일반인 시절 찍은 영화 `완득이''의 사진이 수록된 교과서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수정ㆍ보완을 요청했다고 평가원은 설명했다.
그러나 평가원 조치에 대해 반발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진보적 문인단체 한국작가회의는 9일 이번 권고 조치를 "표현의 자유 침해"로 규정하고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가회의는 이날 ''시인을 추방하지 말라''는 성명을 내고 "교과서에 실리게 될 시들은 정치인 도종환 이전에 시인 도종환의 작품"이라며 "도종환 시인이 야당 국회의원이 아니고 여당의 국회의원이었다해도 이런 치졸한 이유를 들어 추방하려 했을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김춘수 시인은 1980년대 민주정의당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당시 시인의 작품 ''꽃''이 교과서에서 삭제됐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기준이 굉장히 자의적"이라고 주장했다.[BestNocut_R]
이 이사장은 "교과서에 실린 도 시인의 작품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쓴 것도 아니며 철저한 문학적 검증을 거쳐 수록된 것"이라며 "삭제 권고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정치적 탄압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시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교적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문인들도 이번 조치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일선 교사들도 문인이 국회의원이 됐다고 해서 무조건 교과서에서 작품을 빼야 하는 지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