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퇴임한 안대희 대법관
'국민검사', '안짱', '검찰 사상 최고의 칼잡이' 모두 한 사람의 별명입니다. 바로 안대희 전 대법관 얘기인데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당시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할 것 없이 대선 자금을 성역 없이 수사해서 검사로서는 최초로 팬클럽이 결성되기도 했었죠. 검사장에서 대법관으로 변신했고, 지난 화요일 6년간의 대법관 생활을 마쳤습니다. 그 소회를 직접 들어보죠. 안대희 전 대법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안대희
◇ 김현정> 이제 막 법복을 벗으셨는데, 적응이 좀 되셨습니까?
◆ 안대희> 이제 이틀 지났습니다. 적응하는 중이라고 할까요. 감사합니다.
◇ 김현정> 검사로서는 29년, 대법관으로는 6년. 합이 35년이네요?
◆ 안대희> 군법무관 합쳐서 35년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공직 생활을 모두 마감한 심경이 어떠세요?
◆ 안대희> 그동안 과중한 업무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느낌이라고 그럴까요. 그동안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혹시 부족함 점이 없었는지 또 섭섭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는지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퇴임하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법관의 가장 큰 덕목은 한없이 자신을 낮추어 작은 목소리도 하찮게 여기지 않는 자세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생각하는 대법관의 인물상이랄까요, 자격이랄까요. 어떤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 안대희> 신뢰라는 것은 항상 올바른 판단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판단이라는 것은 고난을 법률에 따라서 제대로 행사하는, 그런 의무에 따른 판단이라야 될 것입니다. 그래서 물론 외부청탁이나 압력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되지만, 특히 또 자신의 생각을 지나치게 강조해서는 않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리자면, 편견 이런 게 생기는 것이 항상 오만으로부터 인한 경우가 많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항상 겸손하고 낮춰서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게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고요. 한 건, 한 건 치밀하게 처리해야 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말을 하고 싶습니다.
◇ 김현정> 판사와 검사를 다 경험해 본 안대희 대법관 같은 분이 많지는 않죠?
◆ 안대희>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 김현정> 사법연수원 시절로 다시 돌아가서 만약 검사, 판사 중에 한 길을 고르라면 어떤 쪽을 고르시겠어요?
◆ 안대희> 젊은 열정, 말하자면 나쁜 극악을 척결하는 이런 게 아직까지도 관심이 많습니다. 역시 검사를 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검사 중에 팬클럽을 가진 검사가 또 있나요?
◆ 안대희>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저는 못 봤습니다. 송광수 검찰총장과 함께 국민의 사랑을 정말 많이 받으셨는데요. 검사로 있던 시절, 여러 가지 사건을 처리하는 그 과정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거라면 어떤 걸까요?
◆ 안대희> 물론 국민들이 많이 기억하기로는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할 때 많이 성원을 해 주셨습니다. 그때 참 감사를 드리고 있는데요. 제가 초임 시절에 처리했던 저질연탄사건이랄까요? 열량이 부족한 연탄을 공급해서 하루에 4장 정도를 갈아야만 난방을 할 수가 있는, 그런 연탄을 갖다가 떼서 이게 문제점이 있지 않을까 수사를 시작했고요.
상당히 수사 자체는 성과를 많이 거뒀습니다만, 나중에 그 사건을 지휘하던 검찰 간부님들이 다 인사 불이익을 받았던 그런 기억이 납니다.그 뒤에도 저는 주로 국민들 입장에서 민생 관련 사건을 많이 했습니다만, 시내버스 비리 사건 등 여러 가지 국민들을 위한, 제도개선을 위한 수사들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 김현정> 예를 들어 저질연탄 사건 같은 것을 수사할 때 그 당시에는 여기저기서 압박들이 많이 들어왔을 것 같은데요?
◆ 안대희> 글쎄요. 판사, 검사하라고 하는 것은 다 그런 외부적인 문제에 대해서 항상 균형감각을 가지고 형평을 지키는 거 아니겠습니까?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 김현정> 팬클럽들 중에서 극성팬도 있었습니까? 혹시 에피소드 기억나는 거 있으세요?
◆ 안대희> 저는 항상 검사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팬클럽에 대해서 그렇게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실 인터넷에, 제가 직접 거기 들어가 본 일이 한 번도 없습니다.
◇ 김현정> 팬클럽 사이트에?
◆ 안대희>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 게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잘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제가 듣기로는 일부 극성팬이 보약 사들고 대검찰청까지 찾아오기도 했다고요?
◆ 안대희> 옛날에 그런 일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 김현정> 지금 인터뷰하면서도 제가 쭉 느낍니다만, 대쪽 검사다. 대쪽 같은 느낌이 여전하시네요.
◆ 안대희> (웃음) 아닙니다. 많이 부족합니다.
◇ 김현정> 2003년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있을 때 노무현 대통령의 정권 초기였는데요. 이 정권 초기에 현직 대통령의 측근비리를 수사했어요. 거기다가 새누리당의 전신이죠. 한나라당의 대선 불법자금 수사도 철저히 해서 자그마치 현역의원 23명을 포함한 정치인 40여 명, 기업인 20명을 처벌했습니다. 그 당시 어떤 생각으로 임하셨어요?
◆ 안대희>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법의 부여받은 권한을 의무로 생각하고, 그에 따라서 일을 했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야 할 것 없이, 또는 살아 있든 죽어 있든 권력이든 누가 권력자이든, 이런 거 상관없이 '범죄가 있으면 처벌한다' 이런 입장을 견지했고요. 또 그런 데 대해서 언론이나 국민들이 많이 성원해 주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적정한 성과를 거두었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어떻게 보면 조금 다루기 어려워 보이는 것을 검사들이 수사할 때, 국민여론이 지지를 해 주면 큰 힘이 되나요?
◆ 안대희> 정말입니다. 국민여론의 지지, 밝혀지면 좋겠다, 이런 것들이 민심이 되고 그것이 언론을 통해서 또 업무에 반영이 되기 때문에 힘을 크게 얻는다고 하겠습니다.
◇ 김현정> 크게 얻는군요.
◆ 안대희> 네.
◇ 김현정> 그럼 2003년 그 당시에 여야를 막론한 대대적인 대선 자금 수사에는 국민여론의 지지, 응원이 절대적이었다, 이렇게 봐도 되나요?
◆ 안대희>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수사 마치고 시장이나 이런 데 가서 일반 국민분들을 만나면 심지어는 “기도했다. 절했다” 수사가 성공하도록 이런 분들의 여망을 받아들이는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렇게 철저하게 수사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럼에도 최근에 다시 대통령의 측근비리가 이것저것 터지고 있습니다, 정권 말에. 보면서 어떤 생각 드세요?
◆ 안대희> 기본적으로 그 당시는 그 수사로 인해서 제도적으로 많이 개혁이 되었습니다. 깨끗한 정치가 많이 정착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사람 사는 사회니까 언제나 범죄는 있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범죄를 밝혀내고 처벌하는 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이렇게 법원이나 검찰이 중심을 잡고, 그런 범죄에 대해서 대응을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괜찮은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현직 대통령은 그 당시에 살아 있는 권력이었거든요. 혹시 압력 같은 거 조금이라도 없었습니까?
◆ 안대희> 저는 그렇게 받은 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당시는 정부 초기였습니다만, 그 정부도 나름대로 원칙을 가지고 법대로 해 봤으면 하는, 그런 천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저희들 수사에 간섭하거나 이런 건 없었던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 김현정> 특별히 입니까? 아니면, 전혀 없었습니까?
◆ 안대희> 글쎄요. 생각이 나지를 않는데, 저는 그런 걸 느낀 적은 없습니다.
◇ 김현정> 느낀 적은 없다, 그러면 없는 거네요. (웃음) 우리 후배 검사들에게 이것만큼은 꼭 조언해 주고 싶다, 말해 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 안대희> '하늘이 무너지더라도 원칙을 지켜라' 원칙이라면 여러 가지 의미가 들어 있겠습니다만, '항상 법률에 의해서 불편부당해야 되고, 공정해야 되고, 그 다음 노력해야 된다' 그런 것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김현정> 2010년에는 총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하셨죠?
◆ 안대희> 그건 어폐가 있는 말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한 적 한 번도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럼 앞으로도 정치하실 뜻은 없으십니까?
◆ 안대희> 네, 지금은 없습니다.
◇ 김현정> 지금으로서는 없는 거죠?
◆ 안대희> 자유인이니까 뭐든지 생각할 수 있는 거죠. (웃음)
◇ 김현정> 가능성은 열어두시는군요.
◆ 안대희> 아닙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까?
◆ 안대희> 일단 외국 대학교를 가서 방문연구원으로 있어볼까 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못 했던 공부도 좀 하고요. 그리고 갔다 와서는 변호사라든지 그런 것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만, 변호사를 하더라도 지금까지 공직자로 살아온 궤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을 다짐해 봅니다.
◇ 김현정> 전관예우라는 것이 있죠. 법조계의 오랜 관행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안대희> 제도적 개선도 많이 되었고,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닐까 하는 저 나름대로의 생각을 해 봅니다.
◇ 김현정> 그럼 안대희 전 대법관께서는 전관예우 이런 거 나는 없다, 나는 거절이다?
◆ 안대희> 그렇습니다. 다 법리대로 하는 것이죠. 그것이 나를 존중해 달라, 이렇게는 할 수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 김현정> 원칙과 소신 잃지 마시고요. 끝까지 좋은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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