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리베이트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이번에는 수십억 원대 의료기기 리베이트까지 적발됐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김우현 부장검사)은 의료기기 구매대행사 케어캠프 대표이사 이 모(60)씨와 강북삼성병원 행정부원장 신 모(59)씨 등 13명을 불법적인 뒷돈을 주고받은 혐의(의료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전담수사반은 삼성그룹 계열사인 ‘케어캠프’와 동종 업체인 ‘이지메디컴’ 등 2개 회사 법인도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씨는 지난해 11월까지 1년간 강북삼성병원 등 6개 병원에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씩 모두 17억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지메디컴 측도 지난해 2월까지 약 3개월간 시중 병원 등 3곳에 모두 2억4700만원의 리베이트를 뿌린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이들 2개 업체가 1년간 뿌린 액수만 19억원이 넘는 셈이다.
의료기기 유통대행사가 2000년부터 등장했지만, 의료기기 리베이트가 처벌대상이 된 것은 2010년 11월부터다. 이를 감안할 때 실제로 병원에 뿌려진 액수는 수백억 원대로 추정된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은 병원이 약제나 인공관절 등 의료기기를 구입할 경우 실제 거래가격으로 공단에 보험급여를 청구하는 '실거래가 상환제'를 시행하고 있다. 병원은 의료행위를 통해 수익을 얻어야지 약제나 의료기기 유통으로 수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그러나 병원이 거래가격을 부풀려 보험급여를 청구하더라도 건보공단이 부당청구를 확인하기 어려워 병원과 업체 사이의 리베이트가 기승을 부렸다. 적발된 두 업체 역시 실거래가 상환제의 허점을 악용했다.
이들 업체는 가격을 부풀린 거래계약서를 작성해 병원에 넘기고, 병원이 이를 바탕으로 건보공단에 보험급여를 청구하도록 유도했다. 병원은 건보공단이 지급한 과다 보험급여를 일단 업체에 모두 건넨 뒤, 실거래 가격과의 차액을 '정보이용료'라는 이름으로 돌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BestNocut_R]실제로 심혈관용 질환 수술에 필요한 의료기기인 '심혈관용 스탠스' 13개의 실구매가는 2503만원이었지만 건보공단에는 지급 상한액인 2698만원으로 청구됐고, 195만원의 차액이 병원 몫으로 돌아갔다. 국민 혈세로 대형병원의 배만 채운 모양새가 됐다.
그동안 건보공단의 심사를 교묘하게 피해온 업체와 병원들은, 한 병원에 현장 실사를 나온 보건복지부 관계자에게 리베이트 계약 내역이 담긴 문건을 '실수로' 전달하면서 덜미를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유통시장에서도 약품 유통시장과 마찬가지고 리베이트 수수 행위가 존재함을 확인한 최초 사례"라며 "새로운 분야의 관행적 구조적인 리베이트 유형을 적발하고 의료계의 고질적인 리베이트를 근절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