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26일 자진사퇴한 것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청와대에 반대입장을 전달했기 때문인 것으로 CBS 취재결과 확인됐다.
대법원은 대법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 절차가 계속 지연되고 법원내부 반발기류가 확산되자 지난 주말 김병화 후보자는 안 된다는 입장을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법무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양승태 대법원장은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를 강행할 경우 대법원장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 대법원장은 김 후보자가 대법관이 될 경우 법원내 소장판사들이 연판장을 돌리는 등 동요할 것이라는 내부 움직임을 파악하고 판사들이 집단행동을 하면 ''나도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함께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퇴 배수진을 쳤다는 얘기가 맞냐?''는 질문에 "그런 얘기를 들었다. 틀리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를 확인했다.
대법원의 중견간부는 "김병화 후보자 파문과 관련해 대법원장이 마음고생이 많았다"며 "신영철 대법관 파문으로 일선 판사들이 항의글을 올리고 사퇴를 촉구하는 일을 겪었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잘못 해결했다가는 리더십에 큰 위기가 온다는 점을 잘 알고 계신다"며 대법원장이 배수진을 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법원내 반발기류가 심상치 않았다"며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특히 26일 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27일로 예정된 국회법사위 업무보고에서 김병화 후보자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이런 반발기류가 확산되자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긴박하게 조율에 나서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김병화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경북고 동문들이 이를 강력 저지했다는 사실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권재진 법무장관, 정진영 민정수석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 모두 경북고 동문이다.
1
대법원이 김병화 후보자에 대한 반대입장을 전달했지만 권재진 법무장관과 정진영 민정수석이 절대 안된다며 버텼고 이한구 원내대표는 강창희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압박하며 의원들의 외유를 금지하는 등 밀어붙일 준비를 하기도 했다.
경북고 3총사가 적극 반대한 이유는 김병화 후보자가 사퇴할 경우 추천한 권재진 법무장관과 이를 검증한 정진영 민정수석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다 여권으로서도 야권에 밀린다는 정치적 계산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퇴의 배수진을 치고 나오자 청와대와 새누리당에서는 더 이상 밀어붙이기 어려워졌다. 김병화 후보자를 대법관으로 임명하려다 ''사법파동''으로 비화될 조짐이 보이는데다 후폭풍이 거세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BestNocut_R]
실제로 수원지방법원 송승용 판사는 지난 23일 법원 내부게시판 ''''코트넷''''에 올린 ''''대법관 임명 제청에 관하여''''라는 글에서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결격사유만으로도 김 후보자가 대법관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김 후보자의 대법관 임명은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신,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법관 및 법원 구성원들의 자긍심에 엄청난 손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내에서 동료판사와 직원들이 댓글을 달며 이를 지지했다. 또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도 김병화 후보자는 자진사퇴하라며 반대하는 등 심상찮은 기류를 보여왔다.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 사퇴서 전문 |
사퇴에 즈음하여
11
저는 오늘 대법관 후보에서 사퇴하고자 합니다.
저를 둘러싼 근거없는 의혹들에 대하여 끝까지 결백함을 밝히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러나 저로 인해 대법원 구성이 지연된다면 더 큰 국가적 문제라고 생각하여, 제가 사퇴하는 것이 국가에 마지막으로 헌신하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청문회 과정에서 저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저는 사실무근임을 성실하게 해명하였습니다만 해명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의혹 제기를 계속하여 참으로 저와 제 가족들은 명예와 인격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비록 제가 오늘 사퇴하지만, 앞으로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이런 안타까운 일이 다시 없기를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한 소치이고,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30년이 넘도록 공무원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결백을 믿어주시고 성원하여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그 고마움을 평생 가슴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7.26 대법관 후보자 김병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