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씨 고문사건을 둘러싸고 한중간에 외교마찰 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우리 국민에 대한 영사 보호를 위해 10년 전부터 중국과 영사협정 체결을 추진해왔지만 아직도 지지부진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중영사협정 체결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 93년 4월. 중국이 먼저 협정 체결을 제안했다.
이후 양국 국민간 교류가 급격히 늘면서 양국 모두 영사협정 체결이 필요하다는데는 인식을 같이 하고 지난 2002년 5월 1차 협상을 시작했다. 이후 2007년 1월 2차, 2010년 1월 3차, 그리고 지난해 12월에 4차 협상을 했지만 양측의 이견이 많아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지난 2007년 1월에 열린 한중외교장관회담에서는 영사협정을 조속히 체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한·중 양국간에는 여러 부문에서의 이견으로 접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중간에는 협약 내용을 둘러싼 쟁점사항들이 많다"고 밝혔다. 특히, 체포, 구금 후 통보 및 영사접견 등과 관련한 시한, 절차, 통보방식에 대한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영사접견 문제에 있어서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을 준용하자는 입장인 반면, 중국측은 입장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한국과 중국의 정치체제가 다른 점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각국이 양자간 영사협약을 체결하려는 것은 자국민에 대한 영사보호에 더욱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사협정 체결국간에는 상대국 국민에 대한 구금 등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공안당국이 구금시설에서 미국인 등 서양인은 A급, 일본인은 B급, 한국인은 C급, 탈북자는 D급으로 분류해 차별 대우한다는 얘기도 있다. 공교롭게도 중국은 미국, 일본 등 상당수 국가와 영사협정을 체결했다.
외교부는 김영환씨 사건을 계기로 한중영사협정 체결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정부는 오는 9월 열리는 한중 영사국장 회의에서 영사협정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간에 한중영사협정 체결에 속도를 낼 경우, 1~2년 내에 협정이 타결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중 양국간에 영사협정이 체결됐더라면 이번(김영환씨)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한·중영사협정과 같은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BestNocut_R]
현재 한국을 가장 많이 찾는 외국인이 중국인이고 중국을 가장 많이 찾는 외국인은 한국인으로 연간 양국 국민의 교류가 7백만명에 이르고 있다.
한편, 우리 정부는 미국과 러시아 등 2개국과 각각 지난 63년과 92년에 한미·한러 영사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