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면전환용 정치 이벤트 안돼
- 대일강경책에 민간영역 불똥 우려
- 통화스와프 중단까진 안 갈것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민주통합당 이용섭 정책위의장
요사이 한일 관계. 마주보는 폭주기관차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자 일본은 즉각 한․일 재무장관 회의를 보류했습니다. 그리고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 으름장을 놓았죠. 그러자 이 대통령은 일왕을 향해서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방한이 안 된다” 이렇게 말을 했고요. 이 말이 나온 다음 날 일본의 각료들은 신사참배를 했습니다. 한일간에 통화스와프 중단을 검토하겠다는 언론보도도 나왔습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우리나라 보수단체의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주일 한국대사관 앞에서는 일본 우익단체 시위가 연일 벌어집니다. 이 두 나라 관계, 어디로 가는 걸까요? 과연 이 방향이 맞는 걸까요? 이런 와중에 민주통합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이명박 대통령 제발 가만히 좀 있어 달라”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죠. 민주통합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입니다.
이용섭
◇ 김현정> 지금의 한일 관계. 위험수위라고 보는 분도 있고 별로 걱정할 것 없다는 분도 있고,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 이용섭> 상황의 진전을 좀 더 봐야 될 것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감정적인 문제와 국익 문제를 잘 조화시키고 병행시킬 필요가 있다고 봐요. 과거사에 대해서 전혀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영토 문제를 제기하고 역사를 왜곡시키려는 일본을 보면 더 강경하게 대응했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 실은 그동안 우리 마음속에 있었던 게 사실 아닙니까?
그러나 이제 국가 간의 문제라고 하는 것은 감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깊은 검토와 면밀한 대응책을 가지고 신중하게 처리해야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냉각된 상태가 지속되면 저는 우리가 원하는 영토문제라든지, 과거사문제가 해결도 되지 않으면서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손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더 냉철해져야 될 때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위험수위에 지금 관계가 이른 건 맞다고 보시는 거예요?
◆ 이용섭> 위험수위 쪽으로 가고 있지 지금 상황을 위험수위에 와 있다, 이렇게 단언하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요?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상황은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지금 이 대통령 강경방침에 대해서 지지하는 분도 있고 걱정하는 분도 있고 좀 엇갈리는 와중인데, 이용섭 의장께서는 '제발 대통령 가만히 있어 달라' 이러셨어요?
◆ 이용섭> 제가 야당 의원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조목조목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런데 이번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를 보면 아직도 무엇이 문제인지, 현실인식이 제대로 안 되어 있다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김현정> 어떤 걸 보면서 그러셨어요?
◆ 이용섭> 왜 그러냐 하면, 지난 4년 6개월을 엉뚱한 일만 하다가 허송세월 보내고 이제 실질적인 임기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에 와서 무슨 경제와 민생은 임기가 없다느니, 대북 정책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느니, 이런 무책임한 얘기들을 하고 있어서 제가 좀 드린 말씀이고요.
경축사 마지막 구절을 보면 대통령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저는 임기 마지막날까지 일하고 또 일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정부에서 한 일을 보면 시대정신과 거꾸로 가거나 잘못한 일들이 많아요. 예를 들면 90조원 이상의 부자감세를 해서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국가 부채를 늘렸다든지, 22조가 넘는 4대강 사업으로 국민들이 식수를 걱정한다든지. 그래서 제가 드린 말씀이 '제발 좀 새로운 일 벌이지 말고 가만히 좀 계십시오.' 그렇게 얘기를 한 거고요.
죄송한 얘기지만 이게 방향이 틀린데 대통령이 열심히 하면 할수록 다음 정부에 부담이 되고 바로 잡으려면 힘이 듭니다. 그래서 마지막이니까 벌여놓은 일 잘 마무리해서 민생문제 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 주시고 공정한 대선관리에 주력해 달라, 그런 말씀으로 드린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그 말씀은 일본, 대일 대응책에 대해서도 같은 뜻으로 하신 말씀인가요?
◆ 이용섭> 그렇습니다. 그것도 적용되고요. 왜 그러냐 하면 실은 지난 4년 6개월을 우리가 되돌아보면 대통령의 행보가 이렇지는 않았잖습니까? 그야말로 조용한 친일외교를 강조하면서 일본 정부에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했거든요.
◇ 김현정> 조용한 외교를 쭉 해서, 사실은 그것에 불만을 품은 국민들도 좀 계셨죠?
◆ 이용섭>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얼마 전 지난 5, 6월만 해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비밀리에 추진했던 대통령 아닙니까? 그런데 힘 다 빠진 임기 말에 와서 갑자기 강경자세로 돌아섰어요. 실은 보기에 따라서 통쾌한 생각도 들고 속 시원한 생각도 들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독도를 방문할 때만 해도 면밀한 후속 대책이 있겠지, 이렇게 생각을 하고 지켜봤어요.
그런데 그 이후에 대응하는 것을 보니까 긴장감만 고조시키고 대안이 없더라는 얘기죠. 그런데 국가 간의 일을 일국의 대통령이 사후 대안도 없이 일만 저지른 것 아닌가 하는 걱정들을 일부에서 하기 시작한 것이죠. 이런 걸 문제라고 보는 것이죠.
◇ 김현정> 그럼 왜 이런 강경발언이 임기 말에 나왔다고 보세요? 지금 말씀대로라면 임기 말에 이럴 이유가 없는데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 이용섭> 대통령의 속뜻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다만 추측해 보면 지금 우리 이명박 대통령이 매우 어렵습니다. 경제도 안 풀리죠. 측근들이나 친인척들은 부정부패로 줄줄이 구속되고 있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잖아요. 또 대통령이 무슨 대책 하나 내놓으면 여당인 새누리당마저도 건건이 반대를 하고 있거든요. 이것은 레임덕 차원을 넘어서서 사실상 식물정부가 되어 버리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대통령께서 이런 생각을 하실 것 아닙니까? 국민 이슈를 한번 주도해 보고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국면전환용, 어떤 정치적 이벤트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저는 독도 방문이 그런 동기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보고요. 또 하나 새누리당 입장에서 보면 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천장사, 공천헌금 문제 있잖아요. 이게 지금 수그러들고 있거든요. 이런 저의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죠.
◇ 김현정> 그러니까 할 수 있는 말이고 행동이었지만 너무 감정적으로 가다 보니까 득보다 실이 많았다, 이런 평가이신 거군요?
◆ 이용섭> 그렇습니다. 독도 방문 이후에 좀 더 냉철하고 논리적이고 면밀하고 정교한 대응책을 내놨다면 우리가 이런 얘기를 할 필요가 없죠. 그 이후에 보면 많은 말씀을 하셨잖아요. "일본이 반발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도 이전 같지 않다." 이런 걸 공개된 석상에서 말씀하는 것도 그렇고, "일본 왕이 방문하려면, 진심으로 사과할 거면 '통석의 염' 이런 단어 하나 찾아서 올 거면 오지 말라" 이런 얘기들은 적절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 김현정> 여하튼 상황은 이미 벌어졌고 예상대로 일본은 거세게 반발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몇 가지 시그널이 있는데 우선 야스쿠니 신사에 그나마 자민당보다는 진보적이라고 하는 민주당 각료들이 처음으로 참배를 했어요.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되나요? 강한 도발 아닌가요?
◆ 이용섭> 그렇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대응하는 일본이 참 밉지만, 또 일본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우호적이던 이명박 대통령이 갑자기 강경자세로 선회하니까 아마 매우 당황스러웠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2008년 2월에 우리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뭐라고 했냐면 “일왕의 한국 방문에 어떠한 제한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랬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진심으로 사과하려면 오라” 이런 얘기들을 하니까 이런 반발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예정된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독도를 방문하려면 이런 후속 시나리오에 대해서 아주 정교하고 면밀한 예측을 하고 대책을 가지고 있었어야 됩니다. 그런데 대책 없이 일을 저질러놓고 사건만 키우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나 청와대쪽이 너무 전시성 행정을 한 거 아닌가, 국내 정치용 방문이 아니었던가? 하는 이런 얘기들을 서서히 하고 있는 거죠.
◇ 김현정> 어제는 '우리와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재검토하겠다' 이런 보도가 있었는데 이거 가능성이 있는 얘기인가요?
◆ 이용섭> 관방장관이 이걸 직접 다루는 것은 아니에요, 재무장관이 다루는데요. 저는 통화스와프 협정을 당장 폐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오는 10월이 되면 1년 계약기간이 만료되거든요. 이때 재협상을 해야 되는데 재협상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저는 이렇게 보고요. 다만 협정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들이 우세합니다.
◇ 김현정> 그 말씀은 왜 그런가요?
◆ 이용섭> 왜 그러냐 하면 이게 정치와 경제의 분리원칙이 아직도 유지되어야 일본에게도 유리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일본도 경제가 어려우니까?
◆ 이용섭> 만약 통화스와프 협정이 중단 되면 우리 원화는 이제 약세가 됩니다. 그러면 많은 제품에서 우리 제품하고 일본 제품이 경쟁을 하게 되는데요. 그러면 일본의 수출가격경쟁력이 떨어지거든요. 또 하나는 한․중․일 협력단계에서 일본이 제외되면 또 일본이 거기서 어떤 불이익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역시 양국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한없이 먼 나라지만, 경제면에서 보면 협력을 통해서 동북아 시대를 열어가야 할 공통의 과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요. 양국이 이 분위기를 지나면 또 좋은 협력관계로 잘 나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노력해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경제 쪽 통화스와프 문제는 크게 걱정 안 하시는 것 같고. '한류에도 악영향이 우려 된다' 이런 분석도 나오던데, 그건 어떤가요?
◆ 이용섭> 대통령이 독도 방문만 하신 게 아니고 계속해서 강경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에 당분간 민간영역에까지 불똥이 파급될 것입니다. 또 하나 일본이 이런 강경카드를 검토 중인 것은 두 달 후에 조기 총선 있지 않습니까? 지금 일본도 소비세 인상 역풍을 맞아서 노다 총리가 정권을 내줄 처지에 있습니다. 그래서 독도와 과거사 문제를 아마 국내 정치용으로, 인기 만회의 수단으로 삼으려고 하는 노력이 있을 거고요.
자칫 잘못하면 지금 우리나라도 선거가 있고 저쪽도 선거가 있기 때문에 이게 감정적으로 접근하게 되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이걸 사회 지도층이나 정치인들 양국이 저는 다 경계를 하고 걱정을 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컨트롤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어떤 상황까지 예상하시는 건데요?
◆ 이용섭> 이제 양국 간의 경제 관계는 자기들이 정권 잡는 문제에 비유하면 2차적인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대선후보들이 새누리당, 민주당 다 이렇게 나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선은 대권을 잡는 게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 김현정> 눈앞의 과제는 그거겠죠.
◆ 이용섭> 그러다 보면 한일 양국 간에 멀고 긴 이익보다는, 목전의 이익을 서로 주장하다 보면 경색 관계로 갈 수 있다는 얘기죠.
◇ 김현정> 혹시 독도 근방에서 어떤 군사적 충돌이라든지, 이런 것까지 가지는 않겠죠?
◆ 이용섭>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을 해야 되겠죠.
◇ 김현정> 만약 군사적 충돌까지 벌어지면 이 독도 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까지도 자동으로 가게 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으니까 말이죠?
◆ 이용섭> 그렇습니다. 그것은 결코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 크게 세 가지가 문제 아닙니까? 36년 간 강점하의 과거사 청산 문제, 영토 문제, 역사 왜곡 문제. 이 세 가지인데, 이런 건 감정적으로 접근해서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편에서는 우리 정부가 우리 국민들의 분노와 울분을 대변해서 강경하게 대응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역사와 냉철한 논리를 내세워서 국제적으로 우리 편을 많이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김현정> 지금 한일 양국. 상당한 위기인 것만은 확실해 보이는데,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하는 게 지금으로서 가장 바람직한가 좀 정리를 해 주시죠.
◆ 이용섭> 저는 과거사 문제는 엄정하게 대응하고 따질 것은 확실하게 따져나가되, 현실적 경제 문제나 외교 문제는 협력할 것은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전시성 행보가 아니라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수단 확보가 필요하고요. 특히 정부도 이번에 우리 입장을 충분히 일본 측에 보여줬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제는 의연한 자세로 외교채널을 통해서 정교한 대응에 나서고, 대통령은 이제 직접 좀 안 나서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이제 우리가 좀 의연하게. 한마디로 요샛말로 쿨하게 대응하는 게 좋다, 이런 말씀이세요.
◆ 이용섭> 그렇습니다.
◇ 김현정> 민주통합당 이용섭 정책위의장,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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