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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저녁 서울 여의도에서 벌어진 ''묻지마 칼부림'' 사건의 범인을 제압하고 그나마 피해 확산을 막게된 배경에는 시민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이들 시민 중에는 여야 소속 정당인과 종합격투기 세계챔피언을 지낸 현직교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23일 드러났다. 정치권 인사가 상당수 포함된 것은 범행 장소가 국회 바로 맞은 편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청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인 계진성(41) 씨는 일행인 명지대 무예과 합기도 교수인 이각수(51) 씨와 함께 국회 앞 여의도 렉싱턴 호텔 인근에서 식사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차를 타려고 하는 순간 ''아!''하는 소리를 들었다.
쳐다 보니 여자가 주저앉고 남자는 뒷걸음치고 있었다. 처음엔 친구들끼리 술 마시고 다투는 것처럼 보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넘어진 남자가 새누리당 쪽으로 뒷걸음치면서 "119 신고해!"라고 소리를 지르자 상황이 급박한 것을 깨달았다. 계 씨도 주변 사람들에게 "119에 신고하세요"라고 소리쳤다.
피해자 김모(33) 씨는 최초 사건발생 장소에서 15미터 거리에 있는 커피숍쪽으로 달아나 야외 테이블의 의자를 들고 뒤쫓아오는 남자와 대치했다. 범인 김모(30) 씨가 손에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은 그때 처음 발견했다.
커피숍의 다른 남자들이 놀라 소리를 지르자 범인 김 씨는 다시 처음 장소로 돌아가려고 했다. 이때 계 씨는 무예과 교수인 이 씨와 함께 제압해야 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양동작전을 폈다. 렉싱턴 호텔 후문쪽에 있던 이 교수는 피의자 쪽으로 다가가고 자신은 피의자의 옆을 돌아 뒤에서 제압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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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급히 다가가 피의자의 얼굴 부위를 발로 가격했다. 칼 든 30대 남자에게 함부로 다가가기가 쉽지 않을 일일 텐데, 1990년대 초 세계종합격투기 대회에서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세계챔피언을 했던 경력의 소유자라 과감한 행동이 가능했다.
그런데 범인이 옆으로 쓰러지는 듯하더니 넘어져 있던 여자를 또다시 찔렀다. 다시 찌르려는 상황에서 이 교수는 김씨의 가슴 부위를 발로 찼다. 범인은 칼을 들고 덤비려고 하다 주변의 시민들이 모이자 국회 방향 큰 길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이 교수와 계 씨의 릴레이식 추격이 시작됐다. 범인이 스타벅스 앞에서 마주오는 남자의 배 부위를 찌르자 이 교수가 남자의 상태를 살피는 사이 계 씨는 김 씨를 쫓았다. 30~40미터 더 떨어진 위치에서 김 씨가 마주오던 여자를 또 찌르자 이번에는 계 씨가 여자를 살폈다. 피가 솟을 정도로 출혈이 심하자 자신의 옷을 벗어 지혈을 시작했다.
그 사이 이 교수는 김 씨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았다. 범인이 "다가오면 죽인다"고 위협했지만, "칼을 버려!"라고 소리치며 조금씩 다가갔다. 이런 대치상태가 5분여 지난 뒤 경찰이 도착해 결국 범인 김 씨는 검거됐다.
민주통합당 김두관 경선후보 캠프에서 문화예술특보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우(46) 씨도 사건발생 직후 119에 신고한 뒤 허리띠를 풀고 범인을 뒤쫓는 등 용감한 시민의식을 발휘했다.
김 씨는 범행 장소 바로 옆에 위치한 제과점 야외 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당시 사건 현장엔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시간대였다고 한다. 제과점 야외 테라스에 너댓 명, 맞은편 렉싱턴호텔 후문쪽에 서너 명이 서 있었다.
[YouTube 영상보기] [무료 구독하기] [nocutV 바로가기] [Podcast 다운로드]차를 마시기 위해 앉아 있던 김 씨의 시야에 남녀 한쌍이 들어왔고, 곧이어 뒤에서 한 남자가 뛰어오면서 여자의 옆구리를 찔렀다. 처음엔 아는 사이끼리 놀라게 하는 장난으로 생각했는데 범인이 이번엔 돌아보는 남자의 오른쪽 옆구리를 또 찌르자 엄청난 사건임을 직감했다.
제과점 테라스에서 내려와 저녁 7시 15분에 119에 신고했다. 이때가 이 교수가 최초로 범인을 제압하려던 순간이었다.
[BestNocut_R]119에 신고했던 김 씨는 1분 뒤인 7시 16분쯤 범인을 뒤쫓으면서 112에도 신고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입니다. 잠시 뒤에 다시 걸어주십시오"라는 메시지만 들려왔다. 급박한 순간이었지만 112신고는 불가능했기에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이 교수와 계 씨가 범인을 쫓을 때 김 씨와 주변의 시민 5~6명도 함께 쫓았다. 김씨는 "자신은 무기로 쓸 만한 것이 없어서 허리띠를 풀어 들고 쫓았고, 일부 사람들은 교통용 삼각대를 손에 쥐고 뛰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강운태 시장의 보좌관을 지냈고 현재는 광주시 서울사무소에 근무하는 천경배(38) 씨도 맨손으로 범인을 뒤쫓는 등 검거에 적극 가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