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부당하게 영장기각하거나 보강수사 지휘하는 이유 (출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전국 수사경찰 542명 설문조사)
경찰관 상당수가 검찰에 의한 부당한 영장 기각이 전관출신 변호사나 검찰 관계자의 청탁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독점한 영장 청구권을 통해 전관출신 변호사들이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각이, 일반인들뿐 아니라 경찰관들 사이에서도 팽배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찰청 황운하 수사기획관(경무관)이 성균관대 법학과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영장청구권에 관한 연구''에는 이런 일선 경찰관들의 시각이 적나라하게 소개돼 있다.
"이 사건은 처음 00 지검 특수부에서 아주 좋은 사건이라며 잘 해보자며 수사팀을 독려하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피의자 측에서 퇴임한 지 갓 1년 된 00지검 특수부장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태도가 싹 바뀌었습니다. 변호사 의견서의 내용이 그대로 검사의 수사지휘서에 실리며 그걸 소명하라는 지휘로 고스란히 인용이 되었고요. 그러면서 영장이 기각되었고..." (00경찰서 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담당 수사관, 수사경력 13년)
"처음에는 의욕에 넘치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검찰에서 한두 번 영장을 기각하면 차츰 기가 죽기 시작합니다. 아, 결국 또 검찰이라는 큰 산을 넘지 못하는구나.." (00경찰서 변호사법 위반사건 담당 수사관, 수사경력 23년) 황 기획관이 직접 수사경찰관을 면담해 논문에 수록한 일부 내용이다.
실제로 논문이 인용하고 있는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의 설문조사(2012년 7월 30일~8월5일 실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전국 수사경찰 542명 중 61.6%(334명)가 ''검사로부터 부당 또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영장을 기각 당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 수사경찰관 44.9% ''''검사 부당한 영장기각은 전관예우 때문''''또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4.9%(203명)가 부당 또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영장을 기각 당한 이유로 ''전관예우 등 힘있는 변호사 선임''을 꼽았다. ''검찰관계자 등의 비호''(8.4%) 또는 ''사건 관계인의 청탁''(17%)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영장관련 검찰의 지휘가 부당하다고 생각이 들어도, 수사경찰관의 절반이 넘는 51.5%는 ''향후 수사과정에서 검사의 비협조가 두려워 그냥 따른다''고 대답했다.
거꾸로, ''검사가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영장을 신청하도록 지휘한 경우가 있다''고 응답한 수사경찰관도 117명이 있었는데, 이들 중 87.2%가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황 기획관은 수사경찰관의 91%가 ''검사의 영장기각으로 사건 수사에 차질을 빚었다''고 응답한 내용을 근거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이 (수사를 도와주지 못하고 오히려) 수사실무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체포·압수·수색·검증 영장에 대해서는 경찰의 판단을 존중해 검사는 요건심사만 하고,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큰 구속영장은 지금처럼 내용까지 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은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검사에게만 독점적으로 부여하고 있어(제12조 3항), 영장 청구권의 일부라도 경찰이 넘겨받으려면 개헌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그만큼 어렵고 앞으로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한편, 논문의 저자인 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은 경찰대 1기로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팀장을 역임했고, 일선 경찰서장 시절에도 검찰에 파견된 소속 수사관을 전원 복귀시키는 등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강하게 주장해 온 경찰 내 대표적인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