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3일 낙태 시술 처벌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리자 종교계와 여성계는 엇갈린 목소리를 내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낙태를 강력하게 반대해온 천주교 등 종교계는 이날 헌법재판소 판결에 대해 환영하고 나섰다.
천주교 생명운동본부의 송열섭 총무 신부는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태아 보호 의무를 합헌이라고 선언한 것이며 매우 당연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송 신부는 다만 재판관 가운데 4명이 반대 의견을 낸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간의 생명은 착상이 아닌 수정되는 순간부터 한결같이 존중돼야 한다"면서 "이런 점에서 일부 재판관이 임신 초기 생명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낸 점은 무척아쉽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기독교 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헌법재판소의 판결에공감했다.
이훈삼 NCCK 정의평화국장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합당하다"며 "어떤 이유로도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박탈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기에 사형과 마찬가지로 낙태도 인간의 권리 밖에 있다"고 밝혔다.
반면 여성시민단체들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지 않은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여성단체연합 이구경숙 사무처장은 "태아의 생명도 존중해야 하지만 아이를 낳아 양육하는 여성 당사자의 권리도 존재한다"며 "경제적 이유나 사회적 편견 때문에불가피하게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에게 사회적 토대를 만들어주지도 않고 출산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또 "출산율이 높았을 때는 낙태를 사실상 눈감아주다가 저출산이 문제가 되자 정부가 낙태금지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나영 사무국장도 "여성 자신의 몸과 직결된 문제가 국가의 통제나 타인의 간섭에 의해 결정될 수 없다"며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의 행복추구권을 인정하는 것도 국가의 의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