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숨진 민간인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5ㆍ16 쿠데타 당시 체포돼 혁명재판소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고(故) 김봉철 씨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김씨의 유족 1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국가가 약 19억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권력을 이용해 망인을 불법 체포ㆍ구금하고 위법한 재판을 통해 장기간 수감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에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지난 1960년 6월 6ㆍ25 전쟁 피학살자조사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유골 수습에 참여했고, 다음달 밀양공설운동장에서 열린 경남지역 피학살자 합동위령제에는 지역 대표로 참석했다.
이듬해 5ㆍ16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군사정권은 쿠데타 이틀 만에 김씨를 영장 없이 체포해 조사한 뒤 기소했으며, 혁명재판소는 김씨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을, 2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지난 2007년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고인의 재심 및 명예회복 절차를 밟을 것을 권고하자 부산고법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고, 이에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망인과 그의 가족들이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평생을 사회적 냉대 속에 신분상ㆍ경제상 각종 불이익을 당했음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