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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해 대선을 향한 첫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초야에서 묻혀 지내던 문재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다시 정치판에 뛰어들어 단번에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됐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제1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됐지만, 아직 본선 최종 후보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야권 단일화 과정이 남아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대선 채비를 준비하고 있는 그에게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는 것이다.
18대 대선의 주요 후보들이 최종 승리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를 알아보는 기획 시리즈, 두 번째 순서로 민주당 문재인 후보 앞에 놓인 변수 5가지를 알아봤다.
(관련기사 : 2012년 9월 14일 ''박근혜가 불안해 하는 이유 3가지'') ◈ 야권후보 단일화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1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 18대 대선은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3자 구도로 좁혀진다. 세 사람 체제로 선거가 치러지면 볼 것도 없이 박 후보의 압승이지만 현재로서는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문재인과 안철수는 단일화가 기정사실화 돼 있으며, 단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지는 형국이다.
따라서, 문 후보가 대선에 승리하려면 기본 전제로 안 교수와의 단일화를 실현하고, 단일화 협상에서 승리하는 두 가지 관문을 넘어야 한다.
양측의 단일화 협상은 국민 여론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교수가 줄곧 우위를 유지해 오다, 최근 문재인 후보가 처음으로 앞섰다는 조사가 나왔다. 민주당 후보 경선 효과로 보인다. 하여튼 문 후보로서는 단일화 마지막 순간까지 힘겨운 경쟁이 예상된다.
객관적으로 보면 제1야당의 든든한 기반을 가진 문 후보가 무소속인 안 교수보다 훨씬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성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 안 교수 개인의 명망과 신임, 당 내 계파 간 불협화음 등의 변수를 감안하면 결코 만만한 싸움이라고 할 수 없다.
한편, 가능성은 낮지만 후보 단일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해 양측의 자멸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두 후보의 신뢰와 의지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정치적으로 중대한 의사 결정은 이른바 ''''진영 논리''''에 휘둘린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구태 정치라는 비난과 함께 두 사람은 모두 몰락하는 대신 어부지리로 박근혜 후보는 여유 있게 승리할 것이다.
◈ 당의 화합과 쇄신문재인 후보는 후보 경선 과정에서 경쟁 후보 진영으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았고, 갈등의 골도 생각보다 깊다. 친노 중심의 당 운영에 불만을 가진 비주류는 ''''친노패권주의''''라며 문 후보 쪽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문재인 후보도 이를 의식해 후보수락연설에서 계파를 아우르는 ''''용광로 선대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의 화합은 문 후보를 중심으로 범야권의 단일 대오를 끌어내는 기초이면서, 출발점이다.
또한, 문 후보에게는 당의 화합 못지않게 민주당을 유권자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쇄신해야할 과제도 안고 있다. 사실, 민주당은 국민의 신뢰를 많이 잃고 있다. 지역정당의 굴레에 여전히 갇혀 있고, 노선의 정체성이나 당 운영에 있어서도 여당과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결과 유권자로부터 대안 정당으로서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야당의 압승이 예상됐던 지난 총선에서 사실상 참패하고 정국 주도권을 빼앗긴 것은 민주당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문 후보는 선대위의 구성과 운영 등을 통해 한편으로는 당의 화합을 끌어내면서, 당 쇄신 의지에 대한 믿음을 유권자에게 주어야 한다. 이는 뭔가 약해 보인다는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서 리더십을 보여주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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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의 표심호남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이다. 민주당 후보가 호남에서 몰표를 받지 못하고 대선에서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친노에 대한 호남의 정서는 일정부분 애증이 교차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참여정부 때 민주당의 분당, 국민의정부 대북 송금 특검 등을 둘러싸고 껄끄러운 부분들이 있다. 또 민주당 내 다수의 호남 인사가 친노에 대해 여전히 앙금을 가지고 있고,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문 후보 측은 대선후보경선에서 광주와 전남에서 문 후보가 1위를 함으로써 이러한 시각이 불식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문 후보를 바라보는 호남의 정서가 이전 대선 후보 때와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것에 문 후보의 고심이 엿보인다.
민주당 후보로서 대선에 승리하기 위해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가 꼭 필요하다면 문 후보로서는 호남 민심을 어떻게 잡을지가 주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호남민심의 향배는 안철수 교수와의 야권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안교수가 대선 출마의 사실상 첫 행보로 광주 5.18묘역을 참배한 것은 주목해볼 대목이다.
◈ 노무현의 정치적 유산문 후보는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 등을 지내며 최측근에서 노전대통령을 보좌한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상속자라 할 수 있다. 사실, 문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된 것도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크게 작용한 것이며, 따라서 문 후보는 노전대통령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문 후보에게 노전대통령은 든든한 정치기반이도 하지만, 한계이기도 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관계와 비슷하다. 박 후보가 박전대통령의 역사적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듯이 문 후보도 노전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노전대통령의 정치적 이상은 별개로 하고, 5년 전 참여정부 임기 말에 국민의 지지율이 바닥까지 떨어지고, 그로 인해 압도적인 표차로 한나라당에 정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문 후보는 납득할 대답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 약발 떨어진 정권 심판론야당 후보로서는 가장 싸우기 좋은 선거전은 정권심판론이다. 제대로 못했으니까 물러나고, 야당이 집권해야 한다는 너무 당연한 논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론은 지난 총선에서 약발이 떨어졌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민심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서 떠나있었고, 민주당은 선거전 내내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을 내세웠다. 그러나 압승이 예상되던 민주당은 구태와 전략 부재로 새누리당에게 과반이 훨씬 넘는 의석을 내주며 사실상 참패했다. [BestNocut_R]
박근혜 후보가 나서 이명박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한 전략이 먹혀들어간 측면도 있지만, 어쨌든 새누리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투표 결과가 현 정부를 신임하는 모양새가 됐고, 그 결과 현 정부의 임기 말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여전히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대선 기간에 정권심판론은 다시 부각되겠지만 이미 한번 써먹은 재료는 감동이 떨어지고, 식상할 수 있다.
이는 문 후보가 최후의 승자가 되려면 문재인이 추구하는 제대로된 지향과 가치관을 제시하고, 그것으로 승부를 봐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대선에서도 총선 때와 같이 시대의 흐름과 민심을 도외시하고, 정치공학에 휘둘리는 구시대 프레임에 갇혀 있다면 필패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