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병의원 600여 곳이 여성 자궁경부암조기진단을 하면서 무허가 진단시약을 사용하는 업체와 계약을 맺고, 환자의 생식기 내부 사진 등 민감한 정보를 검사대행업체에 무단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의뢰받은 여성질환(HPV) 검사를 대행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를 받지 않은 검사장비를 사용하고, 이 과정에서 병원 관계자들에게 수억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검사대행업체 A사 대표 K모(4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K씨는 여성질환 전문검사 대행업체를 운영하면서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전국 611개 산부인과 의원과 계약을 맺고 식약청 허가를 받지 않은 자궁경부암조기진단(인유두종바이러스 검사: HPV 검사) 장비를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무허가 진단시약을 사용할 경우 검사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다, 적발되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등 문제가 발생하지만, K씨는 이 문제를 리베이트로 돌파했다.
K씨는 영업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의사 등 69개 병원 관계자들에게 3억2천만 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적발된 69개 병원과 관계자를 행정통보하는 한편, 의사 P(48)씨 등 리베이트를 1천만 원 이상 받아 챙긴 병원 관계자 8명은 따로 의료법 위반과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A업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업체와 계약을 맺은 611개 산부인과 병의원이 HPV 검사대행을 의뢰하면서 환자정보 23만 건을 A업체 직원들에게 무단 유출한 사실도 적발했다.
환자진료정보는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는 제공할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으나, 차트번호와 이름, 생년월일은 물론, 환자 질 내부 확대촬영 사진 등 민감한 정보까지 업체에 아무런 제재 없이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경찰은 무허가 진단장비를 제조한 B사 대표 M(58)씨도 약사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M씨는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HPV 칩을 식약청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제조한 뒤, 이를 유명 대형병원 등 전국에 납품한 혐의를 받고 있다.
[BestNocut_R]경찰 조사결과 이 기간 동안 B사가 제조한 무허가 검사장비로 검사를 받은 여성 환자는 무려 11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 황현택 경감은 "허가되지 않는 시약으로 행한 검사는 검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고, 환자 검체도 영상 3도 이하에 보관해야 하는 것을 대행업체가 승용차에 그냥 보관하는 등 검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개인정보도 대행업체 컴퓨터에 고스란히 저장돼 악용여지가 크다"며 "이번 수사로 여성질환 검사에 있어서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