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헌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방송일 : 2012년 10월 17일 (수) 오후 7시 30분■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출 연 : 한승헌 변호사
▶정관용> 10월 유신선언 40년을 맞는 오늘입니다. 대표적인 인권 변호사, 또 감사원장을 지내셨던 한승헌 변호사 전화에 모십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한승헌> 예, 안녕하십니까?
▶정관용> 10월 유신 선포하는 날 한 변호사님은 뭐하고 계셨어요?▷한승헌> 그때는 무슨 중대발표가 있다고 해서 아마 라디오 앞에 있지 않았나, 그렇게 기억이 됩니다.
▶정관용> 그때는 이미 변호사 활동하고 계시던 때인가요?▷한승헌> 아, 물론이지요. 제가 박정희 대통령 독재에 저항하다가 구속된 많은 피의자, 피고인들을 변호하고 있을 때이지요.
▶정관용> 그렇지요. 그런데 중대발표한다, 해서 라디오를 들었더니 10월 유신이라고 나왔습니다. 듣고 느낌이 어떠셨어요?▷한승헌> 그러니까 그게 대통령 특별선언, 이런 문패를 걸고... 뭐 대통령 발표 하나로 그렇게 국회를 해산한다,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뭐 이렇게 나오니까 어안이 벙벙해가지고 처음에는 참... 모두 두리번두리번 했지요. 그래서 물론 이제 박정희 씨의 독재를 강화하고 영구집권하기 위한 하나의 이제 정치적 술수이고 헌법 파괴이다, 하는 것에 대해서 모두가 이제 분개를 하고 그 후에 이제 유신헌법이 출현된 후에 본격적인 반유신 투쟁이 벌어졌지요. 보시는 바와 같이.
▶정관용> 유신선언 있기 전만 해도 그래도 뭐 제한되긴 했습니다만, 대통령 직접 선거도 했고, 그래서 당시 김대중 후보랑 뭐 상당히 각축을 벌이기도 했고 그러지 않았습니까?▷한승헌> 그랬지요.
▶정관용> 그러다가 이제 유신 있고 나서는 대통령 선거라는 것은 해보지도 못했던 거지요.▷한승헌> 여러 가지 노림수가 있지만 핵심은 국민주권 원리를 파괴하고 국민으로부터 다수 지지를 얻기 어려우니까 헌법으로 이제 대통령 자리를 유지하고 또 반복해서 그 지위를 누린다는, 그런 뭐랄까, 계획이었던 것이 분명해졌고요, 또 아시는 대로 그것이 바로 이어져서 이제 10일 후에 국회도 아닌 비상국무회의가 유신헌법이라는 것을 의결했잖아요.
▶정관용> 그렇지요.▷한승헌> 그래 이제 또 시늉으로 국민투표 91.몇 프로 찬성 이래 가지고 했는데 그게 한 마디로 말하면 민주헌정을 정면으로 이게 파괴하고 한 사람을 위한 독재권력을 이제 확립하는 그런 뭐 공작이었지요.
▶정관용> 그때부터 이제 대통령 선거는 간선제가 되어서 통일주체국민회의이다, 해가지고 체육관에서 뽑고 그러지 않았습니까?▷한승헌> 그렇지요. 원래 이제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것이 형식상으로는 통일정책을 논의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해놓고 거기에서 대통령도 뽑는다, 이러니까 이제 체육관에다 전국에서 모인 수없이 많은 대의원들이 단일 후보를 놓고 투표를 한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90몇 프로가 또 찬성했다, 이게 하나의 희극적인 그런 쇼를 해가지고 박 정권이 유지가 된 거지요.
▶정관용> 그리고 국회도 유신정우회다, 이래 가지고 국회 의석 3분의 1을 그냥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로 만들어놓지 않았습니까?▷한승헌> 그것은 이제 유신헌법의 치부인데요. 유신헌법이 물론 국회 아닌 국무회의에서 의결해가지고 국민투표 거쳤다, 하는 그런 문제도 있고 내용에 있어서 완전히 이제 국민주권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것, 그 하나가 세상에 국회의원의 3분의 1을 사실상 대통령이 지명을 했거든요.
▶정관용> 그렇지요.▷한승헌> 그래 가지고 이제 그 사람들이 무슨 또 하나의 교섭단체를 만들고 대통령을 떠받드는 그런 어용세력으로 등장했다, 하는 것은 참 지금 생각하면 코미디 같은 일이었지요.
▶정관용> 정치의 암흑기였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을 것 같고요.▷한승헌> 그렇습니다.
▶정관용>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그래서 이제 반유신 투쟁에 나서서 오랫동안, 또 많은 분들이 고초를 당하셨는데, 우리 한 변호사님은 그 유신 기간 동안 몇 번이나 감옥에 가셨지요?▷한승헌> 유신헌법이 나오니까 73년부터 범국민적인 이제 개헌서명운동, 다시 말해서 유신철폐운동이 이제 전개가 되고.
▶정관용> 그렇지요.▷한승헌> 이걸 이제 감당할 수 없으니까 정부가, 박 정권이 74년 1월 초에 들어가서 이제 소위 대통령 긴급조치라는 것을 선포하지요. 1호에서 4호, 9호, 이렇게 쭉 나가는데 저는 그때 이제 변호사로서 유신에 저항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제 계속 이렇게 잡혀가고 할 때, 김대중 대통령이 이제 납치당해와가지고...
▶정관용> 그렇지요.▷한승헌> 선거법 위반으로 법정에 서고, 또 시인 김지하 씨가 이제 인혁당 날조설을 신문에 투고했다가 잡혀가고, 또 우리 이병린 변호사님이라고 변협 회장하신 어른이 또 민주회복국민회의 대표위원으로 계시다가 잡혀가고 해서 이 세 분 변호하는데 이제 좀 바쁘게 돌아다니다가 오히려 저도 이제 반공법으로 찍혀가지고 필화사건으로 해서 구속되어 가지고 재판을 받았습니다.
▶정관용> 그렇지요. 그때 변호하다가 법정에서 구속되신 분들도 있고 막 그랬던 시절인데...▷한승헌> 그건 민청학련 사건 변호하다가 강신옥 변호사가...
▶정관용> 그랬지요.▷한승헌> 법정 변론에 트집을 잡혀가지고 참 어이없는 이야기지만 그래서 구속이 된 바가 있었지요.
▶정관용> 그러다가 이제 결국은 10.26으로, 박정희의 죽음으로 끝나고, 87년 이른바 민주투쟁, 그리고 이제 지금까지는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유신의 아픔이라고 그럴까, 우리 역사에서의 상처, 이제 다 극복되고 치유되었다고 생각하세요?▷한승헌> 그런데 역사에 한번 뜨는 일은 나쁜 일일수록 그렇게 빨리 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참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그것이 하나의 흐름이랄까, 어떤 의식으로서 사람들의 마음에서 이렇게 혼란을 일으키기도 하고, 또 지금은 크게 봐서 무슨 보수다, 진보다, 여다, 야다 하는 그런 어떤 입장 차이에서 아직도 유신을 미화하거나 옹호하는 그런 사람이 있고... 뭐 최근에는 선거 앞두고 마지못해 이제 뭐 사과한다든가 이런 애매한 말을 하는데 아직도 일부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유신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이제 청산이 되지 않고...
▶정관용> 안 되었다?▷한승헌> 있다. 이것은 참 유감스러운 일이고 한 마디로 시대정신을 망각한 그런 퇴행적인 그런 현상이라고 보겠습니다.
▶정관용> 유신체제 그 완전한 청산, 이것을 위해서는 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마지막으로 한 말씀 주시지요.▷한승헌> 그러니까 유신헌법을 놓고 보면은요, 일단 유신헌법이 헌법적으로는 이제 일단 소멸이 되고 또 유신헌법에 의해서 처벌받은, 아까 말씀드린 긴급조치의 효력이라든가 또 그 긴급조치에 의해서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의 판결이 모두 이제 무죄...
▶정관용> 재심으로 뒤집어졌지요, 다.▷한승헌> 그렇게까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조금 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아예 유신헌법 그 자체의 무효를 법적으로 확인하고 선언하는 조치가 필요하지 않느냐, 이런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관용> 그걸, 유신헌법 자체가 무효임을 법적으로 선언하는 방법은 뭐가 있어요?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야 됩니까, 뭐 결의안을 통과하면 됩니까?▷한승헌> 그래서 이제 저는 사실은 뭐 굳이 그게 필요한가, 유신헌법이라는 것은 하나의 정치의 강물에 떴다가 가라앉은 낙엽으로 생각하면 되는데 굳이 그거 그럴 필요가 있나, 이런 생각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해야 된다면 역시 입법부의 몫이지요. 그러나 이게 법적인, 형식적인 무슨 그런 작업 이전에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정관용> 마음속에서?▷한승헌> 무슨 일이 있어도 국민주권을 짓밟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이렇게 헌정파괴를 하는 이런 일을 다시는 없도록 해야 한다.
▶정관용> 그렇지요.▷한승헌> 그건 누가 하느냐, 결국 우리 국민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관용> 알겠습니다.▷한승헌> 그래서 오는 대선 때에도 여러 가지 정책이라든가 입장의 차이를 놓고 판단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과거의 박정희 유신과 같은 것을 다시 이렇게 그리워한다던가 긍정하고 미화하는 이런 생각, 이런 세력은 단호하게 역사에서 이건 척결되어야 한다고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BestNocut_R]
▶정관용> 예,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변호사님, 건강하시고요. 예, 고맙습니다.▷한승헌> 예, 감사합니다.
▶정관용> 정치의 강물에 떴다 가라앉은 낙엽. 이런 표현을 쓰신 게 귀에 남는군요. 한승헌 변호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