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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이었던 70살 김명수(70 ·가명)씨는 지난 25일 1급 중증장애인 배진욱씨의 손을 꼭 잡고 서울시청 신청사 투어를 했다.
신청사 가이드 안내를 받으며 이곳 저곳을 둘러봤지만 진욱씨가 가장 재밌어 한 것은 에스컬레이터.
에스컬레이터를 처음 타본 진욱씨는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마냥 신나했다. 김 할아버지는 그런 진욱씨가 행여 다칠까 잠시라도 눈을 떼지 않았다.
"진욱아, 전철도 처음, 에스컬레이터도 처음, 엘리베이터도 처음 타본거지? 재밌어?"
"네~ 좋아요!"
사실, 반백에 허리까지 구부정한 김 할아버지는 7년 전 집을 나와 노숙을 했다.
한 때는 서울 가락시장에서 도매 장사를 해서 돈도 많이 벌었다.
하지만 부도를 당하고 한 순간에 거리로 내몰렸다. 노숙인으로 살며 냉대와 소외감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김 할아버지는 "그때는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사람들을 피해다녔다"면서 "공원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게 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던 그가 노숙인 자활시설에 들어와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의지를 다졌다.
◈ "남에게 도움을 받기만하다가... 이제 도움을 줄 수 있어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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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할아버지와 같은 노숙인 입소가족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찾아주기 위해 노숙인 자활시설 '행복한 우리집' 이범승 원장은 자원봉사를 계획했다.
'행복한 우리집'의 노숙인 10여명은 지난 1월부터 충청북도 진천의 중증 정신지체 장애인생활시설 '평화의 집'에 찾아가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이들은 시설 보수부터 땔감구하기, 농작물 수확 등을 도왔다. 중국 요리사 자격증이 있는 노숙인은 직접 자장면을 만들기도 했다.
진천 '평화의 집'에는 중증장애인 18명이 생활하고 있지만 사회복지사는 6명뿐.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오지도 않는 형편이다.
심동수 '평화의 집' 사회복지사는 "중증장애인들을 1:1로 맡아야 하는데 인력이 적다"면서 "함께 야외 활동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엔 '행복한 우리집' 노숙인들이 중증장애인들의 첫 서울 나들이에도 발벗고 나섰다.
노숙인 10명은 파란 조끼를 입고 중증장애인 10명의 손을 꼭 잡은 채 경복궁, 서울시청, 덕수궁을 돌아봤다.
화장실을 갈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 서울 나들이를 함께했다.
지난 1월부터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장명철(35.가명)씨는 "땔감 하나, 둘 나른 것 자체가 이분들한테는 큰 도움이 되는 걸 보고 보람을 느꼈다"면서 "나부터가 예전에는 사람을 경계하고 피하기만 했는데 요즘은 마음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행복한 우리집' 이 원장은 "노숙인들이 중증장애인들에 대한 자원봉사를 하면서, 노숙인들은 다시 자존감을 찾고 중증장애인들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서로에게 윈윈(win-win)"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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