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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다가오면서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의 정치개혁 공약도 윤곽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박근혜 후보측은 조만간 정치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고,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는 단일화를 겨냥해 정치쇄신 경쟁을 뜨겁게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이 50일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각 후보 모두 유권자들의 선택을 도와줄 ''종합선물세트''가 마련된 상태는 아직 아니다.
세 후보는 국민 눈높이를 의식해 기득권 내려놓기를 한결같이 강조하고 있으나 각론에서는 상당한 차이점도 드러난다.
권력구조 개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정책의 연속성과 부패 방지 등을 위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개헌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개헌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쇄신안의 방향은 소수에 집중된 기득권 포기와 부정부패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치쇄신특위 안대희 위원장은 최근 "민주적 방향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모든 인사권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하고 능력있고 참신한 사람이 등용돼야 한다"며 대통령의 인사권 개혁을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분권형 4년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문 후보는 "제가 대통령이 되면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이외의 권한을 갖지도, 행사하지도 않겠다"며 "헌법에 따라 책임총리와 권한을 나누겠다"며 권력분산을 역설했다.
서울대 조국 교수와의 30일 대담에서는 "꼭 필요한 개헌 과제는 대선공약으로 내걸어 집권 초에 바로 실현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집권 초에 개헌 논의를 시작하면 블랙홀처럼 돼 다른 개혁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후반에 논의하면 차기선거를 대비한 정략적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측은 개헌에 대해 다소 부정적이다. 박선숙 선대본부장은 분권형 4년 중임제 개헌론에 대해 "선거까지 남은 시점을 감안할 때 개헌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는 시간적 제약이 있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정치 혁신은 모든 문제를 푸는 출발점이라는 관점 하에 제왕적 대통령제의 쇄신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통령 임명직을 10분의 1로 축소하고 청와대를 국민과 가까운 곳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임명직 축소는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또 대통령 사면권의 국회 동의 등 입법부 존중과 사법부 독립 보장, 권력기관에 대한 상호 견제와 감시도 약속했다.
정치개혁새누리당은 정당이나 국회의원 등 기존 정치의 기득권 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정치쇄신특위가 조만간 발표할 쇄신안에는 당대표.최고위원 직선제 폐지와 전국위원회 중심 정당체제로의 개편, 공천개혁안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관점에서 무조건적인 국회의원 정수 축소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를 통해 지역구를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늘리는 국회의원 의석배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주의 정치구조가 해소될 때까지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회의원 특권폐지도 강조했다. 국회의원 징계를 논의하는 국회윤리특위에 일반 시민이 절반 이상 참여토록 하고, 일정 시한 내에 반드시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도록 했다.
문재인 후보는 "선거 때 급하게 꾸려지는 공천심사위원회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공천개혁도 약속했다.
안철수 후보는 최근 인하대 초청강연에서 국회의원 정수 축소와 정당 국고보조금 축소, 중앙당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법적으로 200명 이상으로 규정돼 있는 의원 정수가 현재 300명까지 늘어난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큰 폭으로 줄일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구체적인 감축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정당의 비대화와 관료화, 권력화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국고보조금 축소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는 30일 대한상의 강연에서 "내년도 경제상황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모든 사회구성원의 희생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정치권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설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밖에 국회 윤리위 국민배심원제 도입과 국회 연중 상시 운영, 정당+시민사회 정책플랫폼 등도 검토중이다.
한편, 최근 여야간 쟁점으로 떠오른 투표시간 연장 문제를 놓고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반면, 박근혜 후보는 부정적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권력기관 개혁 및 반부패박근혜 후보측은 깨끗한 정부와 전근대적인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 도입, 검찰직급 격하, 경찰대 폐지 등을 검토중이다. 특히 사법 규제기관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아 부정부패가 척결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 권력기관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개혁을 내놓을 예정이다.
문재인 후보는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내놓았다.
정치검찰 청산을 위해 대검중수부를 폐지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도 약속했다. 또 참여정부 때 시도했던 검.경 수사권 조정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개혁 과제로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 치안 양극화 해소와 민생치안 확보를 강조했다.
이밖에 5대 부패 행위자(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와 5대 비리 행위자(정치자금법 위반, 선거법 위반, 부동산투기, 탈세, 병역비리) 엄벌, 검찰시민위원회 회부 의무화, 국민참여재판 제도화 등 다양한 방안도 제시했다.
안철수 후보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검찰개혁을 약속했다.[BestNocut_R]
안 후보는 "정치권 기득권 내려놓기 뿐만 아니라 검찰도 마찬가지"라며 권력층 봐주기, 정치수사, 표적수사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거론했다. 권력기관의 과도한 힘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재벌총수의 전횡을 막고 비리를 엄단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도 밝혔다.
안 후보는 3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구상중인 사법개혁 방안을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각 후보들의 정치개혁안에 대해 "명확하게 공약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검토중이라고 하는 방안이 많고, 말로만 개혁이라고 하는데 실천 의지나 현실성이 부족한 것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