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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세계는 불평등한가/척 콜린스/이상
'부가 급격하게 상류층에 집중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인재(人災)였다. 조직된 상위 1%는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여 무역, 조세, 노동, 기업경영과 같은 분야의 법률들을 바꾸었다. 첫째는 월급쟁이들을 희생시켜 자산 소유주들에게 이롭게 경제 규칙을 바꾸었고, 둘째는 지역기반 기업을 희생시켜 세계적 대기업들에게 이로운 규칙으로 바꾸었다. 즉 자본이 승리하고 노동은 배반당했다.(30쪽)'
#1. 1983년부터 2009년 사이 전체 자산 증가분의 82%가 가장 부유한 5%에게 흘러들었다.
#2. 하위 80% 가구는 실질 임금이 오르지 않아 노동시간을 늘리고 더 많은 대출을 받아야만 했다.
#3. 가계 저축률은 1980년 11%에서 2007년 2% 이하로 크게 줄어든 반면 2000년대 들어 신용카드 대출과 주택담보 대출은 급증했다.
경제대국 미국의 현실이다. 우리나라를 떠올린 이들도 많을 것이다.
미국을 주축으로 짜여진 세계 경제권에 속한 한국도 이같은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한 까닭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OECD 국가 가운데 계층간 소득격차가 가장 큰 나라는 한국이었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중하위층의 삶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들은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고용과 부실한 사회 안전망 속에서 하루 하루 힘겨운 삶을 이어간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루타르크는 "빈부격차는 모든 국가를 갉아먹는 가장 오래되고 치명적인 병페"라고 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지금 우리는 치명적인 병폐 탓에 피폐할대로 피폐해진 시대를 사는 셈이다.
신간 '왜 세계는 불평등한가'는 지난 30여 년간 상위 1%에게 유리하도록 게임의 규칙들이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생긴 심각한 빈부격차와 파괴된 세계 경제·생태계가 인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극심한 빈부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3가지 길을 제시한다.
먼저 '가치 전환', 개인의 성공에 치중한 탓에 잃어버린 공동체적 가치를 되찾아 공감대를 만드는 길이다.
다음 '권력 이동', 99%의 사람들이 조직화를 통해 시민활동과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규칙 전환', 앞의 두 길을 바탕으로 1%에게 치중된 부를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교육, 고용, 복지 재원으로 바꾸는 분배의 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현상과 이론, 주장을 쉬운 말로 간결하게 표현한다는 점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 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충실하려는 지은이의 의지가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