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에 감사원은 주목되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차세대 육군의 전차인 K2 흑표전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K2에 탑재할 독일산 파워팩의 성능에 결함이 있다는 평가 결과를 일부러 빠트려 독일제에 유리하도록 한 반면에, 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부풀리는 등, 방위사업청이 업무를 부실하게 처리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지적하며 감사원은 올해 4월에 독일제 파워팩을 선정한 방위사업청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다시 선정하도록 통보함과 동시에, 방위사업청의 업무관련자를 중징계하라고 주문했다.
우리는 최근 몇 년 간 한국형 무기체계의 부실개발 논란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이미 개발시험을 통과한 한국형 장갑차가 운용시험 도중에 침수되어 조종수가 사망하는 일도 있었고, 한국형 복합소총 역시 시험에 통과한 후 야전에 배치되었다가 품질불량으로 회수되는 조치가 있었으며, 한국형 어뢰인 백상어와 홍상어 역시 야전에 배치된 후 성능이 나오지 않아 전량 회수되는 일도 있었다.
국민은 정부에 묻는다.
이제껏 명품무기라고 자화자찬하던 한국형 무기체계 중 제대로 개발된 것이 과연 무엇이냐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군이 보유한 900여종의 무기체계 중에 유사시에 제대로 성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완전성을 갖춘 무기가 과연 얼마인지,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 무기체계 개발이 부실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무기 획득 및 연구개발 기관의 조급한 실적주의와 업적주의, 비현실적인 개발 목표와 부실한 시험평가, 최저가로 편성된 부실한 예산 등이 복합된 총체적인 시스템의 문제이다.
이번 전차 파워팩의 경우도 무리하게 설정된 짧은 개발기간, 개발 실패를 대비한 우발계획의 부재로 가장 기초적인 위험관리마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2008년에 전차를 개발해 놓고도 핵심 구성품 문제로 3년째 생산 라인이 가동조차 되지 않음으로 인해 수만 명의 중소기업 협력업체 직원들이 생존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으며, 전차 수출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우리나라 무기체계 개발의 시스템을 근원적으로 혁신한다는 관점에서 사후대책을 세워야 한다.
처벌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