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간의 무력충돌이 8일만에 끝나면서 이번 충돌의 승패을 따져보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22일(한국시각) 미 언론들은 이번 충돌의 진정한 승자로 이집트를 꼽고 있다. 이집트는 이번 휴전협상을 성공시킴으로써 ''아랍의 봄'' 이후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있는 중동에서 ''중재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친미적 성향을 보이며 팔레스타인, 하마스 세력과 거리를 두었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과는 달리 무하마드 무르시 정권은 사태 직후 가자 지구를 직접 방문하는 등 하마스 껴안기에 나섰다. 이는 무슬림 형제단의 집권 기반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미국 내 중동 전문가들은 이번 휴전 협상을 성사시킨데 대해 이집트가 미국으로부터 모종의 경제적 지원을 약속받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미국은 무바라크 정권 집권시 이집트에 대해 연간 10~15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적 지원을 해왔다.
이번 충돌의 또다른 승자는 미국이다. 임박했다던 휴전 협상이 어긋나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나서 사태를 해결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휴전 중재안에 확답을 주지 않는 이스라엘에게 휴전을 종용했고 그 결과 휴전 협상은 이뤄졌다. ''지구상에서 이스라엘에게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미국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세계에 각인시켰다.
이번 휴전 중재에 나서면서 이집트 민주정부와 소원했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도 부수적인 성과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월 이집트에 대해 "동맹도 아니고 적도 아니다"며 냉랭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휴전 협상 성사 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집트를 지역 평화와 안정의 초석으로 만든 지도력과 책임감을 이집트 새 정부가 다시 한번 발휘해 주었다"고 높게 평가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어 "앞으로도 미국은 이집트와 함께 (휴전협상의) 다음 단계를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무력 충돌의 당사자인 하마스도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다. 물론 130여명에 이르는 사망자와 900여명에 이르는 부상자, 엄청난 재산피해를 입었지만 그동안 요구해왔던 ''가자 지구 봉쇄 해제'' 문제가 이번 휴전협상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4년간 지속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로 가자 지구내 실업률이 30%를 웃돌고 기본적인 생필품도 구하기 어려웠다. 하마스 세력은 휴전의 조건으로 봉쇄 해제를 요구해왔다.
이번 휴전 합의문에는 ''국경의 개방과 사람, 물자의 이동을 촉진하고 주민의 자유로운 이동에 제한을 가하는 것을 삼가는 문제를 휴전 발효 24시간 뒤에 논의한다''고 적시돼 있다.
물론 국경의 개방과 사람의 이동 수준을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8일 전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봉쇄가 이뤄지기 전인 4년 전으로 되돌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도 예상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 충돌의 최대 패배자이다.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 피해를 초래하면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가자 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기회 있을 때마다 꺼내들었지만 미국과 유럽의 반대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휴전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가자 지구내 무기 밀수 차단'' 문제는 협상문에 적시되지 못한 채 ''기타 문제''로 치부됐다.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무기 밀수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언질을 받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번 미국 대선 과정에서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해온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네타냐후가 오바마에게 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물론 이스라엘도 부수적인 수입을 챙기기는 했다. 요격 미사일 시스템인 ''아이언돔''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재정지원을 추가로 받아낸 점이다.
하지만 이번 충돌의 최대 승자는 이란과 시리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세계의 이목이 이스라엘-하마스 충돌로 집중되면서 이란의 핵개발 의혹과 시리아 내전사태는 여론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