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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풀꽃나무이야기-털머위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

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털머위'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

털머위

 

10월이 되면 바닷가의 들꽃은 해국이 대세입니다. 이 시기에는 해국이 피어 있는 곳으로 가면 서로 약속하지 않아도 이른바 '꽃쟁이'들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그러나 해국 바로 옆에 피어 있는 털머위에게는 대부분 눈길을 주지 못하는 듯합니다. 그냥 가기 아쉬워 흘깃 한번 보고 지나는 게 전부입니다.

하지만 털머위의 진가는 한해의 들꽃들이 마무리를 되는 11월이 되서야 드러납니다. 그것은 꽃을 보기 어려운 시기라는 것도 있지만 추위를 견디어내는 강한 생명력과 노란색 꽃이 주는 따뜻함 때문일 것입니다.

털머위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제주도를 비롯하여 남해안 섬 지역과 울릉도에 분포하는 한국특산식물입니다. 약간의 부엽토가 있고 습기가 충분한 바닷가 반그늘 숲이나 바위틈에서 자랍니다. 키는 다 크면 50cm 정도 되고 콩팥 모양의 잎은 두껍습니다. 바닷바람을 이겨내기 위함인지 잎 표면은 왁스를 칠해놓은 것처럼 윤기가 나며 잎 뒷면에는 갈색털이 빽빽이 나 있습니다.

줄기는 꽃망울을 달고 있을 때는 아래로 향하고 있다가 꽃을 피울 때는 서서히 하늘을 향합니다. 꽃은 노란색으로 줄기 끝에 모여 피는데 다른 국화과 식물들처럼 설상화와 관상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개화기간은 꽤 긴 편으로 10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첫 눈이 내리는 12월까지도 제주에서는 볼 수 있습니다.

겨울로 접어들면 다른 꽃들이 거의 져버렸기 때문에 털머위는 곤충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식량창고가 됩니다. 그래서인지 털머위가 한창 꽃을 피울 때는 네발나비류나 떠들썩나비류, 박각시 등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날씨가 추워 구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식량을 얻을 수 있고 쉴 곳을 찾았으니 이들에게는 고향처럼 편안한 안식처가 될 것입니다.

물론 이들은 털머위의 꽃가루받이를 위해 매개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털머위의 꽃말은 '다시 찾은 사랑'입니다. 이들의 도움으로 꽃가루받이가 끝나고 열매가 익으면 민들레처럼 긴 털을 만들고 바닷바람을 이용하여 씨앗을 다른 곳으로 멀리 날려 보낼 것입니다.

털머위라는 이름은 나물로 먹는 머위와 비슷하고 줄기와 잎 뒷면에 털이 많다 하여 붙여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머위는 머위속(Petasites)인데 비해 털머위는 털머위속(Farfugium)으로 서로 다른 계보를 가졌습니다. 즉 잎의 모양이 둥글다는 것 빼고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머위는 연녹색의 꽃을 피워 소박한 느낌을 주지만 털머위는 샛노란 색의 꽃으로 화려합니다. 잎도 머위에 비해 털머위는 초록색이 짙으며 윤기가 있습니다.

털머위는 여러 가지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곰취와 꽃이 비슷하여 '크다'라는 뜻의 '말'이라는 접두어를 붙여 말곰취라 하기도 하고 바닷가에 자란다고 하여 갯머위라 부르기도 합니다. 또 잎이 둥글고 미끈한 수련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연봉초(蓮蓬草)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습니다.
털머위1

 

연봉초는 한방에서 부르던 이름입니다.

식물체 모든 부분을 약재로 쓴다고 하는데 열감기, 기관지염, 해독 등에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물고기를 먹고 독에 노출이 됐을 때 즙을 내어 마시면 독을 풀어 준다고 합니다. 민간에서는 잎을 찧어 습진에 바르기도 하고 잎을 볶아 화상에 찜질하기도 했습니다.

털머위는 식용하기도 했습니다. 머위와 마찬가지로 연안 잎이나 줄기는 데쳐서 국거리로 이용하거나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하고 잎과 줄기를 햇볕에 말렸다가 탕의 재료로 쓰기도 했습니다.

털머위는 향기가 좋고 오랫동안 꽃을 피우기 때문에 요즘은 관상용으로도 관심이 많습니다. 그것을 증명하듯 겨울까지도 길거리나 공원에서는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 털머위를 볼 수 있습니다. 가을에 종자를 채취하여 바로 뿌리거나 잘 보관했다가 이른 봄에 파종하면 됩니다.

꽃을 잘 피게 하려면 낙엽이 지는 나무 아래에 식재하여 겨울철 차갑고 건조한 바람을 막아주고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관상용으로 인기가 좋다 보니까 요즘은 남부지방 뿐만 아니라 중부지방에서도 재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부지방에서는 일년 내내 볼 수 있는 남부지방과 달리 겨울에는 줄기와 잎이 말라 버리고 이듬해 봄이 되어야 다시 새로운 싹을 볼 수 있습니다.

들꽃들은 한결같은 꿈인 후손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한 번도 소홀히 한 적이 없습니다. 필요하지 않는 곳에는 함부로 에너지 낭비하지 않습니다. 또 열매를 맺고 씨앗을 퍼뜨리기 위해 곤충과 협력하기도 하고 자연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털머위는 늦게 활동하는 곤충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바닷바람에 의지하여 후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척박한 곳에 뿌리를 내렸지만 진한 향기와 함께 오랜 시간 꽃을 피움으로써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계속되는 추위로 인해 들꽃들은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지만 털머위는 푸른 잎을 앞세워 따스한 꽃을 생동감 있게 피워냅니다. 그래서 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는 털머위가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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