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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른바 ''백조''인 A(23)양은 오는 19일이 오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이날은 대선 투표일. 과연 A양이 대선을 기다리는 이유는 뭘까. 취업준비생이라 용돈이 넉넉하지 않지만 적은 돈으로도 요즘 서울에서 가장 뜨겁다는 ''홍대'' 근처에서 누구보다 잘 놀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친구와 함께 인도음식점에서 10% 할인을 받아 저녁을 먹은 뒤 30%나 할인된 가격으로 라이브클럽 공연을 볼 예정이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근처 클럽에 가서 데킬라샷을 공짜로 먹고 새벽엔 돼지껍데기 집에서 1인분을 공짜로 먹을 생각이다.
단, 이러한 혜택을 얻기 위해선 조건이 ''한 가지'' 있다.
12월 19일 대선 투표를 한 뒤 ''투표인증 사진''을 찍거나 ''투표 확인증''을 가지고 와서 해당 가게에 제시해야한다.
◈ 투표하고 클럽가자! =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앞두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들은 상점들을 대상으로 투표한 유권자에게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업체인 이른바 ''투표가게''가 돼달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름하여 ''투표하고 ㅇㅇ하자''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수능을 본 고3 수험생들에게 수능일 이후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해주는 프로모션에서 착안했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강원대 가정의학과 고유라 교수는 "''투표하고 클럽가자, 투표하고 파티가자, 투표하고 할인받자'' 등 크게 세 가지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시작한지 사흘 만에 홍대와 강남 인근 카페와 주점 등 20여 곳이 참여했고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클럽도 5곳이나 참여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신사클럽홀릭'' 등 강남의 클럽 3곳은 투표 인증사진을 찍어오는 유권자들에게 선거일 이후 특정 날짜에 한해 무료로 입장할 수 있게 했다.
홍정곤(25) 몬스터 파티 에이전시 대표는 "클럽 사장들은 수익이 떨어질 것을 감안하면서도 흔쾌히 클럽을 대여해줬다"고 말했다.
홍대 클럽들은 더 적극적이다.
''클럽 500''은 입장료 10% 할인 입장을 밝혔고, 클럽 명월관도 데킬라샷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준호(28)씨는 "선거가 정치적인 행위를 넘어서 민주주의 축제라는 인식이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금도 계속해서 참여 의사를 밝힌 가게들을 페이스북 홈페이지(http://www.facebook.com/votehaja1219)를 통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 ''투표가게'' 전국서 등록 물결 = ''투표가게''들을 하나로 묶어 유권자들에게 알리려는 청년들도 생겨났다.
''한국청년연합''은 투표가게의 업종과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커피, 빵 등의 음식에서부터 목욕탕, 미용실, 옷가게 등등 무엇이든지 단 몇 %라도 할인해주는 가게라면 전국 어디든 ''투표가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14일 현재, 전라남도 광주에서만 500곳이 ''투표 가게''로 등록했다.
안과부터 당구장, 꽃집, 자동차 정비소까지 ''투표 가게''에 이름을 올린 업체들은 다양하다.
광주 시내를 30여년간 지키고 있는 충장서림 조용석 상무는 "투표율을 높이고 서로 나누는 분위기 속에서 축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며 참여 동기를 밝혔다.
전국의 ''투표 가게 현황''은 인터넷 사이트(http://cafe.daum.net/votemarket)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