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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미제라블''은 세계적인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스크린에 재현한 작품으로 뮤지컬의 제왕 카메론 맥킨토시가 제작하고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킹스 스피치''의 톰 후퍼 감독이 연출했다.
휴 잭맨이 장발장, 러셀 크로우가 장발장을 평생 뒤쫓는 가혹한 법의 집행자 자베르, 앤 해서웨이가 비운의 여인 판틴,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판틴의 딸 코제트를 연기했다. 신진아 기자, 이명진 기자가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12세관람가, 18일 개봉.
이명진= 이런 뮤지컬 영화는 처음 봤다. 아마 뮤지컬 영화를 처음 보는 관객들은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 것같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뮤지컬 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질 것이다.
신진아= 말이 아닌 노래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폭발적인 힘을 지닐 수 있는지 이번에 깨달았다. 특히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 최초로 배우가 부르는 노래를 실시간으로 현장에서 녹음했다. 지금까지는 미리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뒤 촬영 현장에서는 립싱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시간 녹음 덕분에 배우들의 감정이 더욱 풍부하게 표현됐다.
이명진= 그 감정이 절절하게 전달돼 등장인물에 감정이입이 더욱 잘됐다. 여기에 웅장한 스케일과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대서사의 이야기가 더해져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신진아= 눈물이 서너 차례 주룩주룩 흘렀다. 이야기나 캐릭터 자체가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인간의 삶을 묵직하게 다루는 고전의 힘이랄까. 죄와 구원, 연민과 사랑, 혁명과 자유, 순수와 열정 등 인간의 다양한 고뇌와 감정을 담아낸 이야기 앞에서 숙연해지는 느낌이었다. 특히 삶의 무게를 짊어진 채 끝까지 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장발장의 모습에서 숭고함이 느껴졌다.
이명진= 기존에 재밌게 본 영화와 감동의 차원이 달랐다. ''감동적''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게 맞는 것 같다. 저도 눈물을 두세 번 꾹 참았다.
신진아= 뮤지컬영화로는 ''시카고''를 재밌게 봤다. 극이 전개되다 중간에 춤과 노래가 펼쳐지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방식이다. 레미제라블은 ''쉘부르의 우산''이나 ''오페라의 유령''에 가깝다. 대사를 말이 아닌 노래로 전달하는데 처음에는 계속 이렇게 노래를 부를 것인가 겁이 났는데 일단 익숙해지니까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아바의 히트곡으로 만든 ''맘마미아''처럼 친숙한 노래가 아니잖나. 그런데 거의 모든 노래가 다 좋아서 나도 모르게 가사와 곡에 집중했다.
이명진= 저도 그 부분은 깜짝 놀랐다. OST가 발매되면 한 장 갖고 싶을 정도로 다 좋았다. 특히 코제트의 아역과 혁명에 동참하는 거리의 꼬마가 부르는 청아한 목소리 톤의 노래가 귀에 남는다. 또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보낼 수밖에 없는 아가씨 에포닌이 비를 맞으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좋았다.(에포닌은 판틴의 딸이자 장발장의 양녀인 코제트와 운명적 사랑에 빠지는 혁명청년 마리우스를 짝사랑한다) 마지막 장발장과 수많은 시민들이 다 함께 노래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신진아
= 비운의 여인 판틴 역할의 앤 해서웨이가 절망 속에서 부르는 ''I Dreamed a Dream''은 정말 폭발적이었다. 미혼모로 딸 코제트를 위해 돈을 벌어야하는 상황인데 공장에서 해고당한 뒤 사창가에서 머리와 이빨, 심지어 몸까지 팔게 된다. 그때 부르는 노래로 점점 그녀의 비극적 심경에 젖어들게 된다. 에포닌을 연기한 여배우는 사만다 바크스인데 뮤지컬 레미제라블 25주년 기념 공연에서 에포닌 역을 연기했다.
이명진= 역시. 노래를 듣는 순간 발성과 호흡이 남다르다고 느꼈다. 얼굴도 매력적이더라.
신진아= 자베르 역할의 러셀 크로우는 노래실력이 좀 아쉬웠다. 하지만 휴 잭맨, 앤 해서웨이, 아만다 사이프리드, 사만다 바크스 등 다른 배우들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명진= 특히 코제트 아역은 자라면 진짜 사이프리드가 될 것 같았다. 묵직하면서도 조연들의 재미있는 상황연기는 폭소를 이끌어내는 등 러닝타임이 거의 3시간인데도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진짜 뮤지컬영화를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 꼭 추천한다. 다시는 이런 대작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신진아= 도덕성을 잃어버린 오늘날의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랄까. 정말 요즘은 사회지도층부터 회사의 대리급 직원까지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범죄를 저지른다. 자신이 저지른 죄를 깊이 반성하고 구원의 삶을 사는 장발장의 모습을 보면서 정의와 도덕성을 상실한 우리사회를 돌아보게 됐다. 마리우스가 동료들과 함께 더 나은 사회를 갈망하며 아낌 없이 젊음을 바치는 모습에서는 최근 쏟아진 1980년대 정치사회적 영화들과 겹쳐지면서 왠지 모를 벅찬 감정이 들었다. 무엇보다 인간과 그 인간이 내는 목소리로 만들어진 레미제라블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스 감성을 자극했다. 정말 오랜만에 ''벤허''나 ''십계 ''등 대서사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그런 묵직한 감동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