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 안되면 성장 안되는 시대 돌입
- 시장논리 우선 '줄푸세' 사고 바꿔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
지난 2012년은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로 인해서 세계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던 한해였습니다. 그럼 새해, 올해는 어떻게 될까요? 새해를 맞아서 긴급전망을 해 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더불어 ‘박근혜노믹스’ 라고 불리는 이 박근혜식 경제정책에 대해서 이분은 어떻게 전망하시는가 궁금한데요. 세계적인 경제학자죠.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오늘 연결해 보겠습니다.
장하준
◇ 김현정> 2012년은 참 어려웠죠. 2013년 새해는 좀 나아질까요?
◆ 장하준> 글쎄, 별 나아질 전망이 안 보이네요. 지금 미국 재정 문제가 계속 공화당하고 민주당 대립 속에 계속해서 문제가 될 거고요. 그 다음에 또 유럽문제가 있죠. 게다가 이제는 한 때 세계경제의 새로운 견인차가 되지 않을까 하는 중국마저도 성장이 자꾸 감속을 하고 있고. 여러 가지 어려운 악재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날짜가 바뀌어서 우리의 기분은 새해가 됐습니다만, 경제적인 상황이 달라진 건 없다는 말씀이세요?
◆ 장하준> 그렇죠. 특히 유럽 같은 경우는 그리스가 지금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에 그리스 국민소득이 이미 20%나 줄어들었고요. 실업률도 25% 정도 되고. 그나마 직장이 있는 사람들도 월급이 지금 40, 50%씩 깎인 상황이라 지금 사회가 거의 폭발 직전인데요. 이번에 유럽연합에서 돈을 받는 대가로 또 긴축을 해야 되기 때문에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리고 지금 스페인, 포르투갈도 아직 그리스 정도까지는 안 됐지만 거의 그 방향으로 가고 있고요. 하다 못해서 아일랜드 사람들이 참을성이 많은데 이제 거기마저도 자꾸 불만이 터져 나오고, 사회가 불안하다는 소식이 들리네요. 그래서 이런 나라들 중에 하나라도 이제 사회적으로 폭발하게 되면 유럽단일통합프로젝트가 사실상 실패한 거다, 이런 결론이 내려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 유럽 상황이 굉장히 안 좋고요. 유럽경제가 단일경제로서는 세계에서 제일 큰 경제인데 그게 휘청하면 다른 데도 좋을 수가 없죠.
◇ 김현정> 그 해법으로 교수님은 늘 정리를 하고 가야 된다, 털고 가야 된다고 주장하셨는데 결국 안 털고 지금 새해가 왔네요?
◆ 장하준> 그렇죠. 그러니까 지금 유럽의 문제가 금융위기에서 처음에 시작이 된 건데요. 그거 막는다고 공적자금 투입하고. 그 다음에 경기가 안 좋으니까 세입이 떨어져서 적자가 나온 것을 은행이나 이런 것들을 제대로 정리 안 하고, 단순히 재정적자 줄이는 거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것도 또 세금을 늘리기보다는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가다 보니까. 이게 기본적으로 사회가 안정이 돼야 그 다음에 경제라는 것도 있는 건데요. 지금 그게 흔들리고 있는 거죠.
◇ 김현정> 2013년, 특히 유럽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전망을 해 주셨는데요. 그럼 우리 이야기로 좀 좁혀보자면, 2013년 대한민국은 어떨 것인가. 유럽, 중국, 미국 시장과 우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어떻게 보세요?
◆ 장하준> 워낙 해외 개방도가 높다 보니까 우리 경제도 쉽지 않을 겁니다.
◇ 김현정> 당초 경제성장률을 정부가 4% 잡았다가 최근에 3%로 낮췄습니다. 이 정도 성장률은 맞출 거라고 보세요?
◆ 장하준> 글쎄, 그 정도는 하겠죠. 그런데 지금 워낙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원래 이 경제예측이라는 게 저도 경제학자지만 참 어려운 거거든요. 그래서 그것도 조금 틀렸다고 정부를 욕해서도 안 되고, 또 그거보다 좀 잘 나왔다고 해서 정부가 대단히 잘한 것처럼 얘기해도 안 되는 거죠.
◇ 김현정> 그것은 정확하지 않다, 불확실성은 있다는 말씀이군요?
◆ 장하준> 그럼요. 제 입장에서 더 걱정되는 게 그런 식으로 국제경제환경이 안 좋다, 그런 걸 핑계 삼아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했던 복지 관련 공약을 지키지 말아야 된다’ 이런 얘기들이 슬슬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되면 굉장히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웃음) 사실 우리나라는 워낙 대외개방도가 높기 때문에 항상 그런 충격을 받게 돼 있거든요.
◇ 김현정> 외부 환경으로부터의 충격이 높다.
◆ 장하준> 그럼요. 그러니까 이제 복지 같은 거 하지 말자, 이런 식으로 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 지나친 대외의존도를 줄일까. 예를 들어 자본시장 통제를 강화 한다든가, 아니면 우리나라가 취약한 부품소재 산업 같은 거를 개발해서 무역의존도를 줄인다든가, 그런 방법을 모색 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제일 좋은데요. 요즘 보니까 세계경제가 어렵다, 이런 걸 핑계 대서 자기들이 마음에 안 드는 정책을 하지 말자,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아마 당장을 바라볼 때, 그렇게 밖에는 응급처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런 거 아닐까요. 지금 말씀하신 대로 우리 자체적인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 이런 거 아닐까요?
◆ 장하준> 그렇죠. 그런 면이 있긴 하지만, 만약에 그런 거를 고려 안 하고 공약을 했다면 그거는 공약을 잘못 한 거죠. 그러니까 사정이 어느 정도 어려워졌다 할 수 있는 거를 약속 했어야 됐는데, 그게 아니었다면 그건 공약한 사람의 문제고요. 사실 지금 당장 하겠다는 복지정책 같은 거는 그렇게 큰 정책들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거 싫어하는 분들은 핑계를 대겠죠. 지금 우리나라 재정 상태라든가 이런 것들이 국제적 기준으로 보면 좋은 편이기 때문에 약속까지 공식적으로 해 놓고, 그거 가지고 대통령된 사람이 그 약속 지키지 마라, 이렇게 얘기하는 건 곤란하죠.
◇ 김현정> 세계경제가 어떻든 간에 우리 복지 공약 정도는 지키고 가야 한다는 말씀?
◆ 장하준>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장하준 교수님은 인터뷰 할 때 마다 항상 복지, 장기적인 복지 얘기를 하세요. 왜 그렇게 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십니까?
◆ 장하준> 그러니까 저는 사실 (웃음) 한편으로 보면 또 성장주의자라고 욕을 먹는 사람인데. 복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성장도 안 되는 단계에 왔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지금 복지가 미비하니까 그거 때문에 사람들이 불안해서 살 수가 없고, 애도 안 낳고, 직업 선택 같은 데서도 굉장히 보수적이고. 여러 가지 안 좋은 현상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지금 늘려야 앞으로 경제성장이 잘되는 그런 시기에 달했습니다.
◇ 김현정> 경제의 성장을 생각해서라도 복지가 중요하다는 말씀이군요?
◆ 장하준> 그걸 보장해 줄 수 있는 복지제도를 만들지 않으면 성장도 안 되는 시기가 왔다는 판단 때문에 자꾸 그런 얘기를 하는 겁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복지지출이 GDP 대비 10%가 됐다 말았다 하는데요. 그 정도면 선진국클럽이라고 할 수 있는 OECD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꼴찌에서 2등이거든요.
◇ 김현정> 지금은 전혀 많은 게 아니다?
◆ 장하준> 사실 거기 낄 수도 없는 나라인데 미국하고 친하니까 끼어 있는 나라인데요. 그렇게 보면 결국 선진국 중에 꼴찌인데. 지금 우리가 복지 안 하는 것 같이 생각하는 미국도 복지 지출이 GDP 대비 20% 가까이 되고요. 유럽 나라들은 보통 25%에서 30%. 스웨덴, 핀란드, 프랑스 이런 데는 30%도 넘거든요.
우리나라에서 항상 하는 비유인데 ‘지금 유럽에서도 복지 깎는데 우리도 깎아야 되지 않냐’ 이런 얘기 하는데요. 그거는 말하자면 영양실조 환자가 옆에 있는 비만환자 살 빼려고 다이어트하는 걸 보고, 자기도 밥을 안 먹는 거랑 같은 거라고 저희가 비교를 하거든요.
◇ 김현정> “2013년 세계경제도 어렵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건 사실이다” 라고 지금 진단을 해 주셨는데요. 특히 우리 경우에는 올해 새 정부가 들어서는 큰 변수가 하나 생겼는데, 대선 후에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씀하셨네요. “복잡한 심경이다” 어떤 말씀이실까요?
◆ 장하준> 글쎄, 제일 마음에 걸렸던 거는 당선이 된 박근혜 후보가 과거사에 대해서 깨끗한 정리를 못하고 당선이 됐기 때문에 이게 앞으로 우리나라의 꼭 필요한 사회통합에 자꾸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그 얘기를 한 거고요. 또 하나는 그 반대쪽 문재인 후보 경우에도 복지, 노동 이런 국민생활에 직접 와 닿는 민생 문제에 있어서 결국 박 후보하고 차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에, 이게 선거에서 패배를 해 버리면 그 다음에 야당 자체가 특별히 정책적으로 정체성이 뚜렷하지가 않기 때문에, 그게 붕괴되는 현상이 오고 있는데. 이제 야당이 약하면 또 민주주의가 제대로 안 되잖아요.
◇ 김현정> 여야가 균형을 잡아야 되는데 그게 무너질까봐 걱정된다는 말씀?
◆ 장하준> 그럼요. 물론 결과에 승복하고 따라가는 게 민주주의의 원칙이지만 그런 아쉬운 점들이 있어서 그런 식으로 표현을 한 겁니다.
◇ 김현정> 특히 경제학자시니까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공약’에 대해서는, 그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셨는가, 이 부분도 참 궁금하더라고요?
◆ 장하준> 글쎄. 특히 과거 줄푸세, 이런 식으로 소위 신자유주의 노선을 내세웠을 때 비해서는 엄청나게 좌경화된 거죠.
◇ 김현정> 그때 비하면.
◆ 장하준> 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게 민주주의의 좋은 점 아니겠어요? 당선 되려니까 국민들이 바라는 정책이면 우파건 좌파건 거기 맞춰 해야 되고.
◇ 김현정> 예전에 박근혜 후보 같았으면 생각할 수 없는 정책들이 사실 이번에 공약으로 나왔죠.
◆ 장하준> 그럼요. 사실 지금 어떤 분야에서는 민주당보다도 더 말하자면 진보적인 정책을 내놓고 그랬는데. 이제 한 가지 아쉬운 거는 복지 확대 이런 것을 얘기할 때, 좀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설계를 좀 했으면. 왜냐하면 지금 당장 이런 거 이런 거 하겠다는 건 있는데. 앞으로 20년, 30년 동안 우리나라 복지제도를 어떻게 늘려가고, 어떻게 개선할 건가, 그런 것에 대한 얘기가 없었거든요, 그건 민주당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런 것이 좀 부족한 게 아쉽기는 한데요. 그래도 하여튼 이 복지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거를 하겠다고 약속한 거는 대단히 좋은 일이고, 많이 지켜줬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야 될 문제. 어떤 게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세요?
◆ 장하준> 글쎄, 개별적인 정책보다도 사회통합을 하루라도 빨리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단순히 특정 지역 출신들이나 과거 야당인사들한테 높은 자리 나눠주는 그런 식의 통합이 아니라 정말로 온 국민이 하나가 돼서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되거든요. 지금 우리나라는 계급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 이런 게 너무 많기 때문에 그런 통합을 위해서는 복지 제도를 확대 하고, 요즘 자살을 통해서 절규하는 노동자들을 감싸 안고, 그 다음에 또 파산직전에 몰려 있는 영세상인들하고 자영업자들도 돕는 정책들을 해야겠죠. 이런 식으로 사회를 어루만져서 통합하지 않으면 계속되는 갈등 때문에 모두 같이 잘못되는 상황이 올 거예요.
◇ 김현정> 지금 언뜻 들으면 사회통합하고 경제하고 무슨 상관인가, 왜 경제학자가 이런 말씀을 가장 시급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사회통합이 경제발전의 기초다, 이런 말씀이신 거군요?
◆ 장하준> 그렇죠. 그리고 사회통합에 또 가장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가 같이 잘 먹고 잘 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쉽게 표현하면.
◇ 김현정> 그렇죠.
◆ 장하준> 너무 한쪽만 잘 살고, 다른 쪽은 못 살고, 이렇게 되면 그게 또 통합이 안 되니까. 그래서 사회통합을 하기 위해서 또 그런 경제정책이 필요한 거고, 경제가 잘 되기 위해서 사회통합이 필요한 거고. 상호보완관계에 있는 거죠.
◇ 김현정> 지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듣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웃음) 장하준 교수께서 한 말씀 조언을 해 주신다면 어떤 말씀하고 싶으세요?
◆ 장하준> 글쎄요. 하여튼 지금 자의반 타의반으로 경제민주화라는 아젠다를 채택 했는데. 그거를 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박 당선인이 갖고 있던 시장주의적 사고를 수정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보기에는 경제민주화라는 거는 말하자면, 1원1표라고 할 수 있는 시장원리를 1인1표의 민주주의 원리로 전제해서 균형을 맞추자는 거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장하준> 그렇기 때문에 시장이 무조건 옳다, 시장에 무조건 맡겨두는 게 최고다,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경제민주화를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면 시장논리라는 거는 언제라도 견제되고 제어될 수 있다, 이거를 인정해야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지는 거니까 과거에 했던 생각하고 안 맞는 부분이 있다면 새로운 아젠다를 위해서 과거에 했던 생각을 바꿔야겠죠.
본인은 과거 ‘줄푸세하고 경제민주화가 상충될 게 없다’ 이렇게 말씀하셨다는 걸로 저는 들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은 안 하고, 그냥 과거에 잘못 생각했으면 잘못했었다고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 김현정> 철학부터 바꾸라는 말씀?
◆ 장하준> 네.
◇ 김현정> 2013년에도 좋은 조언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홈페이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