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3시 서울 시청역 지하철 역사. 76살 윤 모씨(여)가 자동 발매기 앞에서 승차권을 구입하고 있다.
발매기 화면에서 우대용 버튼을 누른 뒤 신분증을 갖다 대니 지하철 승차권이 곧바로 발급된다.
''65세 이상''이 확인되면 나오는 ''공짜'' 승차권이다.
그런데 승차권을 집어드는 윤씨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했다.
윤씨는 "공짜가 좋긴 좋지만 그래도 500원 정도는 내는게 좋겠다"며 "그래야 우리도 떳떳하고 덜 미안할 것 같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윤 할머니와 같이 있던 김 모(73)씨도 "주변에 할 일 없이 더우면 덥다고, 추우면 춥다고 하루종일 지하철 타는 사람들이 많다"며 "500원이라도 내도록 하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그냥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근처를 지나던 정 모(67)씨는 "무한정 타게 하기보다는 횟수 제한을 두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무임 승차 규모가 상당하고 이 때문에 지하철 적자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정작 ''공짜'' 혜택을 보고 있는 어르신들의 마음도 편치는 않아 보였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젊은이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이 모(26)씨는 "가끔 나이로만 모든 대접을 받으려는 어르신들을 볼 때는 불편하다"며 "어르신들이 예전과 다르게 더 정정해지고 건강해진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 모(40)씨도 "보편적 복지라고 하지만 모두에게 무료 승차권을 주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며 "무료한 시간 달래려고 지하철 이용하는 분들 때문에 혼잡할 때도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30년 전에 정해진 고령자 기준이 그대로 지난 2011년 서울시 지하철 무임 승차 인원은 2억2900만명, 전체 이용 인원의 1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복지법과 장애인 복지법 등에 따라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에 무료 승차권이 제공되는데 이 때문에 2316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이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의 무임승차 비율은 74%를 차지하고 있다.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는 지난 1980년 5월 8일 70세 이상 노인에 대해 요금의 50%를 감면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후 1984년부터 65세 이상 고령자와 국가 유공자에게로 대상이 확대됐고 노인복지법 시행령 개정과 함께 요금할인 비율은 100%로 늘어났다.
하지만 1980년에 전체 인구의 3.8%였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11년에는 11.4%까지 늘었다.
오는 2040년에는 65세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32%가 될 것으로 추정되면서 무임승차로 인한 지하철 적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30년전에 정해진 기준에 얽매이기 보다는 건강과 소득 등을 감안해 고령자 기준 연령을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