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노무현 차명계좌설'을 주장한 조현오(58) 전 경찰청장이 1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전직 경찰청장이 구속된 것은 '수지김 피살사건'의 이무영 전 청장과 '함바비리' 강희락 전 청장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부산 출신인 조 전 청장은 외무고시 15회 출신으로 외무부 근무 중 1990년 36세의 나이로 경찰에 특채됐다.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6~97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치안행정관을 지낸 뒤 김대중 정부에서 울산 남부경찰서장과 경남 사천서장을 맡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장, 서울 종암경찰서장 등을 맡은 뒤 이명박 정부에서 본격적인 출세길에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 출신인 조 전 청장은 부산지방경찰청장, 경기지방경찰청장,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두루 거친 뒤 2010년 8월 30일 치안총감인 제16대 경찰청장으로 정점에 올랐다.
하지만 조 전 청장은 역대 경찰청장 가운데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구설수에 많이 올랐다.
그는 지난 2010년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들이 "동물처럼 울부짖는다"며 "선진국이 되려면 슬퍼하는 방식도 격을 높여야 한다"고 발언해 곤욕을 치렀다.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절에는 과도한 실적주의로 인해 항명사태에 직면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양천경찰서 고문 사건이 조 청장의 지나친 실적주의 때문에 벌어졌다며 당시 서울청장이던 조 전 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다 파면됐다.
결국 법정구속의 결과로 나타난 '노무현 차명계좌설' 주장도 서울청장 시절에 벌어진 일이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3월 경찰 내부 특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같은 해 8월 이 같은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노무현 재단은 조 전 청장을 사자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조 전 청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6월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던 중 탑승한 차량으로 한 방송국 여기자의 발을 깔고 넘어간 뒤 그대로 사라져 '뺑소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밖에 전·의경 구타 사건, 3색 신호등, 장례식장 비리, 인천 조직폭력배 미온 대응,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크고 작은 사건을 거치면서 안팎의 사퇴 요구를 받았다.
조 전 청장은 결국 지난 4월 수원 '오원춘 살인 사건'에서 경찰의 초동 대처 미흡에 대해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했다.
전직 경찰청장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지난 2001년 말 '수지김 피살사건'과 관련해 경찰 내사 중단을 주도한 혐의로 이무영 전 청장(9대)이 구속됐다가 무죄 선고를 받았다.
또 2011년에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15대)은 건설공사 현장식당 비리에 연루돼 7000만원을 받아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한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최기문 전 경찰청장(11대)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택순 전 경찰청장(13대)은 각각 집행유예 판결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