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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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색한 얼굴로 "성장담론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는게 아니냐"라고 지적하기보다는 "뭔가 좀 촌스럽군"이라며 미학적으로 접근하는 게 더 적절해보인다. 대체 40년 전 스타일이라니. 박근혜 당선인과 차기 정부 관계자들에게 쏟아져 나오는 ''새마을운동 재(再)부흥론''에 대한 얘기다.
대선 이틀 전 갑자기 "잘 살아보세"라는 새마을운동 노래 가사를 소개했던 박 당선인은, 대선 승리 이후 소감에서도 다시 한번 "잘 살아보세"를 강조했다. 양극화 해소와 중산층 복원이라는 21세기 화두와 70년대의 박정희 대통령의 대국민캠페인 슬로건 사이에서 분명 ''엇박''이 느껴졌지만, 잘 살아보자는 어쩌면 굉장히 원초적 외침에 딴지를 걸기가 애매했다.
그런데 차기 정부의 윤곽이 드러나는 이 시점까지 70년대 스타일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으니 "촌스럽다"는 말을 참기가 살짝 힘들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인수위 업무보고 때 우리 농어촌 운동을 ''제 2의 새마을운동''으로 확대 추진하겠다고 보고하는가 하면 한 인수위 인사는 새 정부의 창조경제 개념을 역시 ''제 2의 새마을운동''이라고 소개했다.
한 수석 지명자는 ''한강의 기적''을 다시 이루겠단다. 이쯤되면 차기 정부는 작명 능력이 아예 없거나 70년대에 대한 참을 수 없는 향수병에 걸린 것이다.
21세기에 잘 사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열심히 일한 사람이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고,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는 사회에서 사는 것. 건강하게 일하고 알맞게 소비하는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에서 사는 것 아닐까.
경제민주화가 지난 대선 기간 내내 화제였던 것도 이런 시대적 요구들을 반영하기 위한 게 아니였었나. 인수위 시즌 들어 내각임명까지 경제민주화 추진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반면 성장담론은 커지고 있다. 다들 잘 살아보자는군.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는 상관없는 재벌가를 ''로열 패밀리''라며 그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을 칭송하는 매거진이나 "부자 되세요"란 인사말이 유행하는 이 시대의 천박함은, 어쩌면 끝없이 "잘 살아보자"는 외침과 정확히 일치될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기억해야 할 것은 잘 살아보자 식의 새마을운동 시즌 2가 불평등과 양극화 상황을 은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다같이 한뼘씩 잘 살아봤자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지금은 상대적 빈곤이 사회통합을 해치고 불신을 조장하며 미래를 잠식하는 시대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은 70년대 절대적 빈곤 탈출을 위한 계몽운동 정도로 아름답게 남겨두면 안될까. 다시 말하지만, 40년이 지난 얘긴데. [BestNocut_R]
박 당선인의 복고스타일은 비단 새마을운동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사나 의사결정방식에서도 ''박정희의 그림자''라는 수식을 달고 종종 지적받는다. 그래도 아직 차기 정부 출범 전이니까, 대선 때 박 당선인이 내세웠던 구호 그대로, 박근혜 정부가 ''박정희 시즌 2'' 대신 ''기다려온 변화''를 일으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