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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비방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22일 조웅 목사의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이를 두고 고소·고발로부터 고작 이틀만에 '전광석화'처럼 인신구속 절차에 돌입한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박근범 부장검사)는 지난 20일 일부 우익단체의 고발장뿐 아니라, 박 당선인의 대리인으로부터도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망법상 비방 피해의 당사자인 박 당선인이 가해자 처벌 의사를 밝혀야만 사법처리가 가능하다. 검찰은 박 당선인의 대리인을 고소 당일과 다음날까지 이틀간 조사해 처벌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쨌든 고소로부터 이틀만에 조 목사의 구속영장 청구까지 진행되는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폭로내용이 너무 심한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법원 판결로 허위임이 명백히 드러난 사실이기도 하다. 조 목사가 추가 폭로를 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검찰로서는 사안이 긴급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 당선인의 방북 행적 등 조 목사의 폭로 내용은 '허황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누가 봐도 진실이라고 믿지 않을 주장인데, 굳이 신속한 인신구속까지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명예훼손이나, 일반인들이 제기하는 명예훼손 사건의 수사 속도와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다. 보통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사건 배당 등 절차에 2~3일이 소요된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안전팀장은 "박 당선인 측의 정책이나 내각 인선 등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는 게 옳지, 믿기 어려운 폭로를 일삼는 것은 올바른 사회운동일 수 없다"고 조 목사를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일반 시민의 명예훼손 사건 처리는 차일피일 미루는 검찰이 마치 충성하듯 고소 이틀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지적할만하다"며 "국민들도 폭로 내용의 진위 정도는 판단할 줄 안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박범계 법률위원장은 "조 목사의 폭로 내용이 황당무계하더라"며 "기본적으로 형사·사법 절차로 다루는 것은 맞지만, 이런 정도의 내용을 가지고 검찰이 순식간에 구속영장 청구까지 해버리니까 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닭 잡는 데에 소 잡는 칼을 들이민 것같은 느낌"이라고 덧붙였다.[BestNocut_R]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주민 사무차장은 "조 목사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전광석화이고 과한 측면이 있다"며 "(구속기소당했다 결국 무죄가 확정된) '미네르바' 사건이 연상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명예훼손 게시물의 경우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를 통해 동영상 접속차단 등 임시조치가 가능하고, 박 당선인 측은 실제로 그런 절차를 취했다"며 "그렇다면 수사는 천천히 해도 되는데 바로 인신구속 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박 당선인의 기분을 맞추기 위한 행위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차명계좌' 의혹 제기 사건은 고소로부터 2년이 지난 뒤에 기소한 검찰이 이번에는 너무 다른 행보를 보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