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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에 무관심한 국민은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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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세금에 무관심한 국민은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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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 행정학과 김태일 교수

     

    김태일(48)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이 정부로부터 ''왕''처럼 대접받으려면 세금의 쓰임새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했다.

    자신들이 내는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무관심한 국민은 ''봉''이 될 수밖에 없단다.

    "장사꾼들이 소비자를 왕이라고 부르잖아요. 자신이 사려는 제품의 정보를 제대로 아는 소비자는 말 그대로 왕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바가지 쓰기 십상이에요. 그때 소비자는 장사꾼에게 봉인 거죠.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정부는 더하다고 보면 됩니다.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는 국민을 정부가 왕으로 대접할까요?"

    ⊙ 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김태일/웅진지식하우스

    15일 서울 안암동에 있는 고려대에서 만난 김태일 교수에게 ''정부는 왜 세금을 걷는 것이냐''고 물었다.

    "정부가 하는 경제 활동을 재정이라고 부릅니다.보통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제 활동은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이뤄지잖아요. 그러면 정부가 국민의 돈을 가져다 경제 활동을 하려는 이유가 있겠죠. 수익을 좇는 민간에서 꺼리는, 전체 국민을 위한 공공사업을 하려는 겁니다. 결국 정부가 걷는 세금의 목적은 국민의 행복을 위한 재분배인 거죠." 우리나라 국민 한 명당 내는 세금은 자기 소득의 30%에 가깝다.

    2010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173조 원인데 같은 해 우리 정부는 326조 원을 썼다.

    GDP 대비 28%가량을 정부가 쓴 셈이다.

    정부의 돈은 곧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세금이다.

    국민 스스로 세금이 자신들을 위해 쓰이고 있는지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김 교수가 최근 책 ''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를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10년 넘게 정부 예산의 낭비를 막고 효율을 높이려고 시민운동을 해 오다 2010년부터 시민단체인 좋은예산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그다.

    "최근 몇 년 새 복지 확대 요구에 발맞춰 센터 주최로 재정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세미나를 자주 열고 관련 글도 많이 발표했어요. 생각처럼 정보가 퍼지지 않더군요. 그래서 2011년 말 책을 구상하고 집필에 들어갔죠. 사실 전공논문만 쓰다 교양서를 쓰려니 힘들었어요. (웃음) 복잡한 이론을 쉽게 풀어내는 게 가장 어려웠지만 보람 있는 작업이었죠. 학계에서만 보는 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에 더 공을 들이게 되더군요." 이 책은 민영화, 일자리, 복지 등 재정 관련 사회적 이슈를 진단하고 각각의 이슈와 맞물린 흥미로운 소재들을 담았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이 ''고객정치''다.

    다수에게 세금을 걷어 소수에게 혜택을 주는 정치 말이다.

    김 교수는 세금에 대한 국민의 뿌리깊은 불신을 낳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고객정치를 지목했다.

    "다수 국민이 모르는 사이에 소수 기득권을 위해 세금을 쓰는 게 고객정치의 핵심이죠. 사실 세계적으로 ''작은 정부''를 외치는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시장과 정부 둘 다 제 역할을 못했다고 봐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시장 기능 확대를 목적으로 벌인 각종 규제철폐는 국민 전체가 아닌 극히 일부에게 혜택을 줬죠. 국민이 세금의 쓰임새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만큼 고객정치도 줄어들겠죠." 그는 고객정치가 만연할 수 있는 데는 정보 부족 탓이 가장 크다고 했다.

    과거 절대권력을 가졌던 정부가 소위 ''나랏일''이라며 재정 공개를 꺼리던 관행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제품의 가치를 모르면 ''내가 정당한 값을 치르고 사는 건가''라고 의심하기 때문에 아예 사려 들지 않아요. 국민이 복지 확대를 위해 세금을 늘리는 걸 싫어하는 것도 자신의 생활에 왜 필요한지를 잘 모르기 때문이죠.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려면 투명한 공개가 핵심입니다. 제대로 된 정보를 얻어 복지의 필요성을 알면 증세의 필요성에 공감할 여지는 더욱 커지는 셈이죠." 김 교수는 최근 한 시민단체가 벌이는 국민연금 폐지 서명 운동도 부족한 정보가 만들어낸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실제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는 양호합니다. 대부분 선진국들은 이미 연금이 고갈돼 세금으로 지급하고 있어요. 결국 우리도 연금을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때가 올 겁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있어요. 국민에게 정보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토론하고 타협하며 미래 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고칠 수 있는 시간이요." 결국 정부의 정직성과 ''세금은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혜택''이라는 국민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합의를 밑거름으로 복지국가의 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제 복지 없이는 성장도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사회 구조 자체가 변했어요. 일자리만 있으면 먹고 살던 시대에서 열심히 일해도 주거·교육·의료 등을 위한 생계비를 감당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거죠. 취업 기회조차 못 얻는 청년들도 있어요. 어느 계층에게 혜택이 가는 성장이냐는 문제가 있는데 새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문제를 풀어가야겠죠." 김 교수는 정부가 제 몫을 하도록 유도하려면 균형과 견제라는 시민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아니어도 누군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을 접자는 말이다.

    "지역마다 풀뿌리 시민단체가 많고 주민참여예산제 등의 제도를 활용하면 참여가 어렵지 않아요. 그렇게 제도화해 가야 합니다. 국민이 요구하면 정부는 제도화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려면 먼저 세금의 쓰임새를 제대로 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대로 알면 잘못된 게 보이고 고치고 싶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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