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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커피숍들이 늘어선 지난 15일 서울 강남역 주변. 한 집 건너 커피숍이란 말이 있을 만큼 가히 ''커피 전쟁''을 방불케 한다.
같은 날 서울 강남 테헤란로. 점심을 먹고 나온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신이 운영 중인 온라인 커피숍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가가서 어떤 가게인지 물어보자 손바닥 만한 스마트폰을 건넨다.
이들이 운영 중인 온라인 커피숍은 다름 아닌 스마트폰게임 ''아이러브커피''다.
게임사업의 꿈은 쉽게 접히지 않는 모양이다.
인생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신혼여행도 미루고 일에만 전념케 만드니 말이다.
스마트폰용게임 아이러브커피로 대박을 터트린 이대형(33) 파티스튜디오 대표를 이달 초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만나 게임사업가로 인생을 사는 ''맛''에 대해 들었다.
이날 이대형 대표의 얼굴은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됐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말 결혼을 했지만 신혼여행은 일 때문에 두어 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다녀왔다.
그의 성공이 우연이 아닌 노력에 있었음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대형 대표는 올해 연매출 10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게임업체 파티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 게임인 아이러브커피(스마트폰 버전)는 지난해 7월 첫 출시 이후 현재 각종 지표에서 인기 상위권을 기록하면서 스마트폰게임의 인기 유효기간이 3개월이란 주장을 무색케 하고 있다.
커피숍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인 아이러브커피는 ''애니팡''(선데이토즈), ''드래곤플라이트''(넥스트플로어)와 함께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폰게임 돌풍을 이끈 주역으로 자리를 잡았다.
잘 모르겠다면 주변사람에게 "커피 게임을 해본 적 있냐"고 물어보자. 그러면 십중팔구 아이러브커피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 투잡에서 영감을 얻다 이 대표는 투잡족이다.
온라인에서는 커피 게임을 만든 사장님으로 유명하지만 오프라인에선 갓 내린 원두커피의 신선한 맛을 그리워하는 손님에게 관련 음료를 파는 가게의 주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러브커피의 탄생은 그의 커피숍 운영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EA(일렉트로닉아츠)라는 다국적 게임회사에 다니면서 커피숍 운영을 병행하다 수많은 나라에서 즐기고 있는 커피를 소재로 게임을 만들면 괜찮겠다는 생각에 서울대 출신 후배들과 함께 창업에 나섰다.
그는 EA 근무 시절 동서양의 게임문화 차이로 애로사항을 겪었다.
동양에서는 성공하는 게임이 서양에선 실패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종종 목격했기 때문이다.
회사를 창업하고 나서 커피를 소재로 한 게임을 만들 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커피야 말로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매력적인 소재였던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스타벅스의 경우 로고나 인테리어만 보고도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글로벌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어요. 게임을 만들면서 이런 것들을 강조하고 싶었죠"라고 했다.
아이러브커피의 인기 비결은 실제 커피숍에 버금가는 세밀한 묘사다.
일례로 이 게임은 주인이 자리를 자주 비우면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다.
메뉴의 품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고객 응대에 신경을 써야 하는 점도 현실과 똑같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대면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커피숍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가게를 직접 운영하면서 온라인에서는 접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경험을 얻었다.
그리고 이는 곧 게임에 적용됐다.
"직접 커피숍을 운영해보니 직원들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게임 속에 직원 에너지라는 개념을 도입했죠. 시간이 흐를수록 에너지가 감소하고 서빙 속도도 느려지는 개념이에요. 재미있었던 것은 한 이용자가 모든 일은 (게임 속) 주인이 다 하는데 직원은 계산만하고 있다고 묻는 것 아니겠어요. 실제로 커피숍을 운영해보면 사장이 거의 대부분의 업무를 도맡아 하죠.(웃음)"
◆ 중국에 태극기 꽂는다 이 대표는 파티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것을 인생의 가장 큰 성취로 꼽았다.
안정된 직장을 뒤로하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 땐 냉혹한 세상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나만의 게임사업을 하고 싶다는 의욕을 되새기며 자신감을 얻었다.
"창업에 나서면서 딱 한 번 칼을 빼 휘두르는 건데 빗맞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방향을 잘못 잡더라도 속도가 늦어서 실패하면 안 된다는 각오로 열심히 일했죠. 다국적 회사의 한국지사에서 일할 땐 안정적이었지만 사업 결정을 주도하기란 쉽지 않았어요. 때문에 나만의 게임사업을 하고 싶었죠. 생애 기획의 주도권을 쥐려고 했던 창업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뿌듯함을 느껴요." 중국은 이 대표의 인생에서 넘어야 할 산이다.
그는 전 직장인 다날에서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로 중국사업을 처음 접하면서 "큰 시장에서 꼭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간 펼쳐왔던 중국사업에선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나선 횟수만 무려 5번.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부터 유명 온라인게임 서비스까지 도전 품목도 다양하다.
남들은 이 정도면 잘해왔다고 하지만 탐탁지 않다.
이런 와중에 국내에서 터진 스마트폰게임 아이러브커피 열풍은 중국시장 석권을 위한 새로운 도전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아이러브커피의 중국 진출은 500만 명에 가까운 웹 가입자를 바탕으로 모색하고 있어요. 일본 진출은 막바지 작업 중이죠. 다른 아시아시장에서는 현지 퍼블리셔(유통업체)가 직접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는데요. (각 국가별) 상황에 맞춰 진출할 계획이에요." 그는 게임시장이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게임인구의 확대다.
이전에는 소수의 문화였지만 보편적인 놀이로 자리를 잡았기에 앞으로도 쭉 성장할 것이란 설명이다.
그렇다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는 이에 대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게임은 TV나 영화와 같은 미디어라고 생각해요. 미디어에는 오락적, 사회적 등 여러 가지 기능들이 있는데요. 게임은 오락적 기능만 추구되다 보니 부정적인 시선이 많은 것이 사실이에요. 게임산업이 더욱 성숙하게 되면 다른 기능들도 커버하게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인식도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 파티스튜디오 새 도약 예고
파티스튜디오는 게임 개발사에서 퍼블리셔로 체질개선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월에는 소규모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퍼블리싱 사업에 1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작 스마트폰게임 서비스도 강화한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 신작 4종과 퍼블리싱 신작 4종을 포함해 연내 8종의 스마트폰게임을 선보일 계획이다.
가장 먼저 출시되는 것은 자체 개발 캐주얼게임으로 내달 말쯤 공개될 예정이다.
새 게임의 소재도 커피인지 묻자 이 대표는 웃으면서 "완전히 새로운 신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