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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에게 급여 먼저 주세요'' 파주병원 노조의 아름다운 양보

사회 일반

    ''의사들에게 급여 먼저 주세요'' 파주병원 노조의 아름다운 양보

    34개 시·도립 병원 중 꼴찌였지만 지금은 회생의 길로
    원장 2명 쫓아냈던 강성노조가 자발적으로 임금인상분 반납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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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진주의료원이 폐업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경기도 도립의료원 중 하나인 ''파주병원''의 회생 과정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경기도 의료원 파주병원의 과거 이름은 ''금촌의료원'' 낡은 건물과 낙후된 의료장비, 부족한 의료인력, 잦은 노사갈등으로 만성적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06년에는 전국 34개 도립과 시립 의료원 중 경영상태가 가장 나빴다고 한다.

    2005년 7월 지방공사인 경기도 금촌의료원에서 경기도의료원으로 합병되어 경기도의료원의 분원인 파주병원으로 전환했지만 경영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파주병원은 병원건물을 신축해야 했지만 경기도가 노사관계나 직원근무태도 등을 이유로 변화와 혁신을 해야 도와주겠다며 지원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던 파주병원이 2007년 새롭게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심장내과전문의인 김현승 원장이 부임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변화에는 민주노총 소속으로 전국 최강성으로 꼽히던 노조가 앞장섰다.

    140여명이던 전 직원이 2년간 임금인상분을 반납하기로 했다. 이중 5급 이상되는 중간간부 20여명은 솔선수범하겠다며 3개월치 임금을 반납했다. 각종 수당도 예를 들어 연가 20일 중 엿새만 사용하고 14일 분은 나중에 환급받는데 2년 동안 이를 모두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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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식을 들은 김문수 경기지사가 병원장과 노조지부장을 집무실로 불러 노조가 자진해서 임금인상분을 반납하기로 했다는데 사실이냐고 확인한 뒤, 중단됐던 병원 신축공사를 재개하겠다며 "노사가 상생의 관계를 유지하면 도와줄 가치가 있다. 도민 세금이 아깝지 않다"며 복지부예산 50억원에 경기도에서 300여억원을 투자해 병원 건물을 신축했다.

    특히 2007년 유동성이 부족해 한 달 급여에 5억원이 필요했지만 4억원 밖에 없어 급여지급 문제로 고심을 하던 중 노조가 의사들에게 100%를 먼저 지급하고 직원들은 나머지 돈으로 부족한 급여를 받겠다고 제안하고 나섰다.

    김현승 원장은 "의사들의 급여가 직원들보다 5배 이상 많은데 의사들이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설득했지만 노조집행부는 "의사들은 파주병원의 조건이 좋으면 더 있는데 조건 나빠지면 언제 딴데로 갈지 모른다"며 "우리는 여기가 평생 직장이다. 우리는 이 병원을 살려야 한다"며 병원장을 설득했다고 김 원장은 당시를 회고했다.

    노조집행부는 특히 "의사들이 동요하면 그나마 있던 한달 4억 수입도 점점 내려간다. 의사들이 동요하면 유능한 의사들이 먼저 나간다. 여기저기서 부르니까 결국 갈곳 없는 의사들만 남아 우리가 망하게 된다. 의사들 동요 막기 위해 우리가 나서야 한다"며 "우리는 평생 직장인데 한 달 양보해도 좋겠다"고 해서 그대로 했다는 것이다.

    김현승 원장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실 지난달에도 급여비용이 모자라 의사들에게 100%를 먼저 지급하고 직원들은 며칠 뒤에 모자라는 부분을 지급했다"며 "원장으로 근무한 6년동안 이런 일이 잦았지만 노조와 직원들이 이해해줬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에게 ''노조가 전국 최강성 노조로 알려졌는데 어떻게 바뀌었나?''고 물으니 일화를 소개했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병원장과 노조지부장을 만나서 "(파주병원 노조) 전국 최강성 노조로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바뀌었나? 2명의 원장이 노조에 의해 쫓겨나다시피 했는데 어떻게 윈윈하고 상생하는 병원 됐냐?"고 물었지만 지부장이 대답을 안하니까 "정말 어떻게 된 것이냐?"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노조지부장이 "원장의 진정성을 보고 노조가 변했다"면서 "그래서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로 했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노조가 싫었을텐데 어떻게 진정성 보였느냐?''고 물으니까 김현승 원장은 "가식 없이 그냥 제 생각대로 다 얘기하고 모든 것 다 투명하게 했다. 모든 병원 돌아가는 것을 투명하게 보이고 사람 하나 뽑는 것도 상식 선에서 누구나 인정하고 하는 그런 상식선의 운영을 경영을 했다 그랬더니 노조가 협조적으로 나오더라"고 말했다.

    파주병원은 노(勞)와 사(使)가 타협을 이루고 전 직원의 피나는 노력 끝에 노사가 상생하는 모범적인 노사관계가 구축되었고 과거 해마다 20억 원 정도의 적자경영이었지만 최근에는 적자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다.

    김현승 원장은 "전에는 파주병원 직원들도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볼 정도로 병원에 대한 신뢰가 낮았지만 지금은 직원들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파주병원을 이용한다"며 "만성환자가 적고 급성환자가 늘어나면서 병원 수지도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병원은 ''병 잘 고치는 병원'', ''친절한 병원'', ''설명 잘 해주는 병원'', ''깨끗한 병원'', ''이용하기 편리한 병원'', 그리고 ''자랑스러운 병원''을 지향한다.

    김현승 원장은 근무하는 직원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한편, 김 원장은 진주의료원 폐업 논란과 관련해 "공공의료에 대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하는데는 동의할 수 없다"며 "의료원은 돈을 벌기 위한 조직이 아니므로 재정상태가 아니라 공공의료를 제대로 하느냐를 두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공공의료원은 비급여 부분의 진료비가 일반 병원의 1/5 수준이므로 경영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민간병원에서 돈 안 된다고 팽개치고 하는 공공의료 부분을 의료원이 다한다. 그런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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