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CBS '브라보 마이 제주'<월-금 오후="" 5시="" 5분부터="" 6시,=""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는 매주 목요일 제주의 식물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생강나무'에 대해 한라생태숲 이성권 숲해설가를 통해 알아본다.
생강나무
3월을 넘기고 있는 시기인데도 며칠 째 쌀쌀한 날씨입니다. 그러나 추운 겨울을 이겨낸 꽃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봄기운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생태숲에는 며칠 전부터 올라왔던 꿩의바람꽃이 절정의 자태를 뽐내고 있고 숲속에서는 큰개별꽃이 서서히 숲을 점령하려 하려 하고 있습니다. 나무도 꽃망울을 열고 서서히 꽃을 피워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참개암나무가 꽃을 피워내더니 목련도 북쪽을 향해 꽃잎을 열기 시작했고 암석원의 제주산버들도 앙증맞은 노란 꽃술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생태숲의 왕벚나무는 아직 꽃망울을 달고 있지만 저지대에는 이미 꽃이 시작됐으니 머지않아 만개한 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요즘 한창 올라오는 풀꽃들 때문에 봄 향기를 전하는 생강나무를 잊고 있었습니다. 생태숲 계곡에서 자라는 생강나무는 꽃을 피운 지 며칠이 되어 보입니다. 생강나무라는 이름은 나뭇가지를 자르면 생강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졌습니다. 한라산의 봄은 생강나무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복수초, 새끼노루귀, 변산바람꽃, 참개암나무가 먼저 꽃을 피우고 있지만 봄 색깔을 입히기에는 역부족인 듯합니다. 아무래도 풍성하게 나무에 꽃이 달려야 봄이 오는 느낌을 받는데 생강나무의 노란 꽃이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저지대에서 생강나무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으니까 봄바람을 타고 서서히 한라산 높은 곳으로 봄소식을 전할 것입니다.
생강나무는 전국의 산지에서 자라는 녹나무과의 잎이 지는 작은키나무입니다. 키는 커봤자 3m 정도 밖에 되지 않고 잎은 가장자리가 밋밋하면서 윗부분이 3~5개로 갈라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가을이 되어 노랗게 단풍이 드는 잎은 단풍나무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줍니다. 꽃은 제주에서는 3월 중순이면 잎이 달리기 전에 먼저 피기 시작합니다. 암꽃이 피는 나무와 수꽃이 피는 나무가 다른 암수딴그루이며 가지마다 꽃자루가 없는 노란색 꽃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이렇게 급히 서두르는 것은 다른 나무들이 꽃을 피우기 전에 먼저 꽃가루받이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생강나무가 꽃도 작고 작은키나무이다 보니까 키가 큰 나무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 곤충을 끌어 들이기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생강나무1
열매는 기름을 짜서 생활에 이용했습니다. 예전에는 여성들의 머리카락을 정돈하는데는 동백기름을 최고로 쳤습니다. 그런데 동백나무에서 뽑은 동백기름은 귀하고 비싸서 서민들은 다른 나무열매에서 짠 기름으로 대신하곤 했는데 그것을 뭉뚱그려 '동백기름'이라 했습니다. 생강나무도 그 가운데 하나로 개동백 산동백이라 부르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생강나무하면 강원도를 배경으로 쓰여 졌던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을 빼놓은 수 없습니다. 내용 가운데 '알싸하고 향긋한 냄새의 노란 동백'이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그 노란 동백이 생강나무라는 것이며 지금도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올동박', '동박꽃'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생강나무는 머릿기름 말고도 민간요법이나 한방의 약재로 생활에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한약명으로는 향기 때문인지 노란 매화나무라는 뜻으로 황매목(黃梅木)이라 합니다. 꽃이나 어린잎을 따서 차로 마시면 그윽한 향이 그만입니다. 그리고 어린 가지나 뿌리를 잘게 썰어서 달여서 마시면 타박상, 관절염, 근육통 그리고 멍들고 삔 데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아이를 낳은 여성들의 산후풍이나 열을 내리거나 오한에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요즘은 생강나무가 키가 크지 않고 모양도 좋을 뿐더러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다워 집 정원수로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생강나무를 키우려면 10월에 익은 종자를 집 밖에 묻어두었다가 이듬해 봄에 뿌려도 되고 봄에 나온 새가지를 가을에 삽목을 해도 잘 자랍니다. 토질은 물이 잘 빠지는 곳에 심는 것이 좋고 화분을 이용할 때는 봄부터 잎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1~2일에 한 번씩 물을 주어야 합니다.
생강나무의 꽃말이 '수줍음'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아직은 초록색이 거의 없는 겨울 분위기이어서 그런지 알싸하고 향긋한 생강나무의 꽃은 다소곳하고 수줍은 봄 처녀의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모습과는 달리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곳에서 먼저 꽃을 피우는 강인함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라산 횡단도로를 달리다 만나는 생강나무꽃은 강하고 새롭다는 느낌이 있어서 좋습니다. 이제 제주는 생강나무가 꽃을 피웠으니 완연한 봄이라도 해도 되겠습니다. 지금부터 제주의 숲은 봄으로 활력이 넘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