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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8일 개성공단의 잠정 중단을 통보한 것은 군사적 도발의 바로 전 단계에 해당하는 강도 높은 조치라는 분석이다. 다만 인질 억류 등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지 않은 데는 향후 협상단계에서 북한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8일 김양건 노동당 대남 담당 비서의 담화를 통해 "남조선당국과 군부호전광들이 우리의 존엄을 모독하면서 개성공업지구를 동족대결과 북침전쟁도발의 열점으로 만들어보려 하고 있는 조건에서 공업지구 사업을 잠정 중단하며 그 존폐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던 우리 종업원들을 전부 철수한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폐쇄 수순밟기로 해석되는 이 조치는 북한이 군사적 도발에 앞서 쓸 수 있는 최악의 카드다. 개성공단은 남북을 연결시켜주는 ''최후의 끈''으로써 "통일의 마중물(류길재 통일부 장관)"일 뿐 아니라 군사적 완충지대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개성공단의 군사적 의미에 대해 "개성공단은 군대가 제일 많이 대치하고 있는 지역"이라며 "6.25 때도 탱크부대 같은게 개성공단이 있는 지역을 통했다"고 말했다. 안그래도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날 조치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갈 데까지 가보자''라는 신호라는 비관적 분석도 있지만, 협상력을 높이려는 ''최후의 카드''라는 면에서 대화의 의지를 발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단 김 비서가 사태의 원인이 "남조선 보수당국에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이 주목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리명박역도''라고 겨냥하고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호전광''이라고 비난한 것과 대조적이다. 박 대통령과 그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은 흔적이다. [BestNocut_R]
특히 김 비서가 "이후 사태가 어떻게 번져지게 되는가 하는것은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의 태도여하에 달려있다"고 한 부분은 향후 협상 테이블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의도란 것이다.
김석향 이화여대 북한학 교수는 "개성공단 운영 중단은 미사일 발사라는 군사적 도발 직전에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라고 할 수 있지만, 인질 억류 등 최악은 피했다"며 "전쟁을 하자는 게 아니라 남한의 태도 변화, 협상에 나서달라고 촉구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