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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빚탕감…"희망의 줄 잡자" 구름인파

    국민행복기금 가접수 첫날 1만2367명 몰려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신청 가접수가 시작된 22일. ''빚더미에 올라탄 서민의 자활을 돕겠다''는 취지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반영하듯 하루만에 1만2367건이 접수됐고 건수만큼 다양하고 애절한 사연이 쏟아져 나왔다.

    ◈ 40대 중반인 A씨가 아직도 혼자사는 이유=A씨(남·46)씨는 아직도 결혼을 하지 못했다.

    30대 중반이던 지난 2002년에 식품쪽 사업을 준비하던 친구를 위해 은행권 대출을 받아 투자했다가 사업이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모두가 빚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살던 A씨는 빚을 갚느라 결혼은 꿈도 꾸지 못했다.

    가계 부채 문제가 결국은 저출산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인 셈이다.

    ''냉동 칠면조'' 사업에 투자했는데 생소하다는 선입견 탓에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사업 자체의 결말이 좋지 않게 끝났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빚을 갚아나갔지만 한두번 연체가 되면서 빚은 눈덩이처럼 커져만갔고 결국은 실직에다 장기연체자라는 낙인까지 찍게 됐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뇌출혈이 찾아왔고 여기다 우울증세까지 더해지면서 사회생활도 쉽지 않았다.

    쌓이는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곤 있었지만 도무지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 동네 슈퍼마켓 사장이 ''야반도주''한 까닭= 지난 2003년, ''조금 더 잘살아보겠다''는 신념하에 동네에 슈퍼마켓을 연 B씨(남.52). 5년을 열심히 일했지만 돈은 모이지 않았다.

    가게 주변에 대형마트까지 들어서면서 B씨의 가게는 말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장사를 위해서는 물건을 들여놓아야했기에 어쩔 수 없이 대부업체에 대출까지 받았지만 손님이 찾지 않는 가게 문은 결국 닫을 수 밖에 없었다.

    대부업체의 추심이 이어지자 B씨는 ''야반도주''의 길을 택했다.

    씨는 "채권 추심이 두려워 지금까지도 휴대전화를 개통하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주소지를 정해놓으면 어김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떠돌이 인생''으로 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B씨는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일용직 노동인데 요즘같은 불경기 때는 일거리 마저 떨어지지 않는다"며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 감면 조정이 잘 돼서 장기적으로 빚을 갚을 수 있게만 해준다면 이 세상을 위해 무슨 일이든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 평범한 사람도 일순간 빚쟁이가 된다면= 이미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채무 감면 혜택을 본 경험이 있는 C씨(남. 47)씨는 "평범한 사람도 한순간에 연체자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는 세딸의 아빠인 C씨는 결혼하면서 대출을 받아 전세자금을 마련했다.

    부부가 같이 벌어서 갚으면 금방 될 줄 알았는데 첫 아이가 털컥 임신이 되면서 상황은 좋지 않게 흘러갔다.

    직장에 다니던 아내가 직장을 그만둬 그만큼 수입이 줄었고 첫 아이 준비에 이것저것 사다보니 수입보다 지출이 더 커진 것이다.

    당시는 신용카드 발급 자체가 너무나 쉬웠던 탓에 큰 걱정 없이 소위 ''카드 돌려 막기''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텨 나갔다.

    카드 돌려막기도 빚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살다가 카드사가 한도 축소를 하면서 사정이 더 꼬였다.

    ''한도 축소''가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연체가 생겼고 빚덩이는 커져만 갔다.

    채권 추심이 들어오면서 다니던 직장에서도 반강제로 쫓겨났고 C씨에게 더이상 ''선택지''는 없어보였다.

    C씨는 "빚쟁이가 되다보니 세상이 변해 있었다"며 "채무의 굴레를 벗어나는 길은 자살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목숨을 끊으려고 차를 몰고 외곽순환도로에 나갔지만 그때 막 태어난 둘째 딸 얼굴이 어른거려 갓길에 차를 세우고 몇시간을 울어보기도 했다.

    뉴스에 ''가족 동반 자살'' 얘기가 나오면 그 심정을 당해본 사람만 안다고 말하는 C씨. C씨는 "국민행복기금이 다자녀 가정에게 채무 조정의 기회를 준다고 해서 참가하게 됐다"며 "어느 순간 사회적 약자가 되었을 때 정상적인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일으켜 준다면 적어도 아이들에게 가난이라는 굴레를 물려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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