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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CJ그룹 오너인 이재현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포착했다.
또 이 회장은 버진아일랜드에서 조성한 비자금으로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21일 CJ본사는 물론 미술품을 확인하기 위해 CJ오너 일가의 미술품이 보관돼 있는 ''CJ인재원''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CJ그룹이 해외에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설립해 정상적인 거래를 한 것처럼 꾸며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물품을 납품받지 않고 납품 대금만 해외법인에 보내는 수법이다.
2010년 금융정보분석원(FIU)은 CJ가 버진아일랜드에서 들여온 70억원 가량을 포착해 검찰에 통보했으며, 전체 비자금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특히 이 회장이 회삿돈을 유용해 비자금 가운데 일부를 조성한 단서를 포착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 일가가 서미갤러리를 통해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하는데 이 비자금을 사용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회삿돈으로 조성된 비자금을 이용해 개인적인 용도로 미술품을 구입했다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죄가 적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CJ비자금사건이 회삿돈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기소된 SK사건처럼 이 회장이 ''제2의 최태원 회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검찰 고위 관계자는 "CJ비자금 사건은 SK사건과 매우 유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SK 최 회장은 2008년 SK그룹 계열사를 통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중 선지급금 명목으로 회삿돈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CJ본사, 경영연구소, 제일제당센터, 자금담당 임원 자택 외에 서울 중구 필동에 있는 ''CJ 인재원''을 압수수색한 것은 비자금의 용처를 확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재원에는 CJ오너 일가가 구입한 고가의 미술품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품은 대부분 서미갤러리를 통해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재현 회장 일가는 서미갤러리로부터 2001년부터 2008년 1월까지 1400억원의 미술품을 사들였는데 CJ측은 자금출처에 대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자금으로 구입했다"고 해명해 왔다.
홍송원 서미갤러리는 수십억원의 탈세 혐의로 지난달 두차례 조사를 받은 바 있고, 이 역시 CJ의 비자금과도 관련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았다고 주장하는 수천억원대의 재산 등이 비자금이 아닌지 면밀히 수사하고 있다.
지난 2009년 12월,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관리했던 자금관리팀장 이모(43) 씨가 살인청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2심 재판부는 살인청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이 회장의 재산관리를 맡은 피고인이 관리하던 자금의 규모는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점 등에 비춰보면..."이라며 이 회장 차명재산이 수천억원대로 추정한 바 있다.
당시 이 씨의 발언으로 CJ비자금 문제가 세간의 관심을 받았지만, CJ는 "비자금이 아닌 상속재산"이라며 국세청에 세금을 자진납부했고, 검찰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BestNocut_R]
검찰은 같은 해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이 2008년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CJ그룹을 위해 로비를 벌인 정황을 잡고 수사에 나섰지만 무혐의 처리했다.
이 때문에 CJ 비자금 수사가 정권의 비호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