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서 중국으로 추방당한 꽃제비 출신 탈북민 9명이 결국 북송된 것으로 29일 전해졌다. 당초 이들은 미국NGO 단체를 통해 미국 가정에 입양될 예정이었지만 북한의 이례적인 적극 개입과 외교부의 판단미숙으로 새 삶에 대한 꿈을 접게 됐다.
중국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날 "지난 27일 라오스에서 중국으로 추방된 탈북민들이 어제 오후 베이징행 비행기를 탔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면서 "아직 중국에 체류 중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동남아 지역 탈북민을 지원하는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에 ''라오스 루트''를 통해 탈북민들을 이동시킨 한국인 부부는 당초 이들을 미국에 입양시킬 계획이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NGO 단체와 얘기를 모두 마친 뒤 라오스 주재 미국대사관을 향하던 길이었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지난 10일 라오스 국경에서 연령대가 다양한 청소년과 함께 있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라오스 공안에 체포됐다. 곧바로 한국인 부부는 미국 측에 연락을 취했지만 "대사관까지 들어오지 못한 상황에서 대사관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듣고 한국행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부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라오스 주재 한국 대사관은 곧바로 라오스 당국과 접촉해 신병인도 약속을 받았지만, 그 뒤로 북한이 이들을 빼내가기 위해 집요하게 개입했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했다. 라오스 당국이 23일쯤 한국 대사관에 입장을 바꿔 "(신병인도를) 기다리라"고 했지만, 이 때도 외교부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BestNocut_R]
북한이 개입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는데, 한국인 부부의 주장에 따르면 라오스 이민국에 억류돼 있는 동안 북한식 말을 하는 통역관이 조사를 맡은 뒤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한다. 이 통역관이 북한계 라오스 인인지, 북한대사관 직원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결국 탈북민들은 27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중국으로 추방됐다. 이 과정에서 이민국에 억류돼 있던 탈북민 3명도 함께 추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탈북민 이송에 비행기 티켓까지 끊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베이징에서 고려항공을 통해 평양으로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