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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제품 밀어내기로 일부 대리점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주식회사 농심이 대리점에 과도한 매출목표를 부과한 뒤 대리점주들 명의로 개설된 ''마이너스 결제계좌''를 이용해 꼬박꼬박 물건대금을 빼내간 것으로 확인됐다.
물건이 제때 팔리지 않아도 물건값은 마이너스통장으로 꼬박꼬박 결제되다 보니 대리점주들은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다.
수도권에 있는 A 농심대리점 점주 B씨는 농심의 지급보증으로 우리은행에 4천만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했다. 농심으로부터 공급받는 공산품 대금을 결제하기 위해 개설한 것으로 주식회사 농심이 지급보증을 섰다.
A대리점은 제품 취급량이 적어 한도가 4천만원이지만, 규모가 큰 대리점의 경우 마이너스 한도액이 2억원에 이르는 곳도 있다는 것이 B씨의 말이다.
B대리점주는 13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마이너스통장은 대리점주들이 돈을 입금만 할 수 있을 뿐 출금할 수 없는 사실상의 회사전용 통장이지만 8.7%수준의 대출이자는 대리점주들이 꼬박꼬박 물고 있다"며 "이로인한 피해가 적지 않고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회사가 과도한 매출목표를 부과하지만 이를 받을 수밖에 없고 물건이 쌓여 있어도 물건대금은 마이너스 통장에서 자동으로 결제되니 대리점주의 빚이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마이너스통장이 밀어내기의 방편이 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실은 "계좌개설의 강제성, 농심이 계좌를 관리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물건을 팔아 마진이 안 나오면 마이너스가 불어나고 일정시점이 지나 한도액까지 차게되므로 빚을 깔아놓고 장사를 시키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우원식 의원실 한 관계자는 13일 "특약대리점주들은 본인도 모르는 가운데 마이너스 대출을 받게 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듣고 사실여부를 확인중에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마이너스 한도가 차 지급여력이 소진되면 그만두려고 해도 그만두기도 쉽지가 않다는 것. 농심이 대리점주를 대신해 빚을 변제하고 대리점주들을 상대로 채권추심에 나서게 되는데 불공정계약서에 발목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계약서에는 대리점주가 계약을 해지할 경우 회사에 진 빚을 즉시 갚도록 돼 있고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빚에 대한 16%의 고율이자를 물게 돼 있다.
마이너스 통장을 통한 결제 편의도 있지만 농심측은 물건도 많이 팔고 대금도 차질없이 챙길 수 있는 이점을 누리는 반면 대리점주들은 회사측의 과도한 물량배정에 따른 빚을 쌓아가야 하는 불리한 입장인 셈이다.[BestNocut_R]
이에 대해 농심측은 "대리점 계약시 외상 물건을 주므로 보증보험이나 부동산, 현금담보를 받고 있고 대리점주들이 영업을 하다보면 돈이 일시적으로 달릴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 본인선택으로 회사가 보증해 마이너스대출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마이너스통장은 자동적으로 결제금액을 갚는 시스템이다"고 덧붙였다.
농심은 밀어내기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김 모 전 대리점주가 주축이 된 대리점주 모임과는 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제도개선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농심은 자사의 ▲불공정 거래행위 ▲매출목표 강제부과 ▲판매장려금·거래조건 차별 ▲일방적 계약해지 등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따라서 공정위 조사결과가 농심문제를 해결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