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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北, 북미회담 좌절땐 4차 핵실험 강행할 것"

정치 일반

    정세현 "北, 북미회담 좌절땐 4차 핵실험 강행할 것"

    • 2013-06-17 10:11

    - 북, 병진정책위해선 북미대화 불가피
    - 남북회담은 북미회담 징검다리 의도
    - 비핵화 유훈 언급은 협상 위한 카드
    - 2.29 합의수준 약속땐 美 대화나설 것

    "이 인터뷰는 매일 아침 7시-9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現 원광대 총장)

    어제였죠. 북한이 미국에 북미 당국회담을 전격적으로 제안했습니다. 우리로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지 닷새 만이라는 점도 놀랍고요. 게다가 비핵화는 김일성, 김정일의 유훈이라는 말까지 해 가면서 대화를 제안했다는 점에서 또 놀랐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요? 북한의 진짜 속내, 의도는 뭘까요.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정세현 원광대 총장과 함께 이 문제 한번 짚어보죠.

    정세현

     

    ◇ 김현정> 우리와 대화가 깨진 지 일주일도 안 됐거든요. 그런데 미국에 러브콜?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 정세현> 북한이 이번에는 반드시 오바마 정부 2기와 핵문제를 가지고, 핵카드를 가지고 확실하게 평화협정이나 또는 미북수교를 끌어내겠다고 하는 계획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미국이랑 정말 대화를 하고 싶다, 이런 의미예요?

    ◆ 정세현> 그렇죠. 그런데 미국이 일종의 사인을 줬어요. 사실은 지난 4월 13일에 존 케리 국무장관이 한국 들러서 중국 베이징에서 나올 때,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6자회담을 해야 된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 2자회담도 할 수 있고, 4자회담도 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했거든요.

    바로 그 2자회담이라는 말 속에는 한일회담을 하자는 얘기도 아니고, 한미회담하자는 얘기도 아니고, 바로 북미대화를 해 줄 수 있다는 그런 사인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 얘기를 하고 난 뒤에 물론 다른 목적으로 왔지만 일본의 아베 총리의 특사가 북한을 다녀오지 않았습니까? 일북회담은 됐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 김현정> 비공식이었지만 되긴 됐죠?

    ◆ 정세현> 그렇죠. 그리고 북중회담도 되고, 남북회담은 잘 안 됐고. 그래서 바로 케리가 얘기한 대로 북미대화로 건너가기 위한 징검다리를 그동안에 차분히 놓아왔는데, 이제 최종 목표지점으로 가기 위한 제안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북한이 가장 원하는 건 항상 미국과의 대화죠? 미국으로부터 인정받는 거.

    ◆ 정세현> 그렇죠. 현실적으로 동북아의 국제정치가 미국이 주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빅딜을 하지 않으면 북한으로서는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고.

    ◇ 김현정> 제재로부터 풀려날 수도 없고, 국가로 인정받을 수도 없고.

    ◆ 정세현> 그렇기 때문에 항상 미국과 결판을 내려고 그러죠.

    ◇ 김현정> 그러려면 우리와의 대화를 좀 더 성심성의껏 완성했어야 되는 건 아닌가요?

    ◆ 정세현> 그런데 이쪽에서 ''''격 문제''''를 가지고 회담이 잘 안 되지 않았습니까? 북한으로서는 그렇죠. 남북당국회담을 통해서 미북회담으로 건너가고 싶었지만, 남쪽 당국이 여러 가지 이유로 그걸 성사시켜주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거기에 매달릴 수는 없다. 미국으로서도 통미봉남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었다고 볼 수 있죠.

    ◇ 김현정> 북한으로서는 해볼 만큼 했다는 얘기를 하면서 미국과의 대화에 똑똑 문을 두드리는 상황?

    ◆ 정세현> 그렇죠. 우리 정부로서는 할 만큼 했다고 하겠지만, 북한도 미국에 대해서 우리는 할 만큼 했는데 남한 당국이 대표 자격 문제를 가지고 시비를 건다. 더 이상 매달릴 수 없었다 하는 식으로 이제 직접 우리끼리 만나자, 이렇게 얘기를 하겠죠.

    ◇ 김현정> 우리는 징검다리였군요? 남북회담 제안하고 무산된 이 단계는.

    ◆ 정세현>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럼 어제 한 제안의 내용을 들여다보겠습니다. 굉장히 이례적인 부분이 많아 보여요. 우선 ''''일시, 장소 다 미국 마음대로 정해라. 고위급회담이다. 게다가 비핵화는 김일성, 김정일의 유훈이다.'''' 이 제안, 어떻게 보세요?

    ◆ 정세현> 유훈이라는 얘기는 반드시 실현해야 되겠다는 얘기고. 또 그 뒷부분에 ''''우리의 핵보유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자위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이다.'''' 이런 얘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자기네들의 핵보유가 필수라고 했으면 이거는 회담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건데, 미국에다가 이걸 제안 하면서 자기네들이 핵을 보유하는 것은 한반도죠.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다'''' 그랬어요. 그러니까 협상카드라는 얘기입니다.

    ◇ 김현정> 우리는 언제든지 포기하려면 포기할 수 있다. 걱정하지 마시라, 이런 의미인가요?

    ◆ 정세현> 그렇죠. 그런데 싸게는 안 내놓겠다. 좀 비싸게 팔겠다 하는 얘기죠.

    ◇ 김현정> 쉽게 말하면 그렇게 되는 거군요.

    ◆ 정세현> 그게 말하자면 미북수교고, 미북평화협정을 해 달라는 얘기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런 카드조차도 사실은 이번 봄까지도 안 내놨었거든요. 무슨 얘기냐 하면, 미국에다가 북한이 ''''비핵화 포기 안 한다'''' 이런 얘기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핵 얘기 이제 더 이상 꺼내지 말라.

    ◆ 정세현> 그런데 이제 비핵화회담은 없다고 그랬죠. 6자회담식으로 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그런 회담은 이제 더 이상 재미없다, 흥미없다. 북한이 작년 4월, 헌법에 그렇게 박았다고 그랬는데.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하는 조건에서 미북 간에 핵군축회담을 하자'''' 그런 취지입니다. 그러니까 외교관들이 만나서 무슨 이러쿵저러쿵 해서 합의해 봐야 지금까지 소용도 없더라. 그러니까 군사책임자들이 만나서 군축회담으로 바로 가자, 이런 얘기죠.

    ◇ 김현정> 그럼 그때 기조와 지금의 이 기조가 달라진 건 아니라고 보세요?

    ◆ 정세현> 아니, 조금 달라졌죠. 그러니까 우선 그동안에 이게 6자회담이라든지, 또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외교부가 발언을 했었는데요. 이번에는 국방위원회 대변인이 직접 나섰고. 그다음에 또 ''''위임에 따라'''' 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인 김정은의 위임에 따라서 국방위원회가 직접 나서겠다 하는 얘기입니다.

    ◇ 김현정> 외교부가 나선 것보다 군이 나선 게 훨씬 강한 거군요, 북에서는?

    ◆ 정세현> 강한 거죠.

    ◇ 김현정> 군사회담을 하자는 건 무슨 차이입니까?

    ◆ 정세현> 그러니까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걸 전제하고 만나자는 얘기예요.

    ◇ 김현정> 핵을 가지고 있다는 걸 전제하고, 이제부터는 군축회담이 되는 것이다?

    ◆ 정세현> 그렇죠. 핵군축회담을 하자는 건데. 미국이 그것까지는 들어주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협상 전에 흥정을 위해 일단 값을 높여서 불러보는 거 아닙니까? 나중에 깎아줄 망정.

    ◇ 김현정> 그럼 이제 궁금한 건 미국이 과연 이 회담을 받을 것인가, 이 부분인데. 지난 밤에 공식입장은 아니고 반응 정도가 나왔는데요. 역시 ''''선 비핵화가 우선이다. 행동부터 보여라.'''' 이런 원론적인 답이 나왔네요?

    ◆ 정세현> 그런데 사실은 2012년 2월 29일, 미북 간에 북핵문제를 풀기 위한 중대한 합의가 하나 있었습니다. ''''2.29 합의'''' 라는 겁니다. 오바마 정부 1기 말년이죠. 정부의 정권교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효하다고 본다면 그때 미국이 뭐라고 그랬냐. 북한이 앞으로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리고 영변 내에서의 핵 활동, 구체적으로는 우라늄농축 같은 활동을 중지한다면 미국으로서는 24만톤의 영양지원, 분유지만 그런 걸 지원하면서 당신들과 계속 대화를 해 나갈 수 있다는 식으로 합의를 했어요.

    그런데 그게 깨졌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작년 4월 12일이 김일성 탄생 100주년입니다.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소위 인공위성 발사라고 하는 미사일 발사를 함으로 인해서 2.29 합의가 깨졌지만, 일단은 작년 2.29 합의 정도의 내용을 북한이 다시 약속하면 미국이 슬그머니 미북 당국간 대화에 나가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왜냐하면 지난 11일, 미국의 백악관 대변인이 그랬어요. ''''미북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몇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거는 2.29 합의를 의식하고 한 발언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원론적으로 ''''선 비핵화, 행동이 먼저다'''' 라는 입장이 나오긴 했지만 미국의 속내는 지난 2.29 정도로, 즉 미사일 발사 포기하면 그래도 뭔가 대화해야 되는 것 아닌가.

    ◆ 정세현> 그리고 이제 핵 활동을 중지하겠다는 발언을 하면.

    ◇ 김현정> 그 정도 하면 받아들일 것이다?

    ◆ 정세현> 네.

    ◇ 김현정> 만약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거라 생각하세요?

    ◆ 정세현> 대화제의를 무시하면. 무시하거나 또는 한국 정부의 여러 가지 견제로 해서 그것이 진전이 안 되면 북한은 4차 핵실험으로 들어가지 않겠는가. 또는 작년 12월 12일에 했던 미사일 발사때보다 좀 거리가 늘어난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왜 그런 판단을 하냐, 이번에 ''''미국 본토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는 그런 표현을 썼어요.

    ◇ 김현정> 그랬었죠. 그것을 보여줄 것이다?

    ◆ 정세현> 네.

    ◇ 김현정> 개인적으로는 미국이 받을 것 같으십니까? 어떻게 예상하세요?

    ◆ 정세현> (웃음) 그것 참.. 미국의 여러 가지 당국자들의 발언으로 봐서 ''''대화를 하기 위해선'''' 이라는 소위 조건을 달고 있는데. 그게 상당히 그쪽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 김현정> 조금 가능성을 높게 보시는군요. 물론 상황변화라는 건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봐야겠지만.

    ◆ 정세현> 네. 다만 이제 이렇게 되면 중국은 권고할 거예요.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런데 우리 정부의 입장이 어떠냐가 중요하죠. 우리 정부가 완강하게 반대하면 미국은 못 나가는 거고. 그러나 우리 정부가 남북당국회담은 이렇게 됐지만 핵문제가 더 악화되는 걸 막기 위해서 미국이 나가는 것을 우리가 굳이 뜯어말리지 않겠다는 정도의 입장이라면 미국은 나갈 수도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하는 게 우리로서 이득이 될 거라고 보십니까?

    ◆ 정세현> 저는 조금 전에 말씀드리는 대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걸 무시하고 미북당국간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없다고 할 것 같으면,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다시 한 번 하거나 또는 핵실험을 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 김현정> 더 큰 긴장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상황.

    ◆ 정세현> 그렇게 되면 그때 가서 우리 정부의 부담이 더 커지죠.

    ◇ 김현정> 그런데 남북당국회담이 이렇게 되고 나서, 우리가 이렇게 자존심이 망가진 상황에서 선뜻 나가서 해라, 미국에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 정세현> 글쎄요. 외교나 정치에서 자존심만 가지고는 안 되지 않습니까?

    ◇ 김현정> 실리를 생각해야 할 때다?

    ◆ 정세현> 여야 간에도 자존심 하다가 적당한 수준에서 명분과 실리를 서로 맞바꾸는 식으로 타협을 하지 않습니까?

    ◇ 김현정> 정세현 전 장관의 분석을 들어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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