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여객기 충돌사고와 관련해 미 언론의 편향적인 보도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고 발생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조종사 과실'을 기정사실화 하는가 하면 기체결함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축소보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 언론은 지난 8일(한국시각) 이번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첫 브리핑에서 '사고 여객기가 너무 느린 속도로 활주로에 접근하다가 충돌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히자 '조종사 과실'을 사고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블랙박스 자료와 조종사들이 시계착륙을 하고 있던 점으로 미뤄 조종사가 실수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다음날 보도에서도 조종사의 경험미숙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WP는 "조종사는 베테랑 조종사지만 거대한 보잉777기종을 조종하는데는 초보(novice)"라며 이같은 내용을 기사 제목으로도 내세웠다.
WP는 이와 함께 지난 1999년 대한항공 화물기 8509편 추락사고를 소개하는 별도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수직적인 문화가 긴급상황에서도 조종사들간의 의견개진을 힘들게 만들어 사고로 이어졌다'고 주장을 했다.
WP는 그러나 '오토 스로틀(속도자동조절장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조종사들의 주장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했다. 아예 신문지면에서는 조종사들의 주장을 다루지 않았다. 인터넷 기사에서는 조종사들의 주장을 담기는 했지만 항공 전문가들의 말을 빌어 '비행모드 착각 가능성'과 '자동비행 중독증세' 등을 거론하며 여전히 조종사 과실에 무게를 두는 듯한 논조를 펼쳤다.
미 언론들의 이같은 편향된 논조는 비단 WP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표적인 보도채널인 CNN 역시 WP와 비슷한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사고당시 아시아나 승무원들의 희생적인 탈출활동을 소개하면서도 '조종사들이 승객들의 탈출을 지연시켰다'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