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규제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시대이다. 침체의 늪에 빠진 조선업계가 환경 규제에 따른 새로운 시장 창출에 선제 대응하면서 불황에 대처하고 있다.
다소 생소한 용어이지만 선박에는 ‘평형수’라는 것이 사용된다. 평형수는 화물을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배의 균형을 잡기 위해 현지에서 채우거나 빼내는 바닷물이다.
선박의 세계 운항에 따라 한 해 50억 톤이 넘는 평형수가 국경을 오가며 버려진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7천여 종에 달하는 해양 생물이 선박의 운항에 따라 이동해 이곳저곳에 버려지면서 해양 생태계가 교란된다는 점이다.
마치 육지에서 황소개구리가 유발하는 생태계 교란과 비슷한 개념이다.
국제해사기구는 물벼룩, 망둑어, 유럽녹게, 아시아 다시마, 얼룩무뉘담치, 북태평양 불가사리, 북아메리카 해파리 등 10개 생물종을 대표적인 유해 생물종으로 선정한 바 있다.
해양수산부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호주의 경우 98년까지 ‘검은줄무늬담치’의 유입으로 약 1800억 원의 진주 양식장이 폐허화됐다는 보고가 있고, 국내에서도 ‘지중해 담치’ ‘외래 갯지렁이’ 등의 유입으로 전복과 어패류 양식장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국제해사기구는 이르면 2014년, 늦어도 2015년 말 ‘평형수 살균처리 장치’를 달지 않은 외항선에 대해 항해를 금지시키는 협약을 발효시킬 방침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시장 규모가 80조원 대라는 것이다.
영국해양공학연구소가 지난해 3월 IMO 회의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대상선박 6만 8천척에 해당 장치(설비비와 설치비 등) 하나를 설치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12억 원으로 계산할 때 이런 수치가 나온다는 것이다.
2015년 말 협약이 발효되면 이 시점부터 나오는 선박은 평형수 처리 장치를 구비하고 있어야 하고, 기존 선박은 유예기간을 두어 2019년까지 장치를 구비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2년 내에 대규모 시장이 창출되는 것이니 국내 조선업계와 조선 기자재 업계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소에서는 앞으로 평형수 처리 장치를 구비해야 선박 수주를 할 수 있는 셈이고, 조선 기자재 업체는 새로운 기술의 장치를 개발해야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중공업의 경우 독자 개발한 전기분해 방식의 살균 처리 장치, ‘하이밸러스트’가 최근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해양경비대로부터 인증을 받아 수주 기반을 닦았다.
선박평형수 주입, 배출에 따른 유해수중생물의 이동설명
현대중공업은 “이번 인증 획득으로 하이밸러스트 수주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자외선살균 방식의 에코밸러스트는 내년 상반기 중에 인증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직적인 대응을 위해 해양수산부의 지원에 따라 ‘한국선박평형수협회’라는 단체도 지난달 만들어져 본격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해수부는 앞으로 한국선박평형수협회가 주도하는 세계선박평형수협회를 국내에 설립해 국제해사기구(IMO)의 비정부회원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해수부 황의선 해사산업기술과장은 “최근 3년 동안 선박평형수 설비기업들은 약 7700억원의 해외 수주를 올려 해양산업 분야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미국은 자국 입출항 선박에 대해 현재 기준보다 천 배 강화된 처리 설비를 탑재해 운항하도록 자국법을 규정하려고 하고 있는 만큼 향후 기술 수요에 대비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설 경우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된다”고 말했다. {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