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대운하 추진 비밀 문건이 공개되면서 4대강 사업의 허구성이 탄로났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측은 4대강사업이 강 살리기 사업이었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핑계가 사실에 얼마나 가까운지 따져봤다. 이명박 대통령측이 4대강사업은 대운하사업과 무관하다고 여전히 선을 긋고 있는 논거는 다음과 같은 5가지다.
◈”대운하를 전제로 했다면 5~6m를 팠을텐데 평균 3~4m만 팠다”4대 강사업 이후 한강의 최소수심은 3m, 낙동강의 경우 하구~구미 구간 6m, 구미~상주 구간 4m로 깊어졌다. 4대강 전체 준설구간으로 보면 484km 가운데 393km(81%)가 4m 이상이다. 당초 대운하설계팀이 소개한 2,500톤급 화물선이 다니기 위해 필요한 최소수심 6m보다는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800톤급 화물선까지 운항하고 있는 독일 RMD 운하의 최소수심이 4m라는 사실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현재의 최소수심으로도 얼마든지 화물선 운항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은 “지금의 조건에 맞는 화물선을 띄우면 되는 것”이라며 “더 큰 화물선을 운항하려면 추가 준설을 하면 되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녹색연합 황인철 국장은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진행해온 사업이라는 사실이 물증을 통해 확인됐는데도 수심만 가지고 대운하가 아니라고 항변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최소수심이 얕다는 말보다는 차라리 한강과 낙동강을 (아직) 연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운하가 아니다고 변명하는 것이 오히려 더 설득적일 것이다.
◈”대운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심을 깊게 파고 보를 설치한 것은 많은 물을 확보해 가뭄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자체로는 일리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가뭄은 4대강에 물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지류 지천이 마르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만약 4대강 물로 가뭄을 해소 하려면 이 물을 지류 지천 쪽으로 거꾸로 올려 보내야 한다. 공주대학교 정민걸 교수(환경교육과)는 “일반적으로 가뭄은 4대강 주변 같은 낮은 지역이 아닌 지류지천이 있는 높은 지역에서 일어난다. 가뭄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면 4대강에 물을 채울 것이 아니라 지류 지천에 물을 채우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도 “수자원 확보라는 4대강 프로젝트에 정작 그 수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지는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역시 당초 대운하 사업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홍수시 물을 저류하고 갈수시 공급하는 다목적댐과 달리 보는 연중 수심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고 중하류의 깨끗하지 못한 물을 저류하여 상수원으로 활용하기는 곤란하므로 실질적인 수자원 확보 효과는 거의 없다”고 적시한 바 있다.
◈ “대운하를 전제로 했다면 각 보마다 다리(공도교)를 설치할 이유가 없다”4대강에는 16개의 보가 설치돼 있다. 이 가운데 15곳에 공도교가 설치돼 있다. 이들 다리의 높이는 평균 13.9m다. 2,500톤급 화물선이 통과할 수 있는 8m높이 보다 높은 것이다. 설사 화물선이 이 보다 더 규모가 크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더라도 "대운하 설계팀은 갑문의 경우 보 옆을 통과하거나 둔치, 재방 밖으로 우회하는 등 다양한 계획을 수립했다"고 돼 있다.
◈”낙동강 수질이 악화된 건 가뭄 때문이지 4대강 사업 때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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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하천에서는 인의 농도가 녹조 발생 여부를 좌우하고 있다. 다시 말해 물이 고이면 녹조가 발생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번에 녹조가 발생한 지역도 유속이 느리거나 물이 멈춰있는 곳과 관련이 있다. 녹조 발생의 또 다른 조건은 수온이다. 온도가 높을 때 녹조가 발생하게 되는데 4대강 사업으로 강의 온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전문가 진단이다. 공주대학교 정민걸 교수는 “물을 담아놓으면 태양에서 들어온 에너지가 그대로 계속 축적이 되면서 온도가 빨리 올라간다. 또 물의 깊이가 깊으면 열이 식는 속도가 느려진다”며 “4대강 사업으로 물살이 느려지고 물의 온도가 높아진 이상 녹조 발생 가능성은 그 만큼 커진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장마에도 불구하고 4대강 주변에 홍수피해가 없지 않았나?”당초 4대강 사업에 명분을 주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매년 수 조원의 홍수피해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은 수 십 조원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주장의 근거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홍수는 대체로 본류 보다는 지천 유역에서 발생해 왔다. 따라서 이번 장마 때도 4대강 주변에서 홍수피해가 생길 가능성은 애초부터 높지 않았다. 녹색연합 황인철 국장은 “이번 장마로 인해 여주, 이천에도 홍수가 났는데 이들 지역 대부분은 지천유역이었다. 정작 수해 대책이 필요한 지역은 지천인데, 범람도 안하는 본류에 돈을 쏟아 부었으니 피해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4대강 사업은 홍수방어나 물확보, 수질개선과 무관한 사업이라는 사실이 갈수록 고착화되고 있다. 이제 4대강 사업에서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의미는 이 것이 대운하 사업의 전단계라는 점 뿐이다. 박근혜 정부의 한 고위 인사는 “대운하 사업이 4대강 사업으로 둔갑돼 진행돼 온 사실이 드러난 이상 이명박 대통령측이 국민의 여론을 다시 물어 본격적으로 대운하 사업을 진행하자고 제안해 올 줄 알았다”며 “하지만 그들은 그런 용기조차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