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8·8 세재개편안에 대한 여론 악화로 청와대가 원점 재검토 방침을 밝혔지만 여당내에서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분위기다. 세재개편의 근본 배경이 된 복지공약과 그에 따른 재원 마련방안에 대해 근본적인 궤도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가 세금제도에 손을 대기 시작한 건 잘 알려져 있다시피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 도입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0일 2차 대선토론회에서도 “매년 27조, 5년간 135조원을 마련해 이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후대에 빚을 떠넘기거나 국민 부담을 늘리기 전에 먼저 정부가 예산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줄이고 나라 살림을 투명하게 꾸려나가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 비효율적인 정부 씀씀이를 줄여서 60%의 재원을 마련하고 세수 확대를 통해 나머지 40%를 충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원을 위해 증세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래서 이번에 내놓은 것이 세율인상이나 세목신설 등과 같은 증세 없는 세제개편이었다.
하지만 이번 세재개편안은 결과적으로 증세나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도 1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표현이 어떻고 이론이 어떻든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더 많은 돈이 나간다면 결과적으로 증세”라고 규정했다.
심재철 의원은 한 술 더 떠 복지공약에 대한 원점 재검토까지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솔직해야”한다며 “복지공약으로 세금이 얼마나 무거워질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금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며 “공약을 재조정하고 증세 등 모든 것을 원점에서 놓고 재검토해야한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심 의원은 해당 언급이 박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모두에게 한 말이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공약을 일점일획도 고치지 못한다고들 하는데 공약을 100% 실천한다는 건 무리다. 재정범위내에서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강경론이 아직은 당내에서 동조 받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의 스타일이 한번 뱉은 말은 금과옥조로 여기는 원칙주의자라는 걸 모두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놓고 말하지는 못해도 속으로만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한 중진 의원은 익명을 전제로 “복지 공약을 지키려면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빚을 내든지 아니면 세금을 늘리든지. 하지만 빚을 내면 곤란하다. 한 번 빚을 내면 두고두고 부담이니. 그러니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증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당 중진 의원도 “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당이 고뇌에 차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