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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 부회장 유창근

 

남북한 당국이 지금 개성공단 가동재개를 향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공단의 운영 재개를 앞두고 만난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 유창근 부회장은 "개성공단의 생산품은 '평화'"라고 말했다. 유 부회장은 "123개 입주기업들이 이번에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한 일방적 가동중단 사태로 거의 망할 위기에 직면했었다. 정나미가 떨어졌을텐데 공단을 다시 연다니까 123곳 모두가 개성으로 간다더라"며 "남과 북 정부가, 여야가, 국민 모두가 공단 정상화를 바랐던 이유가 단지 입주기업들의 영업 이익 때문이었겠느냐"고 되물었다. 유 부회장은 우주항공·선박 및 건설장비·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정밀 소재부품과 IT솔루션을 개발하는 전문기업인 (주)에스제이테크의 대표로, 에스제이테크는 지난 2004년 개성공단 입주를 가장 먼저 신청한 '등록1호' 업체다.

-에스제이테크는 어떤 회사인가.

"우주항공에서부터 선박, 건설장비, 자동차 등 분야의 자동화와 반도체와 관련 정밀소재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IT 쪽에선 기업솔루션를 개발한다. 1997년 창업했다."

-개성공단 가동 재개에 대한 소회를 말해달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공단이 폐쇄되지 않고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돼 기대가 크다. 다만 지난 5개월 동안 기업들이 본 피해를 어느 정도까지 복구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걱정도 된다."

-공단이 잠정폐쇄됐을때 심정은 어땠나.

"난 절대 안닫는다 확신했다. 북쪽이 만일 개성공단이 필요없다고 판단했다면 곧장 문을 닫았을 것이다. 다만 (가동중단) 시기가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

-개성공단에 다녀왔나.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

"설비가 예상보다 더 많이 훼손돼 오랜 시간 손을 봐야 하는 상황이다. 정밀기계의 센서 등이 습도 때문에 오작동 한다."

-북한 인력을 몇 명이나 썼나.

"430명 채용했다. 본사 파견인력은 5명이었다."

-시장경제 학습 측면에서 북이 처음과 달라졌다고 보나.

"북측은 처음에는 봉사의 개념이었다. 남쪽의 어려운 기업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학습을 해서, 노동과 고용을 통해 자신의 삶이 윤택해진다는 것을 인정하고 공단의 필요성을 느끼는 분위기다."

-정상가동까지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나.

"완전 정상가동까지는 석달 이상 걸릴 것이다. 하지만 생계활동이 급하니까 다음주부터라도 가동시켰으면 한다. 가동재개 시점은 남북공동위원회에서 정해지는데 관련 규정과 세칙, 준칙 등 큰틀이 이미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합의까지 그리 오랜 시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피해를 본 기업인들의 마음은 급할텐데.

"(가동재개 시점에 대해)정부와 기업들 간에 온도차가 있다. 기업들은 당장 선가동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정부는 재발방지 등 약속 받은 뒤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입장이 옳다. 문제는 8월 말 전후로 내년 봄 신상품 생산을 위한 '계절오더'가 끝난다는 것이다. 9월 초가 지나게 되면 정상화되더라도 할 일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가동재개가 늦어지는 경우 원청자들은 오더를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로 돌릴 수밖에 없다. 원청자들도 개성공단의 장점을 잘 아니까 조금은 기다려줄텐데, 시간이 급하다."

-개성공단의 '장점'이란 뭘 말하나.

"원가, 품질, 물류 등에 대해 모두 만족스러워한다. 통관 절차의 경우 중국은 1주일, 베트남은 15일 정도 걸린다. 개성은 일일생활권이니까 원청자로서는 재고부담 줄이면서 원가관리할 수 있으니 매력이다. 노동력이 우수하다보니 무엇보다 품질이 뛰어나다. 우리 민족의 손재주는 세계 그 누구도 못따라온다."

-남북이 합의한 5개 항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상당히 전향적이다. '아 어떻게 저렇게 바뀔 수 있지?'하며 놀랐다. 3통(통신 통행 통관)만 돼도 좋겠다는 게 그동안 숙원이었다. 이번 사태로 피해는 봤지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 북측의 전향적 태도 변화의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개성공단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는 얘기다. 금강산의 경우에도 북측이 자체 운영을 통해 중국인을 데려오려 했지만 잘 안됐다. 개성은 관광과 경협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이다."

-개방과 경제발전에 대한 북측의 시각이 근복적으로 변했다고 보나.

"예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있을 때도 나름의 방식으로 외자유치에 관심을 기울였다. 나진선봉과 황금평 개발 등 접경지 특구 개설은 개방이 목적이지않나. 북한이 지금 많이 고립돼 있고 시장 진입 필요한데, 중국식 개방을 원하지 않나 생각한다."

-합의안이 재발방지 장치로 충분하다고 보나.

"합의는 쌍방의 문제이고 100% 될 수는 없는 거다. 부부도 살면서 의견충돌 일어나고 계속 조율하는 것처럼, 합의는 시장환경이 바뀜에 따라 계속 새롭게, 발전지향적으로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상설 조절기구가 필요한 이유다. 공동위 설치에 합의한 사실 자체 만으로 크게 발전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기업들이 피해보상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을텐데.

"금전적인 보상을 받자는 얘기는 아니다. 올 임금 동결하고, 법인세 등을 유예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북한 근로자와 함께 일하면서 어려움도 있었을텐데.

"부부가 만나 부부싸움이 줄어들고 하나가 되는데는 헤어져 살았던 기간 만큼이 필요하단다. 60년 동안의 분단과 단절을 겪었으니 언어, 문화, 경제 등에서 잘 안 맞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 회사는 지난 2004년 시범단지 사업에 1호로 들어갔다. 지난 10년의 세월은 얽힌 실타래를 하나씩 둘씩 제자리 돌려놓는 과정이었다."

-북한 근로자에게서 동포의 감정을 느꼈나.

"우린 '작은 통일'이라 부른다. 함께 소통하면서 일하다보니 어느 순간 남쪽인지 북쪽인지 분간이 안 가더라. 북측 근로자들이 개성에서 철수할 때 눈물 흘리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7월 물건 갖고나올 때도 눈물을 글썽였다. 이번에 단절을 겪고 나니 그동안 북측 근로자들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도 새삼 깨달았다. 123개 입주기업들은 이번 조업중단으로 거의 망할 위기에 직면했었다. 정나미 떨어져서라도 안 들어가야 정상이다. 그런데 지금 123개 다 들어가겠단다. 남북한 정부가, 여야가, 국민 모두가 정상화를 말했다. 123개 입주기업의 영업이익 때문에 그랬겠나. 개성공단의 생산품은 '평화'다."

-개성공단 입주를 가장 먼저 신청한 배경은 무엇이었나.

"2004 6월 30일 시범단지 토지 준공식을 기념해 개성시내 남산여관에서 북측 인사들과 오찬를 했다. 그때 옆에 앉은 북한 인민위원회 당국자가 '남쪽 인사들은 맨날 행사만 요란하게 하고 사업에 뜻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더라. 북핵, 미사일 등 걸림돌을 이유로 말했더니 얼굴이 시벌개지면서 화를 냈다. '우린 군사지역 밀어내고 남쪽에 땅 내주지 않았나. 남쪽이라면 그럴 수 있느냐'고 따지더라. 입장을 바꿔봤다. '이건 신뢰의 문제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04년 공장을 꼭 가동시키겠다고 그 자리에서 약속했다."

-개성공단의 발전 방향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

"대학원 졸업 논문('개성공단에서 지식을 기반으로 한 기업혁신 사례 연구'·2013년 2월 중앙대학교 대학원 북한개발협력학과)에다 썼다. '국제화'가 코드다. 노동집약적 산업 만으론 한계가 있다. 지식집약적 환경을 만들어 글로벌스탠더드로 나가야 한다. 한 경제단위가 자급자족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데 8000만의 인구가 필요하단다. 남북이 합친다면 저출산과 산업화 위기 등을 극복하고 글로벌 4강으로 도약할 수 있다. 우린 이미 개성이라는 민족의 자산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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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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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VER뭘봐팍2023-01-13 15:41:39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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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분 상습적으로 이러시네 저건 충청권 광역철도가 아니라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예요 충청권 광역철도는 대전의 실질적인 3호선 역할을 할 노선이고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는 대전 1호선 연장안이고요 제대로 알아보고 기사 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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