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판사들이 군사 쿠데타 40주년을 앞두고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 시대에 사법부가 저지른 잘못을 뒤늦게나마 사과했다.
칠레 전국판사연합은 4일(현지시간) "국가 폭력 희생자들과 칠레 사회에 용서를 구할 때가 왔다"고 발표했다고 영국 BBC와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했다.
판사연합은 "당시 사법부, 특히 대법원이 기본적 인권 지킴이로서 역할과 국가 폭력 희생자 보호에 모두 실패한 점이 명확하게 언급되고 인식돼야 한다"고 밝혔다.
칠레 법원은 피노체트 군사독재 시대에 국가에 의해 납치돼 살해된 가족과 친척을 찾아달라는 신청 5천여 건을 기각했다.
법원은 "정보가 없다"는 이유를 대곤 했다.
피노체트는 1973년 9월 11일 첫 사회주의 정권인 살바도르 아옌데 전 대통령을 무너뜨리고 정권을 장악한 뒤 1990년까지 집권하며 대량 학살과 인권탄압을 저질렀다.
판사연합은 "사법부가 군사독재 시절 박해당한 이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뭔가를 더 해야 했고, 할 수 있었다"고 인정했다.
당시 곤경에 빠진 희생자들이 사법부에 개입을 요청했지만 무시당했다고 판사연합은 회고했다.
현재 중도우파 정부의 수장인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지난달 쿠데타는 역사적 사실이며 쿠데타 40주년은 반성의 시간이 될 거라고 말했다.
그는 "용서를 구한다. 이게 화해를 위한 나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에르난 라라인 전 독립민주연합당(UDI) 대표는 피노체트 시절 당의 행동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한편, 1976∼1983년 아르헨티나 군사독재 시절 판사로 일하며 100여건의 반인권범죄를 저지른 오틸리오 로마노가 칠레에서 붙잡혀 이송 중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로마노는 2011년 8월 재판을 피해 칠레로 도주했으나 지난해 망명을 거부당했다. 이후 범죄인 인도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가택연금 상태에 있었다.{RELNEWS:right}
로마노는 인터폴 감시 하에 산티아고 공항을 거쳐 아르헨티나 멘도사로 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