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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권력의 시녀'로 회귀하나

"총장, 트집잡아 쫓아낸 꼴"...정권 눈치보기 심화될듯

 

검찰총장이 업무 수행과 전혀 무관한 확인되지 않은 보수언론의 보도와 정권의 압력으로 결국 사퇴하면서 검찰 조직이 또다시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법무부와 마찰을 빚어 온 채동욱 총장이 의혹이 사실인지 채 확인되기도 전에 사퇴하면서 정권의 검찰 장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선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뒤 최근 갑작스럽게 나온 조선일보의 '혼외아들 의혹' 보도 등 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련의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채 총장은 12일 조선일보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내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며 진상 규명 절차를 밟고 있었다.

조선일보도 지난 6일 첫 보도 이후 후속보도에서 이렇다할 증거를 대지 못하는 상황에서, 채 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씨가 언론을 통해 사실을 부인하면서 사실여부는 오리무중인 상태였다.

곧 재판과정에서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사실여부가 드러날 수 있었지만, 법무부가 갑작스러운 총장 감찰 발표로 상황을 총장 사퇴로 몰고가면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됐다.

아직까지 혼외아들 의혹의 진위 여부가 밝혀진 바 없는데도 검찰 조직의 수장이 물러나게 된 것이다.

채 총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이렇다할 잡음이 없었고, 총장 임명 이후 4대강 사업, CJ비자금 사건,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사건 등을 무난히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지난해 11월말 사상 초유의 검란(檢亂)사태로 어지러웠던 조직을 잘 수습하며 안정을 찾아 호응을 얻었다.

결국 채 총장의 낙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해 정권을 불편하게 한 점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검찰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검찰 수사 발표로 지난 대통령선거 결과의 정당성에 흠집을 내고 촛불 시위를 야기했다는 것이 여권의 지배적인 시각이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여권에서는 채 총장을 자신들이 임명한게 아니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정권 핵심인 이정현 홍보수석은 지난 6월 야당의원들을 만나 국정원 사건 수사와 관련해 " 이명박 정부가 검찰총장을 임명한 것이다. 그 검찰이 이명박 정부 사람에 대한 수사를 하는 것이다. 새 정부 입장에서 이보다 더 객관적인 수사를 할 수 있을까 오히려 긍지를 느낀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 수사의 객관성을 강조한 말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채 총장을 전 정권 사람으로 치부한 것이다.

또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 사퇴한 이유 역시 "검찰을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고,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기춘 씨를 대통령비서실장을 임명한 한 것도 검찰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해석됐다.

때문에 채 총장의 낙마는 정권의 '검찰 장악' 시나리오의 정점이 될 것이라는 말들도 공공연하게 떠돌았었다.

정권에 거슬리면 총장도 하루아침에 나가 떨어진다는 강한 신호를 준 이상 검찰의 '눈치보기'는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이재화 변호사는 "역대정권 중에 이런 식으로 검찰총장을 대놓고 나가라고 한 적이 없었다"며 "이것은 박근혜 정권이 마음에 드는 총장을 임명해서 정치적 사건을 자의적으로 수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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