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5일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와 관련해 이를 '검찰 흔들기'로 규정하고 나선 민주당을 정면 비판하고 나서면서 하루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여야 대표간 3자회동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면서 "진실이 규명되면 되는 것인데 왜 이것이 검찰의 독립이네, 있지도 않은 또 다른 의혹, 또 다른 의도로 몰아가고 자기들 입맛에 맞게 정치적으로 악용을 하려고 하느냐"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 수석은 그러면서 "검찰총장은 대단히 국민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고 여러가지 공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라며 "그런 위치이기 때문에 진실을 규명하는데 본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된다고 본다"며 채 총장에게 진실규명을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채 총장 사퇴와 관련한 청와대 개입설을 강하게 주장하며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압박하고 나섰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원의 국기문란은 박 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바 없다고 하지만 검찰총장을 사퇴시킨 반법치주의적 행태는 대통령의 재가 없이는 있기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특히 "권력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자가 있으면 느닷없이 잣대를 들이댄다"면서 "언론이 나서 겁박하고 그래도 안되면 주홍글씨를 새겨 찍어낸다"고 밝혀 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보도의 배경에도 청와대가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40일 넘게 서울광장에서 장외투쟁을 벌이면서도 박 대통령에 대해 직접적인 공격은 자제해왔던 김 대표가 채 총장 사태를 계기로 이번에는 작심하고 비판에 나선 것.
김 대표는 다만 16일 오후에 열릴 예정인 3자회담에 대해서는 "응하겠다"고 밝히면서 대신 채 총장 사퇴에 대한 답변을 박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이처럼 채 총장 사퇴를 놓고 청와대와 민주당이 정반대의 주장을 펴는데는 이번 사태에 대한 상황인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수석이 나서 채 총장에게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번 사태가 기본적으로 '고위공직자의 윤리 문제'인 만큼 언론에서 제기한 혼외아들 의혹을 해명할 책임이 채 총장에게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또, "지금까지 민주당이 국민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 진실규명이라는 단어를 본 적이 없다"고 이 수석이 밝힌 부분은 민주당이 채 총장을 '자기 사람'으로 인식하고 편들기에 나서고 있다는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검찰조직 수장의 혼외아들 의혹에 대한 진실규명인데 채 총장이 이를 뒤로한 채 무책임하게 사표를 던지고 민주당은 이를 받아 청와대 개입설 등 정치적으로 이슈화 하는데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채 총장 사퇴와 관련해 말을 아끼던 청와대가 3자회담을 하루 앞두고 정치적인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채 총장과 민주당을 비판하고 나선 배경에는 청와대의 이같은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민주당의 주장이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혼외아들 의혹 자체가 처음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와 청와대간 커넥션에 의한 것이고 그 배경에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이 채 총장의 지휘아래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서울경찰청장 등이 대선에 개입한 정황을 속속 규명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청와대가 혼외아들 의혹을 빌미로 채 총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것.
특히,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나서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감찰 카드를 던진 것은 청와대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민주당은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3자회담에 응할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이같은 민주당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리는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